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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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8일

평화로웠다. 너른 들판에는 풀이 자라 나풀거렸다. 풀 사이에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어 풀밭이 외롭지 않았다. 풀밭 옆으로 흐르는 강은 폭이 2차선 도로 정도 됐는데, 물은 적당히 있고 유속은 느렸다. 들판 주변에는 커다란 바위 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바위산은 들판을 감싸고 있어 들판은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바위산의 폭포는 높이가 수 백미터는 되어 보였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은 내려오면서 흩어졌다. 흩어진 물이 돌에 부딛혀 물이 튀었고, 다시 밑에서 모여 줄기를 이뤄 내려왔다. 나는 반지의제왕에 나오는 엘프들의 도시 리븐델을 생각했다. 엘프, 혹은 요정이 있다면 이런 곳에 있지 않을까.

요새미티 밸리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엘프가 산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잠을 제대로 못잤다. 잠자리가 영 불편했다. 전날 제대로 씻지 못해서 개운하지 않았다. 화장실 없는 방은 다시는 잡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워워나 호텔(Wawona Hotel)을 서둘러 나왔다.

글래시어 포인트(Glacier Point)로 가는 길은 닫혀 있었다. 산불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 안의 나무 상당수도 불에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세콰이아, 캥스캐년에서 봤던 광경과 비슷했다. 불에 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이 떼지어 죽었다. 죽지 않은 나무는 가지 위에 나뭇잎을 피웠다. 밑둥은 까맣게 그을려 화상의 흔적이 있었다.

요세미티 밸리에 들어가기 전 터널 뷰가 나왔다. 요세미티 남쪽 입구를 따라 공원으로 들어오는 길에 터널이 나왔고,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터널뷰가 있었다. 터널뷰는 과거 거대한 빙산이 요세미티 협곡을 미끄러져 간 흔적을 보기에 좋았다. 거의 정확히 'U자' 형 계곡이었다. 계곡을 끼고 하프 돔, 엘 캐피탄, 브라이들 폭포 등 요새미티의 명소들이 보였다. 터널뷰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었다. 가인드인지, 스냅샷 촬영 기사인지 나이가 지긋한 노인분이 관광객들에게 포즈를 잡으라고 했다. 앉아서 찍고, 누워서 찍고, 뒤로 찍고, 손을 올리고 찍고, 하트 모양을 하고 찍었다. 우리도 그 옆에서 비슷한 포즈를 취했다.

요세미티 밸리 안으로 차를 몰았다. 자이언에서 주차 탓에 고생을 해서인지, 주차장 자리를 찾는데 애를 썼다. 주차장은 우리가 가려는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에소 조금 더 가면 있었다. 캠핑장 이용객, 롯지 투숙객이 대는 구역을 피해 공용 구역에 주차를 해야 했다. 주차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자이언은 방문자 센터에 차를 전부 대고 셔틀버스를 타야 했는데, 요세미티는 군데군데 주차장이 있었다.

요세미티 폭포 트레일은 가팔랐다. 난이도 '어려움'으로 표시 돼 있었다. 초반 구간부터 구불구불 산길을 갈지자로 올랐다. 시윤이는 조금 가다가 멈춰 쉬었다. 힘이 부치는 것 같았다. 윤하가 시윤이를 거들며 같이 갔다. 둘이 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니 예뻤다. 힘들 때 함께 도우며 평생 살아 가기를 바랐다.


10-20분 가고 쉬고를 몇 번 반복하니 목적지인 '콜럼비아 록'(Columbia Rock)에 다다랐다. 한 시간 가량 걸렸다. 터널뷰와는 다른 각도에서 요세미티 밸리가 보였다. 발 아래 요세미티 빌리지가 있었다. 요세미티 폭포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원래 폭포가 보이는 줄 알고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도를 보니 폭포는 한 시간을 더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가고 싶은 맘이 컸지만 이내 접었다. 아이들이 더 가는 게 힘들다고 판단했다. 내려가서 폭포 아래쪽(Lower Yosemite Falls)만 보고 가자고 했다. 아래쪽에서 보는 길은 30분만 가면 됐다.

컬럼비아록까지 오르는 데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길은 어려웠지만, 오새미티 밸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여 아름다웠다.

온 길을 그대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양보했다. 미국 사람들은 올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내려가는 사람이 비켜준다. 나는 한국에서 등산을 잘 하지 않아 한국도 그런 지 잘 모른다. 미국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우리고 그렇게 했다. 비켜주면 대부분은 고맙다고 했고, 나는 눈을 마주치면 "헬로우", "노 프라블럼", "하우아유" 등으로 답했다.

다 내려와선 아이들이 "더는 못 가겠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피크닉 테이블을 찾았다. 아내가 준비한 도시락을 먹을 곳이 필요했다. 주차장 근처에 멋진 곳이 있었다. 센티널 비치 피크닉 구역(Sentinel Beach Picnic Area)이었다. 주차장에서 이 곳으로 가려면 10분 정도 걸어야 했는데, 가는 길이 너무나 예뻤다. 꿈에서 본 듯한 평화로운 평원, 평원을 가로 지르는 냇물, 그리고 그 평원을 감싸는 깍아지는 듯한 높은 돌산 등이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 냈다. 나는 엘프가 산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밥을 먹은 뒤 우리는 완전히 늘어졌다. 전날 5시간이나 되는 가장 긴 트레일을 했고, 밤 늦게 숙소에 도착한데다, 숙소가 불편해 잠도 제대로 못 잔 영향이었다. 밥을 먹은 뒤 바로 옆에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돗자리를 폈다. 우리는 물을 보면 늘 발이라도 한번 담궈야 직성이 풀린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먼저 운을 떼 줬고, 아이들이 그 담에 물에 들어갔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대부분 아이 있는 집이었다. 물은 얼음장 처럼 찬데, 다들 물에 잘 들어가 놀았다. 어떤 아이는 다리 위에서 다이빙을 했다. 다리에는 다이빙 금지 표지가 있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잘 노는 것을 본 뒤 돗자리에 누워 눈을 붙였다. 아내도 같이 누워 잠시 잠이 들었다.

3시간 가량을 여유롭게 있었다. 여행 일정은 빠듯했지만 중간중간 이런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숙소 체크인 전에 거울 호수 트레일을 하나 더 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이 트레일은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요세미티 폭포 아래쪽만 보고 가자고 했다.

폭포로 가는 길은 평탄했고 거리도 짧았다. 20분 만에 폭포에 갔다. 폭포 사진을 찍으려고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나는 바위 위로 조금 더 올라가 보자고 했다. 윤하는 반대했고 시윤이는 찬성했다. 나는 가족을 이끌고 바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내가 뒤따라 오다가 갑자기 넘어졌다. 바위가 미끄러운 탓이었다. 처음에는 뒤뚱이며 균형을 잡는 가 싶더니 이내 다시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쪘다. 하필이면 튀어나온 돌에 넘어져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옷을 살짝 들춰보니 넘어진 자국이 선명했다. 못 걷겠다는 아내 손을 잡고 차로 천천히 갔다. 가로질러 간다고 갔는데도 주차장까지 50분 넘게 걸렸다. 간신히 몸을 추스린 아내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바로 숙소 체크인을 하러 갔다. 이번 숙소는 커리 빌리지(Curry Villege)란 곳이었다. 요세미티 밸리 안에 있어 공원을 다니기 좋았다. 이 숙소는 예약을 몇 번이나 변경하며 간신히 잡은 곳인데, 공을 들인 만큼 숙소는 좋았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방에 있는 것이 좋았다. 화장실 있는 방이 너무나 고마웠다. 요세미티 공원 안의 숙소는 대부분 체크인이 오후 5시, 체크아웃은 오전 10시였다. 하지만 이 숙소는 11시에 체크아웃을 해도 좋다고 했다. 늦으면 벌금이 있다고 했다.

숙소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피자를 먹으러 갔다. 커리 빌리지에서 가장 먹을만 하다는 피자였다. 듣던 대로 사람이 많았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앉아 피자를 받아 들었다. 우리는 치즈피자를 기본으로 한 뒤 토핑으로 루꼴라, 양파, 버섯, 치킨을 얹었다. 양이 부족할까봐 마늘빵도 추가로 시켰다. 나는 IPA 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피자는 맛있었는데, 피자가 맛있다기 보다 분위기가 맛있었다. 요세미티 밸리 안에서 갓 구운 피자를 먹는 것이 호사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IPA 맥주가 너무나 시원하고 좋았다. 단번에 들이키고 싶은 것을 참고 홀짝홀짝 마셨다. 오랜 만에 술을 먹어서 그런지 한 잔만 마셨는데도 몸이 늘어졌다. 피곤한 상태에서 먹는 맥주는 시원하지만 치명적이다. 오늘 하루는 전반적으로 늘어져서 지냈는데, 아깝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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