**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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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7일

Colter Bay Village - Rawlins -Ichiban Japanese Steakhouse - City Market - Columbine Cabins(Grand Lake)

이동거리 450 mi.

여행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더 오래 머물지 못해서, 더 많이 보지 못해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도(Grand Teton National Park) 그런 곳이었다. 너무나 예뻤던 이 곳의 산과 강, 호수를 더 맘속에 담지 못해서아쉬웠다. 길게 보면 우리 인생도 그런것 아닐까. 나는 인생이란 여행지에서 떠날 때 아쉬움이 크지 않도록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 옥스보우 벤드에서 본 그랜드 티턴의 전경은 그림 같았다. 미국 국립공원은 해가 뜰 때와 질 때가 가장 예쁘고, 야생동물도 가장 많이 활동한다.

아내는 아침부터 잘 못 잔 탓에 몸이 힘들다고 했다. 콜터 베이 빌리지(Colter Bay Village) 내 캐빈은 우리가 머물기에는 좋지 않았다. 취사가 안 됐고, 모기가 많았으며, 퀴퀴한 냄새가 났다. 독채에 큰 방이 있다는 장점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아침도 먹지 않은 채 짐을 싸서 빨리 나왔다.

오늘은 먼 여정을 떠나야 한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까지 450마일 거리다. 운전 시간만 8-9시간에 이른다. 우리는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을 나가는 길에 아무 곳에서나 차를 대고 아침을 먹기로 했다. 티턴은 풍광이 좋아서 산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아침 7시쯤이었다. 숙소에서 나오는 길에 사람들이 차를 대고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잭슨 레이크 댐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대부분은 동물이 나타난 것이다. 평원에 떼를 지어 있는 덩치큰 동물들이었다. 망원경으로 보니 사슴이라고 하기엔 컸다. 엘크나 무스 같은데 하나 같이 뿔이 없었다. 윤하는 암컷 엘크라고 했다. 나도 그런 것 같았다. 아침이라 추워서 오래 있기 힘들었다.

차를 몰아 옥스보우 벤드(Oxbow Bend) 쪽으로 갔다. 이 곳도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 곳에서 비버를 봤었다. 이른 아침인데 차들이 많았다. 여기 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망원 렌즈가 달린 큰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해가 뜨면서 그랜드 티턴의 산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들은 야생동물이 아니라 산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우리는 그 전경을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침이고 날이 차서 빵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차를 몰아 남동쪽으로 향했다.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이 있는 와이오밍 주는 큰 도시가 없다. 이 곳은 드넓은 평원과 맑은 공기, 푸른 초원이 지천에 널렸다. 이 목초지에선 말과 소가 풀을 뜯었다. 와이오밍을 가로지르면서 같은 풍경이 계속 나왔다. 이 곳에선 농사를 짓는 사람도 거의 없어 보였다. 농가는 띄엄띄엄 있고,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모를 가축들만 땅을 거닐고 있었다.

그 푸르고 누런 초원 위에는 도로에 차도 드문드문 있었다. 넓은 땅과 도로를 지나는 만큼은 오롯이 내가 다 누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종종 같은 꿈을 꾸는데, 넓은 푸른 초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햇볕을 맡고 있는 것이다. 나는 차를 달리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중간 기착지로 삼은 곳은 롤린스(Rawlins)란 곳이었다. 시골 마을이지만 와이오밍에선 비교적 큰 도시에 속했다. 아내는 세 곳의 식당을 검색해 놨는데, 나는 가장 좋아 보이는 일식집에 가자고 했다. 미국의 시골 마을에 있는 일식집(Ichiban Japanese Steakhouse)이라 별 기대는 없었다. 아내는 점심 메뉴로 스시 두 개와 스테이크&완자 히바치, 새우 데리야끼 벤또를 주문했다. 아이들은 불평했다. 엄마가 알아서 다 시킨 것이 못마땅 한 눈치였다. 윤하는 "진짜 스시가 먹고 싶은데, 여기선 롤만 줄 것 같다"고 했다.

음식 맛은 좋았다. 스시에는 작은 롤 8개와 스시 6개가 있었다. 윤하는 진짜 스시도 있다며 좋아했다. 스테이크가 전문인지 히바치가 나는 가장 맛있었다. 히바치는 일본식 철판 볶음이다. 팁을 포함해 70달러 조금 안 되게 나왔다. 나는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롤린스에선 장도 봤다. 시티 마켓(City Market)이란 현지 마트를 갔다. 물건이 많고, 상태는 좋고, 가격은 저렴했다. 다만 아내가 원했던 스테이크용 연어, 내가 먹고 싶었던 삼겹살은 없었다. 시골 마트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았다. 아이들은 떠먹는 요거트와 마시는 요거트를 한 아름 가져왔다. 아내는 한 가지만 사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각자 서로 먹고 싶은게 있다며 다 사달라고 했다.

장 봐 온 것을 아이스박에서 싣는 게 어려웠다. 너무 많이 산 탓이었다. 아내는 부피가 큰 요거트와 소시지를 환불하자고 했다. 물건을 들고 고객 서비스 창구를 갔더니 환불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이해가 안 가 "3-4분 전에 산 것인데 환불이 왜 안 되느냐"고 따졌다. 유제품, 고기는 환불이 안 되는 게 규정이라고 했다. 관리자 까지 와서 이유를 설명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오래된 물건을 새 물건과 바꾼 뒤 환불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별 것 아니었지만 기분이 상했다.

서너시간을 더 달려 로키 마운틴 바로 아래쪽 마을인 그랜드 레이크 빌리지로 갔다. 이 곳에 숙소가 있었다. 이번 숙소는 만족스러웠다. 주방이 있어 취사가 가능하고, 방이 컸으며, 투숙객이 함께 이용하는 작은 온수풀이 있었다. 더구나 주인으로 보이는 60대 안팎의 여자분은 너무나 친절했다. 우리는 바비큐 그릴에 소시지를 굽고, 된장국을 끓여서 저녁을 먹었다. 아내는 밥에 마트에서 산 옥수수를 넣어 했다. 옥수수 알갱이가 톡 터져서 맛갈스러웠다. 우리는 배불리 먹고 탕에 들어가 몸을 담근 뒤 잤다.

로키마운틴 국립공원 남쪽에 있는 Columbine Cabins 숙소 내 핫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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