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잘 댕겨와서 보고드립니다

2009.06.30 12:32

신사임당 조회 수:4472 추천:4

||0||0잘 댕겨왔습니다.
어제 새벽 도착해서 오늘에야 정신 좀 차리고 이렇게 컴퓨터앞에 앉습니다.
16박17일의 일정으로 무조건 비행기표부터 질렀던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 카페 회원님들의 주옥같은 정보가 없었더라면 애초 불가능했을 여행이기도 했구요.
혹시 다음에 저같은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고수님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간략히 올려봅니다.

***일정 (16박17일)
1일차 덴버도착
2일차 콜로라도 스프링스-로얄고지 브리지(캐논시티)-그레이트 샌듄 -알라모사 숙박
3일차 리오그란데 고지 스테이트파크-타오스-밴들리에 내셔널 모뉴먼트-싼타페-싼타페 숙박
4일차 듀랑고-아유레이-블랙캐년-그랜드정션 숙박
5일차 아치스-캐년랜즈-모압숙박
6일차 멕시칸햇, 구즈넥 스테이트파크-모뉴먼트 밸리-나바호 내셔널 모뉴먼트-페이지-글렌캐년댐-글렌캐년-클리프 드웰링스-세인트조지 숙박
7일차 브라이스캐년-솔트레이크 숙박
8일차 솔트레이크 -파크시티- 솔트레이크 숙박
9일차 베어레이크-라바핫스프링-아이다호폴스 숙박
10일차 그랜드티턴 내셔널 파크-옐로스톤 내셔널파크 -옐로스톤 파크내 숙박
11일차 옐로스톤 파크
12일차 옐로스톤 파크
13일차 코디-셀던-질레트 숙박
14일차 데블스타워-스피어피쉬 캐년- 데드우드-마운트 러쉬모어-커스터 스테이트파크-윈드케이브-래피드시티 숙박
15일차 월-배드랜드 내셔널파크-포트콜린스 숙박
16일차 록키마운틴 -덴버-덴버숙박
17일차 덴버 출발  

***세부 일정 및 이동경로
#2일차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가든오브가즈는 만일 다른 그랜드서클 지역의 캐년들을 구경하신 뒤라면 굳이 들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시간이
모자라신다면 생략해도 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제가 출발하기 전 로얄고지 브리지 입장료에 대해 여쭤봤는데 지금은 얼리버드 표가 없어졌다고 하네요. 대신 로얄고지 브리지 홈페이지(http://www.royalgorgebridge.com/)에서 1인당 2달러씩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곳 공원내의 놀이기구는 유치원이하 어린이수준
정도 입니다. 놀이기구 잘타거나 초등학교 이상 어린이들은 큰 흥미는 못느낄 듯...
  그레이트 샌듄은 25번을 타고 내려오다가 160번, 150번 도로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정상에 눈이 덮여 있는 록키산맥의 고봉준령을 뒤에 두르고 앞으로는 산에서 녹아내린 얼음물이 실개천을 이루는 거대한 산 속의 사막입니다. 첩첩 산으로 둘러싸인 이런곳에 어떻게 이런 거대하고 아름다운 사막이 생겨날 수 있었는지 입이 턱 벌어지는 곳이었지요. 맨발로 사막 트레일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나오는 길에 150번으로 가지 말고 오른쪽 옆으로 빠지면 샌 루이스 스테이트 파크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공원은 입장료를 내야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고 그 앞 까지만 갔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뒤는 산으로, 앞은 샌 루이스 호수를 끼고 웅장하게 앉아 있는 샌 듄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석양녘이라 그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3일차
  뉴멕시코로 넘어갔습니다. 알라모사와 연결되는 285번도로를 타고 내려가는데 온통 메마른 회색빛과 분홍빛 황무지가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첫 번째 계획했던 목적지 밴들리에 내셔널 모뉴먼트까지 절반 정도 갔을까 싶은때 64번 분기점 앞에서 타오스라는 익숙한 지명의 이정표가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64번 도로 분기점 앞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옛날 방식 그대로 자신의 주거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살고 있다는 도시. 싼타페와 마찬가지로 어도비 양식의 황토색 흙벽집들로 가득한 도시.
타오스로 넘어가기 직전에 리오그란데 강을 낀 리오그란데 협곡의 장관이 나타납니다. 이 다리를 중심으로 스테이트 파크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양편 어느 쪽에든 차를 세워놓고 걸어서 건너보거나 아찔한 협곡 아래를 내려다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미국서 가장 오래된 주거 공동체라는 타오스 푸에블로 인디언들의 모습은 독특하고 흥미롭다기 보다는 짠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왈칵 밀려듭니다. 유럽인이 이 대륙에 발을 딛기 훨씬 이전부터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던 그들의 영화로운 과거와 동물원의 원숭이 우리같은 한 줌 공간에 밀려나 생존을 위해 버텨가는 그들의 현재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지요.
타오스를 뒤로하고 거대한 인디언 유적지인 밴들리에 내셔널 모뉴먼트로 향했습니다. 타오스에서 싼타페로 이어지는 68번 도로는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도로였습니다. 희뿌연한 회색빛과 황톳빛 땅이 계속 이어지나 싶더니 높은 언덕길을 넘어서자 마자 짙푸르고 윤기나는 녹색의 나무와 초록빛의 리오그란데 강이 눈에 들어옵니다.  뉴멕시코는 광할한 회색 평원에 리오그란데 강을 따라 긴 초록색 띠가 그려지고 인적과 문화가 이어지는 곳이지요. 래프팅 안내판이 곳곳에 가득하구요.  
인디언의 집터와 동굴에 지은 아파트, 그옛날 인디언들처럼 사다리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볼 수 있는 밴들리에 내셔널 모뉴먼트를 빠져나와 뉴멕시코의 고도 산타페로 향했습니다.  인디언의 묘사처럼 연중 화려하게 춤추는 햇살이 가득한 거리, 푸르디 푸른 하늘, 햇살을 받아 빛나는 황토색 어도비 집들, 벽마다 걸려 있는 빨갛게 말린 칠리고추, 거리 곳곳에 흐르는 자유로운 영혼과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가득찬 도시. 한집 건너 갤러리와 박물관이 들어선 이곳은 화가 조지아 오키프와 소설가 DH 로렌스를 깨어나게 한 도시라고도 하지요. 예술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저같은 사람도 전혀 미국스럽지 않은, 독특하고 이국적인 이 도시가 주는 낭만과 열정에 살짝 홀린채로 대여섯시간을 피곤한줄도 모르고 돌아댕겼습니다.
참, 십몇년전인가요 제가 학창시절이던 당시 미야자와 리에라는 일본 여배우가 산타페라는 이름으로 냈던 누드집이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는데 그 때 화보를 찍었던 곳이 이곳 산타페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슴당...  

#4일차
산타페를 뒤로하고 다시 콜로라도로 올라가는 날입니다. 산타페에서 남쪽으로 좀 더 내려온 뒤 콜로라도 듀랑고를 향해 550번 도로를 탔습니다. 듀랑고까지는 한 서너시간 정도 가는데 이 550번을 탄다면 지루한 줄 모르고 달리게 됩니다. 콜로라도 경계를 넘어서기 까지 길 양편으로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캐년 지형의 연속입니다. 특히 오른쪽 편이 더 좋습니다. 길 가다가 중간 아무데나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도 그림이 되는 곳이지요. 스키와 글라이더, 각종 아웃도어 스포츠의 메카인 듀랑고는 록키산맥을 오르는 기차여행으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저희는 이곳 고수님들이 알려주신대로 밀리언달러 하이웨이를 타려고 찾았지요. 다들 엄청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고 아찔한 경험담들을 들려주셔서 무지하게 기대도 되고 궁금했습니다. 실제 결과는... 정말 기대 이상입니다. 4000미터를 넘나드는 산길을 올라가면서 귀가 멍해지고 머리가 띵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무섭게 아름다운 경치와 오금이 확 저려오는 찌릿함으로 없던 정신도 확 돌아오지 뭡니까. 제가 운전대 잡은지 18년째인데 핸들잡은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때문에 바지의 허벅지 부분이 젖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네요.  
이까지 왔으니 아유레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멀리서 보이는 광경이 딱 이 카페에서 본 사진 그대로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광 뿐 아니라 영어 보다 더 흔하게 들리는 독일어와 불어 때문에라도 마치 알프스의 한 산골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요.
그다음으로 향한 블랙캐년은 캐년 벽에 바싹 다가서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새가 되어서 캐년 사이를 날아다니는 듯 자연에 동화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랜드캐년, 브라이스캐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훨씬 기억에 오래남는....그런 은근한 캐년이었던 것 같네요.
  블랙캐년을 빠져나와 50번 도로를 타고 숙박지 그랜드정션으로 향했습다. 역시 가는 길양편으로 멋진 자태를 뽐내는 산과 괴석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웬만한 동네 뒷산이며 앞산, 옆산이 입이 쩍쩍 벌어지는 캐년이고 멋들어진 바위산입니다. 이곳에서 나서 저런 경치 보고 자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는 도대체 이 지구상 어디에 있을까 하는 헛헛한 마음에 잠시 입맛을 다셔보기도 했지요.

#5일차
벼르던 아치스, 캐년랜드 가는 날입니다. 아침일찍 그랜드정션 호텔을 나서 70번을 타고 서쪽으로 향합니다. 네비게이션은 70번으로 곧장 더 가서 크레센트 정션에서 왼쪽으로 연결되는 313번을 탈 것을 권했지만 유령마을이라는 시스코를 지나보기로 했습니다. 지도상에는 버젓이 도시 이름이 나와 있는데 왜 유령마을이라고 할까 확인해보고 싶었지요. 70번을 달리는데 시스코로 빠지라는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가리키는대로 나와 길을 들어서려는데 갑자기 길이 없어지는게 아닙니까. 눈앞에  길이라고 이어진 것은 시멘트로 대충 포장해 놓은, 경운기 다니는 수준의 좁은 시골길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나마 그 길에서 떼를 지어 나오는 할리족들 때문에 처음엔 일방통행로인줄 알았습니다. 아무런 이정표도 도로 표지판도 없고 그저 이 길은 자동차 운행에 적합하지 않은 도로라는 경고문 정도였습니다. 순간 유령마을 앞에서 기름도 떨어지고 차도 고장나고 날은 쪄죽겠고.. 거의 무인도 조난 수준의 방정맞은 상상이 떠올랐지요.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70번에서 시스코까지는 아주 가느다란 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곳을 지나야 모압까지 연결되는 좀 굵은 선이 128번이라는 이름을 달고 표시돼 있습니다. 지도상에 나타난 도로의 굵기며, 번호가 없는것도 심상치 않았죠... 여하튼  이길이 시스코로 가는 도로가 맞는지, 그곳을 지나서 아치스로 무사히 갈 수나 있는지 당췌 알 수가 없었습니다.. 별 수 있나요. 물어봐야지. 다행히 마침 제 뒤로 따라 들어오는 차가 있길래 물어봤더니 맞다면서 따라오라고 하네요. 한 5~10분 쯤 갔을까요? 왼쪽편에 마을같은게 보입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요상시런 구조물 같은게 쌓여 있는 것도 보이고. 멀쩡해 보이는 차들이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누가 여길 유령마을이라고 한거야”라고 중얼거리는데 이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가슴이 오그라들 듯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한쪽은 멀쩡한데 반대쪽은 몹시도 흉물스럽게 찌그러져 있거나 불타있는 차들 일색이었지요. 폐가 그 자체인 집들 주변에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의 건축 폐자재들이 쌓여 있고 오래전에 시커멓게 말라붙었는지 형체를 알 수 없는 땟자국들과 빛바랜 스프레이 낙서와 간판 상호들이 인적이 끊긴지 오랜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지요. 웬만한데라면 내려서 기념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겠지만 아예 이곳에 차를 세워야겠다는 엄두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전에 산속에 들어갈 때 초록색 배경에 길만은 표시가 돼 있던 네비게이션도 이 길에서는 아예 길 자체를 표시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었지요. 그나마 아침 9시 전이었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요. 여하튼 시스코를 정신없이 빠져나오면서 얼마 가지 않아 128번 남쪽으로 가라는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128번을 타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는데 붉은 유타의 기암괴석과 푸른 콜로라도 강물이 한데 어우러지며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닌지. 게다가 더 놀라운 건 그 황홀한 광경속으로 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 한마디로 상상초월입니다. 꼭 한번 이곳을 지나보시길. 여행이 끝난 지금 제 남편은 오금저리며 설산을 넘는 밀리언 하이웨이, 딸아이는 옐로스톤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저에게는 어느 것도 유타 128번에 견줄수가 없습니다.
지나온 128번이 아치스와 연결되는 한자락이었다는 점에서 감동은 아치스까지 이어집니다. 아치스의 트레일 혹은 뷰 포인트는 델리케이트 아치와 랜드스케이프 아치, devil's garden 등입니다. 시간에 따라 적당히 배분하시면 되는데 이 정도 보고 하이킹하는데 5~6시간 족히 걸립니다.
그리고 늦은 오후 찾아간 캐년랜즈. 만일 오전에 그렇게 감동하지 않았더라면 캐년랜즈의 감동이 컸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캐년랜즈는 아치스에서 30마일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island in the sky와 모압에서 남쪽으로 40마일 가량 떨어진 needles가 있는데 두곳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저희는 일정상 island만 보았습니다.

#6일차
이날은 부지런히 달린 날입니다. 모압을 출발해 194번도로를 타고 유타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이 길은 블랜딩을 지나면서 163번으로 바뀌는데 조금 내려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구즈넥 스테이트 파크 이정표가 보입니다. 앞뒤로 차 한대 다니지 않는 외로운 길을 한참 달려 찾은 구즈텍 스테이트 파크에서는 주름진 거위목 모양의 절벽 사이로 시퍼런 강물이 휘감아 들었다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나는 길에 한번쯤 들를만한 곳이지요. 이곳을 빠져나와 163번을 타고  조금 아래로 가면 왼쪽편에 멕시코 사람들이 입는 판초위에 쓰는 모자 모양의 바위가 눈길을 끄는 곳입니다. 멕시칸 햇이지요. 그리고 달려가면 다시 왼쪽편 저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있습니다. 나바호 인디언의 성지라는 모뉴먼트 밸리구요. 이곳을 지나 애리조나 경계를 넘은 뒤 160번 도로를 타고 페이지 방향으로 향하면 나바호 인디언들의 주거지였던 나바호 내셔널 모뉴먼트가 나옵니다. 30분 가량 하이킹하며 유적지를 살펴볼 수 있는 코스가 있습니다.
그렇게 페이지에 도착해 글랜캐년댐을 본 뒤 글렌캐년으로 들어갔습니다. 연한 옥빛의 파웰호수와 연한 베이지 빛의 바위들이 한편의 파스텔화를 연출하고 있는 곳이지요. 레인보우 브리지까지 가는 8시간짜리 크루즈 추천 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자금의 압박 때문에... ㅠㅠ  걍 여기서 밥만먹고 나왔습니다. 글렌캐년을 나와 89번을 타면 바로 케납쪽으로 빨리 갈 수 있지만 시닉 웨이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에 훨씬 돌아가는 89 A도로를 탔습니다. 이렇게 가면 나바호 브리지를 건너자마자 유타 128번 주변과 느낌이 비슷한 리스페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차가운 콜로라도 리버에 발도 담가보고 쉬엄쉬엄 쉬면서 89A로 돌아나오면 마블캐년, 클리프 드웰링스를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특히 클리프 드웰링스.이곳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뭔가 다른 생각에 골똘히 빠져 이 길을 지나신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곳인데 웬만큼 둔감한 분 아니라면 도저히 놓칠 수 없는 곳이랍니다. 저는 처음에 이걸 보고선 여기가 화성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여기가 baby님이 말씀하신 지구에 있는 화성, 바로 거기로구나 하고 깨닫게 됐지요.

#7일차
89번을 타고 올라가다 12번도로를 타고 브라이스캐년으로 향하는 길. 너무나도 유명해 설명이 필요없는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길엔 레드캐년이라는 주립공원도 있습니다. 이곳도 시간이 된다면 잠시 구경해볼만합니다.
  캐년 사이에 노랗고 붉은 기암들이 꽉 들어찬 브라이스캐년은 비지터센터에서 멀지 않은 선라이즈포인트, 선셋포인트 쪽에서 보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브라이스캐년의 뷰포인트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후두(비죽비죽 솟은 바위) 아래로 내려가는 하이킹 트레일을 출발하는데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가 많은 것이 퀸즈 가든입니다. 또 퀸즈가든과 연결된 트레일이 나바호 트레일인데 시간이 된다면 나바호 트레일도 함께 해보시길 권합니다. 절벽을 180도 꺽어지는 지그재그길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트레일 헤드는 선셋포인트) , 가파르고 조금은 힘든 코스입니다. 제 딸래미는 이거 다 올라가서는 코피가 났다는 ..ㅠㅠ.
브라이스캐년을 끝으로 그랜드 서클 여행을 끝낸 우리 가족이 7일째의 숙박지인 유타주의 주도 솔트레이크시티에 도착했을 때는 8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초 계획에 자이언캐년과 캐피톨리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정상 두개정도는 빼야할 것 같아서 고민하던 중 이곳 카페에 올라온 주요 캐년들의 사진과 설명을 죽 출력한 뒤(아마 baby 님이 예전에 올려놓으신 자료였던 것 같습니다)  딸래미한테 말했지요. 우리가 여기 캐년들 가보려고 하는데 이 사진과 설명들 보고 2개만 빼라. 그랬더니 딸래미가 요 두곳을 빼놨더랬습니다.

#8일째
2002년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도시 솔트레이크는 몰몬교의 본산으로 유명한 곳이지요. 덴버에서 한국장을 본 뒤 다 떨어져가는 한국 먹거리를 이곳 한국마트에서 다시 빵빵하게 조달한 뒤 솔트레이크 관광에 나섰습니다. 첫 번째 찾아간 곳은 몰몬교의 거점인 템플스퀘어. 시내 한복판에 있는 템플스퀘어는 몰몬교 예배당과 역사관, 도서관, 각종 기념관 등이 들어서 있고 시원한 분수대와 녹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도심속의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솔트레이크를 대표하는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곳 비지터센터를 방문하면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해당국가의 몰몬교도 자원봉사자를 즉석에서 연결해줘서 친절하게 투어 안내를 해준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은 자체적으로 템플스퀘어 투어를 마친 뒤 올림픽이 열렸던 파크시티로 향했습니다.
솔트레이크에서 동쪽으로 20분 정도 떨어진 파크시티에 들어서자마자 2002년 동계올림픽 파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크 입장료는 무료인데 루지, 봅슬레이 경기장에 설치돼 있는 탈 것들은 제법 비싼 돈을 받습니다. 저희가 이곳을 찾았을 때 공원 입구의 스키점프대에서는 호주 스키 에어리얼 선수들이 훈련중이었습니다. 점프대에서 시원하게 내려오면서 가속도를 이용해 공중 회전을 하거나 묘기를 선보이는... 체조와 스키를 결합한 듯한 멋진 스포츠더군요. 여름이라 눈대신 수영장에 풍덩풍덩 빠지고 있었습니다. 몇가지 스릴넘치는 액티버티도 있더군요. 남편과 딸래미는 전에 동계올림픽 선수들이 탔던 리프트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서 썰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15불 정도였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이 벌어졌던 아이스링크까지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파크시티 중심가로 향했습니다.
올림픽 파크에서 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파크시티 중심가 눈덮인 그림같은 산자락에 둘러싸인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입니다. 시내 곳곳에 4시간까지 무료로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니 얼마든지 편하게 구경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파크 앞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으니 여기 들러서 파크시티 시내 지도와 주차정보를 미리 받아가시면 좋습니다.  유럽풍 느낌이 풍기는 이 도시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랍니다. 아이스크림 먹으며 예쁜 상점 구경하며 한두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지요.
파크시티를 출발해 향한 곳은 솔트레이크입니다. 솔트레이크 시티에 왔으니 솔트레이크를 한번 봐야죠. 솔트레이크에 가려면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솔트레이크 시티 북쪽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331번 exit 인가(정확치 않습니다) 여하튼 antelope island state park 표지판을 보고 빠져나가면 됩니다.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이 스테이트 파크가 솔트레이크입니다. 공원 입구에서 주차요금 8달러를 내야 합니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솔트레이크는 수면은 거울처럼 맑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산과 푸른하늘이 그대로 수면에 비치며 맑고 영롱한 하늘빛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바람 좀 쐬고 싶어서 차창을 연 순간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가 이같은 감동을 순간적으로 반감시키더군요. 염분높은 물이 고여있기 때문일텐데 이런 곳에 새들은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또 하나 많았던 것은 모기입니다. 잠시 사진 찍으러 내리는데 어찌나 모기떼가 극성스럽게 달려드는지.... . 섬을 한바퀴 돌고 나오는데 내내 차창 앞에 다닥다닥 모기 부딪혀 죽는 소리가 끊임없더니 나중에는 차 앞유리며 본네트 있는 쪽이 모기 시체들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9일째
원래 이날은 아이다호주에 있는 크레이터 오브 더 문이라는 달표면 같은 국립공원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호텔 입구에 비치된 아이다호주 관광안내 책자에서 아이다호 남동쪽이 온천으로 유명하다는 글을 보고는 일정을 바꿨지요.
솔트레이크를 나와 곧장 아이다호 폴스로 가는 대신 유타 북동쪽의 로간이라는 도시에서 시닉 하이웨이인 89번 도로를 타고 유타와 아이다호에 걸쳐 있는 베어레이크 쪽으로 돌기로 했습니다. 이곳을 거쳐 30번 도로를 탄 뒤 라바 핫스프링이라는 도시의 큰 온천풀이 이날의 목적지였습니다. 유타와 아이다호를 지나는 89번 시닉 하이웨이도 푸근하고 아름다운 길입니다. 짙푸른 녹음과 시원한 계곡을 벗어나면 넓은 초원에서 말들이 역동적으로 뛰노는 곳입니다.
라바 핫스프링스에서는 한나절 신나게 놀았습니다. 넓은 풀에서 수영도 하고 워터슬라이드도 타고 뜨거운 노천온천도 하고 말입니다. 이곳 수영장에서 동양인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아마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노천온천 후 노곤해진 몸을 낮잠으로 달랜 뒤 호텔이 있는 아이다호 폴스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포카텔로라는 도시가 있는데 이곳엔 감자박물관이 있습니다. 저희는 시간이 늦어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다호가 워낙 감자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이런 감자 박물관도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10일째
드디에 옐로스톤에 들어가는 날입니다. 오전에 잭슨홀과 그랜드티턴을 들러서 오후엔 옐로스톤으로 진입하기로 했습니다.
와이오밍의 조용한 휴양지 잭슨홀은 그랜드티턴과 엘로스톤을 낀 관광거점도시이기도 하지만 잭슨홀미팅으로도 유명한 곳이죠. 매년 8월말에 미국 및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모여 심포지움을 여는 곳이라 간간이 신문에서 본 지명입니당...
그랜드티턴은 그랜드티턴 마운틴 등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산과 아름다운 호수가 황홀하게 어우러지는 곳이지요. 이 카페에서 어느 분이 호수에 비친 그랜드 티턴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영상이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희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날이 흐려 그런 영상은 볼 수가 없었네요. 하지만 눈으로 덮힌 바위산과 그 아래 자리잡은 호수가 빚어내는 장엄한 광경을 즐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또 그랜드티턴을 나서면서 엘로스톤으로 이어지는 록펠러 메모리얼 파크웨이에 대해서도 이 카페 덕분에 상당한 기대를 많이 가졌는데  그랜드 티턴을 빠져나오면서부터 쏟아지는 빗줄기가 몹시 굵어지면서 그 아름답다는 경치가 그닥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뭡니까...ㅠㅠ
  여튼 여행 떠난지 10일째에 엘로스톤에 진입했습니다. 두달 전 옐로스톤 내에 숙소를 3일치 잡아 놓고 밤새워가며 이리저리 코스를 짜던 기억과 함께 숙제를 마쳤다는 알 수 없는 안도감 같은게 밀려왔습니다.
비오는 옐로스톤 남쪽입구에 들어선 뒤 한참을 달려 나타난 웨스트 썸은 상당히 몽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11일째
미국 최초의, 최고의 국립공원이라는 옐로스톤은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하루에 볼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터라 이곳 공원내에 3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가는날 오는날 빼더라도 이틀은 풀로 머물러야 어느정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지요.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8시 전에 숙소를 나섰습니다. 다행히 아침부터 날이 맑게 갰지요. 숙소가 있는 캐년랏지 근처의 옐로스톤 그랜드 캐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옐로스톤내의 그랜드 캐년은 옐로스톤 강이 만들어낸 폭포와 협곡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협곡 양쪽의 바위들이 누런 빛깔을 띠고 있는데 철성분이 함유된 온천수가 바위색을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레인저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공원의 이름이 옐로스톤이 되었답니다.
숙소 근처의 캐년과 주요 포인트를 둘러본 뒤 이날은 8자의 위쪽 부분을 돌기로 했습니다. 공원 내의 메인 도로가 8자 모양이라 이날은 위쪽 8자, 다음날은 아래쪽 8자를 중심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동물들이 많다는 래머밸리, 화석이 된 나무 페트리파이트 트리, 케이크 같은 모양의 땅(? 혹은 바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맘모스 핫 스프링의 테라스 지역, 쉽이터 클리프,등 공원 안내지도에 표시된 주요 포인트마다 내려 구경하고 트레일 하고 중간에 잠시 낮잠도 자고 여유를 부리면서도 4시정도 되니 구경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과일 사러 서쪽 입구로 나가 웨스트 옐로스톤이라는 몬태나주의 조그마한 마을에 들렀습니다. 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20분 내에 주요 포인트에 진입할 수 있는 곳이라 공원내에 숙박지를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주로 이 웨스트 옐로스톤에 숙소를 구하신다고 하네요. 실제로 모텔과 호텔로 가득한 동네였습니다. 다시 공원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바이슨이며 엘크, 뮬디어, 빅혼쉽 등 옐로스톤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동네 아파트 앞에서 보는 청설모 보다도 더 자주 바이슨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옐로스톤입니다. 또 이날은 그 보기 어렵다는 검은 곰도 타워폭포 지나가는 길에서 3마리나 봤습니다. 한 놈은 나무 아래에 두 놈은 나무에 올라가 있다가 내려오는 중이었는데 곰이 사람들앞에 나타나는 것은 공원내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인지 레인저들이 출동해서 교통정리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여름이고 위도가 높은 옐로스톤은 9시 넘어도 희부연합니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져서 숙소로 돌아오는게 아니라 돌아댕기다 지치고 지쳐 숙소를 찾아들게 되지요.

#12일째
이날은 아래쪽 8자를 도는 날입니다. 지도에 나와 있는 모든 포인트를 빼놓지 않고 돌아봤는데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올드 페이스풀이었습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글을 보고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마치 본 것 같았지만 직접 확인한 올드페이스풀의 분출모습은 정말 장엄했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올드페이스플 북쪽의 미드웨이 가이저 베이슨, 로어 가이저 베이슨, 아티스트 팟, 간헐천이 몰려있는 노리스 등 지도에 표시된 곳은 모두 빼지 말고 구경해보시기 바랍니다.  비슷비슷한 것도 있지만 찾는 곳마다 조금씩 색다르고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빼놓을 수가 없답니다. 특히 미드웨이 가이저쪽 프리즈메틱이란 곳이  인상이 깊었죠. 유황냄새 가득한 연기가 강한 바람을 타고 자욱하게 노랗고 붉은 용암지형 위를 이리 저리 휘감고 있는데 정말 장관입니다.

#13일째
오전에 피싱 브리지와 머드 볼케이노를 보고 동쪽 입구를 향해 코디 쪽으로 달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쪽 입구 오기 직전 또 다시 커다란 곰을 보는 행운이.... 이번엔 그리즐리 베어라는 황톳빛 털을 가진 아주 큰 곰이었습니다.
아찔한 절벽길을 내려가는 동쪽 입구는 제가 가본 공원의 4개 입구 중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 같습니다. 공원을 빠져나와 코디라는 도시까지 이어지는 도로도 비교적 괜찮습니다. 하지만 코디를 지나면서부터 한동안 심심한 길이 이어집니다.  양쪽 길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말떼와 소떼 외에 인적을 발견할 수 없지요. 14번 도로를 타고 빅혼캐년을 넘어가는 시닉 드라이브웨이가 나올 때까지 이 지루한 길을 꾹 참았습니다. 빅혼 국유림 지역... 멋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 때부터는 그 전에 좋은 풍광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체했는지 다 거기서 거기 같고 그렇게 큰 감동은 되지 않았더랬슴다... ㅠㅠ
셀던의 한국분이 하신다는 식당도 찾아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현지 분들이 잘 아시더라구요)

#14일째
바쁘게 짐을 싸서 향한 곳은 와이오밍 동북쪽의 데블스 타워였습니다. 공원 안내 이정표 있는데서부터 저 멀리 우뚝선 바위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침에 호텔에서 가져온 안내팜플렛을 딸아이에게 읽게(영어 써 있는 대로 읽지 말고 한국말로 번역해서 읽으라고 강요합니다) 하면서 미리 공부를 하고 공원으로 갑니다. 코스 짜는 것도 벅찬데 미리 공부까지 하는건 너무 힘들죠. 그래서 꾀를 낸 것이 아침에 호텔에서 나오면서 근처 지역의 관광정보 책자와 팜플렛을 가져나온 뒤 딸래미에게 읽도록 시키는 겁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쥬스 등 약간의 당근을 곁들여서 말이지요. 방문지에 대한 공부도 경제적으로 할 수 있고 아이의 흥미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나요? ㅎㅎ
용암이 굳어서 형성됐다는 이 바위는 260미터 정도 높이에 거의 일자로 깎아지른 형태인데 자세히 보니 이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이 있지 뭡니까. 암벽에 개미처럼 달라붙어서 끈 하나 의지하고 오르는데 보기만해도 오금이 저려옵니다. 그런데 그 바위 꼭대기에 오르는데 성공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고 하네요..
데블스타워를 나와 90번도로를 타고 동으로 계속 향하면 사우스다코타주가 나옵니다. 큰바위 얼굴로 유명한 마운트 러쉬모어가 있는 곳. 사실 이날의 주요 포인트는 마운트 러쉬모어였습니다. 마운트 러쉬모어를 목적지로 하고 스피어피쉬에 들어섰는데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방향과 달리 스피어피쉬 캐년이라는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나요. 시닉 바이웨이 모조리 정복하기가 이번 여행의 목표중 하나였던 만큼 14A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블랙힐스 본격탐색이지요.스피어피쉬에서 시작하는  스피어피쉬 캐년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캐년지형에 비해서는 훨씬 부드럽고 완만한 곳입니다. 오히려 밋밋한 느낌의 시닉 드라이브웨이였지요. 이 드라이브웨이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도시 데드우드는 정말 흥미롭던 곳이었습니다. 예전 서부 금광지역의 대표적인 도시였던 이곳은 서부극에 나오는 전설적인 총잡이 빌 히콕스가 활약했던 곳이자 하층노동자의 대명사가 된 쿠리, 중국인들의 눈물과 땀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죠. 지금은 식당마다 슬롯머신이 있는 카지노 타운이자 미국의 전형적인 소규모 관광도시입니다. 버팔로 스테이크로 유명한 식당 한켠에서는 옛날 식으로 사금을 물속에서 흔들어 걸러내는 체험을 해보게도 합니다. 물론 돈 받고서요..
데드우드에서 마운트 러쉬모어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진입로에서 이미 큰 바위에 새겨진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입구에서 당당하게 내민 국립공원 애뉴얼 패스. 그런데 입구의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우린 이것 안받고 주차요금 10달러를 현찰로만 받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국립공원 애뉴얼패스로 패스할 수 없는 유일한 국립공원이 아닐까 싶네요...
큰바위얼굴과 자그마한 박물관 하나가 볼거리의 전부라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습니다만 박물관 내에 전시된 동영상과 자료들을 하나씩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환경을 즐기고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원과 다르기 때문에 4명의 대통령이 누군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작업자와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잘 챙겨보는 것이 이 공원을 방문한 의미일 수 있겠지요.
러쉬모어에서 나오니 시간이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래피드시티의 호텔로 들어가자니 이른 것 같아서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커스터 스테이트파크와 윈드케이브가 있는 쪽이지요. 시간이나 때우자는 생각에 나선 이 길은 말 그대로 왕 대박이었습니다. 마운트 러쉬모어에서 16A를 타고 나오다가 87번을 갈아타고 죽 내려와야 합니다. 당초 385번을 타고 내려오려다가 길을 잘못 든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무지하게 좁고 노견도 없는 가파른 비탈길에다 차 한대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바위 터널, 차선도 없는 숲길이 계속 나타나면서 겁이 더럭 났었습니다(나중에 관광책자에 보니 이 길도 왕 추천받는 드라이브 코스라고 하네요)만 커스터 스테이트 파크 표지가 보이면서부터는 완전 야생동물의 천국이었습니다. 길 옆에 동물들이 나와 있는 수준이 아니라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마구잡이로 건너다니는 사슴, 칠면조, 바이슨, 프레리독 때문에 속도를 30마일 이상 낼 수 없었지요. 다행히 앞뒤로 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독특한 높은 소리를 내는 프레리독을 보느라 한 5분간은 길에 서 있기도 했구요 바로 제 차앞에서 싸움이 붙은 바이슨 떼를 피해가느라 진땀을 흘려야하기도 했답니다.

#15일째
래피드시티에서 90번 동쪽으로 달려서 배드랜드로 가는 길에 월이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고속도로 주변에 워낙에 free ice water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wall drug store를 알리는 간판이 많아 도대체 뭔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죠. 물론 저야 이 카페를 통해 알게된 곳이라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들었지요. ㅎㅎ.  역시나 지금도 얼음물은 무료라서 온가족이 한잔씩 마셨고 커피도 한잔에 단돈 5센트 받고 팔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나와 20~30분이면 접어드는 배드랜드는 이름처럼 메마르디 메마른 거친 황무지입니다. 황량하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심심한 곳이 아니라 독특하고 희한한 모양과 형형색색의 지층을 드러내는 특이한 바위산들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하면서도 환상적인 모습이랄까요... 주변에 사람들만 없다면 다른 행성에 나홀로 뚝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든답니다. ..이곳은 지금도 끊임없이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위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요르단이나 이집트의 바위산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언덕이 곳곳에 있는데 이곳을 올라가보니 실제 발로 조금만 힘을 줘도 흙이 우수수 떨어져나가는 약한 지반이더군요. 가만히 서 있으면 피부의 습기마저도 다 빠져나가는 듯한 강렬한 건조함에 이내 목이 말라오는 이곳 배드랜드는  더 이상 적합한 이름을 찾을 수 없는, 꼭 들어맞는 멋진 이름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드랜드를 나와서 숙소인 콜로라도 포트 콜린스로 향하는 길은 몹시 지루하고 힘든 길이었습니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찌르는 듯한 햇살을 맞으며 잠시 쉬어갈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한그루조차 없는 와이오밍의 밋밋한 평원을 내내 가로지르며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지요.

#16일째
록키산에 오르는 날입니다. 여러 회원님들께서 통상적으로 록키의 여름 날씨는 오후부터 뇌우를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알려주신 덕분에 아침 일찍 산에 올라가서 늦어도 2, 3시에는 나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원 동쪽입구의 베어레이크를 시작으로 34번 도로인 트레일 리지로드를 따라가면서 공원을 죽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알파인 비지터 센터에서 1만2천2피트 높이인 알파인 리지 트레일도 했구요.. 여기서부터 비가 뿌리기 시작했는데 툰드라 기후 지역이라더니 한여름인데도 살 떨리게 추웠습니다.
  비오는 록키를 빠져나와 덴버로 가는 40번 도로는 180도 커브로 연결되는 꼬불탕 도로의 지존급 같습니다. 차로 지그재그를 하거나 나선형계단을 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면 이해가 되실라나요...
어렵사리 들어선 덴버시내에서는 16th st mall로 갔습니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이 도로를 왕복하는 프리 셔틀을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는데 약간 명동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 파리나 몬트리올 같은 유럽도시 분위기도 뒤섞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덴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거리라고 하는데  길을 따라 레스토랑과 카페, 극장, 쇼핑센터들이 즐비하게 늘어섰습니다. 걸어다니기도 좋고 다리 아프면 수시로 다니는 프리셔틀을 타도 되고 돈내고 마차를 탈 수도 있습니다. 16번가를 벗어나면 지붕을 금으로 입혀놓은 콜로라도 주청사 건물과 시빅센터가 바로 연결됩니다. 16번가를 중심으로 덴버시의 하이라이트 볼거리는 죄다 몰려있는 셈이죠. 해발고도가 1마일이라는 덴버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설악산 보다 높다는 건가요?...여하튼 . 돔에 황금을 입힌 콜로라도 주청사 건물 앞 계단에는 해발 1마일이라는 표시가 돼 있습니다.

#17일째
한인타운인 오로라에서 든든한 아점을 먹은 뒤 집으로 향하는 날입니다.  차를 픽업하면서 0으로 맞춰 놓은 계기판 눈금은 어느새 4763마일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카페덕분에 쉽게 여행준비를 할 수 있었고 좋은 정보를 바탕으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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