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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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2일

Kansas City - Nashville

이동거리 557 mi.

네 명이 같은 여행을 했다고 온전히 같을 수는 없다. 같은 여행을 했지만 그 여행은 오로지 각자의 것이다.

 
 

미국 집으로 향한 둘째 날. 오늘도 줄곧 이동만 했다. 아침 8시 출발, 저녁 6시 반에 숙소에 도착했다. 미주리의 캔자스 시티에서 테네시주 내슈빌까지 9시간 넘게 걸렸다. 거리는 약 557마일이라 어제보다 짧은데, 시간은 더 걸렸다. 오는 동안 도로 공사 구간이 많아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미국은 요즘 전역에서 도로 공사 중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초 취임 뒤 경기를 살기겠다며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선 탓이다. 미주리 주를 관통해 일리노이와 캔터키를 지나 테네시 주까지 네 개주를 거쳤다. 집이 있는 조지아주와 테네시주가 맞닿아 있어 집이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이번 가족여행의 의미에 대해 내내 생각했다. 우리 네 가족은 미국, 캐나다의 주요 국립공원과 도시를 다녔다. 같은 것을 보고, 먹고, 경험했다. 네 명 만이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을 쌓은 것은 소중하다. 언젠가 나와 아내가 더 나이들고, 아이들이 컸을 때 우리는 이 시절을 기억하며 웃음 짓길 나는 바랐다. 또 힘들고 지쳤을 때 이겨낼 힘이 되길 바랐다.

네 명이 같은 여행을 했다고 온전히 같을 수는 없었다. 같은 여행을 했지만 그 여행은 오로지 각자의 것이다. 내가 본 옐로스톤과 아이들이 본 옐로스톤은 다를 것이다. 내가 먹은 아내의 도시락맛과 아이들이 먹은 도시락 맛도 달랐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하나 이면서, 동시에 넷이었다. 그 넷의 기억과 느낌이 어떻게 다른 지 알고 싶어 우리들은 각자 일기를 썼다. 나와 아내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각자의 여행에 대해 기록하게 했다. 나는 각자의 기억의 퍼즐을 나중에 맞춰 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나와 가족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됐다. 우리는 두 달 간 하루 온종일 붙어 다녔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구석이 많았다. 아내와 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때론 생각을 공유했고, 때론 생각을 일치 시킬 수 없어 언성을 높였다. 아내와 14년 간 살면서도 낯선 구석이 많았다. 나는 그 낯선 아내가 나와 닮아가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맞았다.

나 또한 아내를 닮아가고 있었다. 나는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사고 싶은 물건을 산다. 그래서 안 쓰는 물건이 많다. 여행에선 필요한 물건을 주로 샀다. 사고 싶은 물건을 거의 사지 않았다. 나는 그게 좋다는 것을 아내를 통해 배웠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컸다. 두 달 간 키가 컸고, 생각이 컸다. 만 12살, 10살인 나의 딸들은 둘 다 사춘기를 맞았다. 둘은 요즘 감정의 기복이 크고 자의식이 생겨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한다. 이런 시기에 여행을 같이 해서 다행이었다.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내 얘기를 들려줬다. 내가 그 시절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털어놨다. 나는 유독 오락을 좋아했다. 밤 12시까지 오락실에 있기도 했다. 나는 늘 늦게 자서 밤 12시 이전에 잠들지 않았다. 또 햄버거, 피자 등으로 끼니를 많이 때웠다. 이 탓에 키는 덜 컸고, 눈은 나빠졌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내 경험에 빗대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랐다. 시행착오를 줄이기를 바랐다. 아이들이 올바른 생각과 습관을 갖길 바랐다. 아이들은 내 얘기를 들으며 웃기도 했고 이해 못하기도 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려고 애썼다. 정해진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삶도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여행에 돌아가서도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다만 지금의 다짐이 금세 잊혀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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