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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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6일


그랜드캐년(Grand Canyon National Park)에서 석양을 봤다.억겹의 세월을 흘러 온 콜로라도 강과 그 강이 깍아서 만든 그랜드캐년은 지는 해에 모든 빛을 빼앗긴 듯 색상을 잃고 붉게 변했다. 나는 그 장엄한 광경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세도나에서 전날 본 석양이 동화 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면, 그랜드캐년의 석양은 기품이 있었다. 나는 지는 해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트레일은 전날 성당 바위 트레일에 비해 경사가 훨씬 완만했지만 길이가 길었다. 왕복 6마일 가량을 가야 했다. 트레일 초반은 평지와 비슷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가팔라졌고, 막판에는 꽤 경사가 심했다. 아이들은 경사보다 뜨거운 햇빛을 힘들어 했다.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더 이상 못 가겠다"는 시윤이의 손을 거의 끌다시피 해서 간신히 악마의 다리에 도착했다. 이 다리는 세월에 깍아서 만든 자연 돌 다리였다. 다리 중간 지점에는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얇아졌다. 사람들은 이 다리 중간에 서서 인증샷을 찍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카메라 품앗이'를 했다. 앞 사람들이 다리로 이동하면, 뒷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주는 식이었다.

우리도 뒷 사람에게 가족사진을 부탁했다. 50~60대로 보이는 백인 여자분이었다. 이 분은 충분히 사진을 많이 찍었다며 웃었다. 나는 사진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 10여장의 사진에 1장을 제외하고 찍는 사람의 '손가락'이 나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사진'이 될 수 있는 순간인데 우리의 가족사진은 완전히 버린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그렇다고 또 찍기도 싫었다. 사진 찍는 줄이 길어져서 30~4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기다린 시간까지 합하면 줄만 한 시간 이상 서야 했다. 나는 앞으로 다른 사람을 찍어줄 때 '인생 사진을 남겨 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갖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수월했지만 힘들었다. 해가 정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윤하는 휘청거리며 간신히 발걸음을 뗐다. 더 못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끌고 갔다. 나도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 해서 내색도 못했다. 간신히 차에 도착하니 모두가 거의 탈진 상태가 됐다.

점심은 시내에 있는 '야생화'(Wildflower)란 곳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 곳은 구글 평이 너무나 좋은 곳이었는데, 평 대로 샌드위치가 맛있고 경치도 좋았다. 특히 샌드위치의 빵이 너무나 좋았다. 직접 만드는 듯 했다.

세도나를 뒤로 하고 그랜드캐년으로 향했다. 두 시간 반 정도를 달려야 했다. 세도나에서 나가자 마자 길이 험해서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산을 관통해서 가는데, 중간중간 공사 구간까지 있었다. 나는 너무 힘들었는 지 운전을 거의 졸면서 했다. 보다 못 한 아내가 본인이 하겠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짧지만 힘겹게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숙소를 공원 안 마스윅 롯지(Maswik Lodge)란 곳으로 잡았다. 국립공원 내 롯지가 워낙 열악하다고 들어서 걱정을 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 우리는 막 지은 듯한 건물로 배정 받았다. 아직 공사도 다 끝나지 않은 완전히 새로 진 건물이었다. 공원 안 롯지에서 자는 것도 좋은데, 숙소 시설까지 너무나 좋았다.

짐을 풀고 곧바로 석양을 보러 갔다. 저녁 7시를 넘겨 해가 이미 뉘엇뉘엇 지고 있었다. 서둘러 셔틀버스를 타고 호피 포인트(Hopi point)란 곳으로 갔다. 이 곳에서 나는 또 한번 인생 석양을 접했다. 그 석양은 내 가슴 속에 오래 남을 듯했다. 나는 세도나의 석양과 그랜드캐년의 석양을 하루 간격으로 보는 호사를 누린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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