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엔 레드우드에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1번 도로를 따라 북서부 해안일주 끝에 도달한 곳 레드우드.

감히 설명이나 감상을 적기에도 가슴이 벅찬 곳입니다.

 

레드우드에서 레이크 타호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서 잠시 정리할 기회가 있었어요.

하지만, 레이크 타호와 샌프란시스코에선 나돌아 댕기기 바빠서 울 사이트에 못들어왔네요.

며칠 지나긴 했지만 업로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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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푸른 바다는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강한 바람이 부는 검푸른 바다로 바뀝니다.

높고 거친 파도는 해안의 절벽을 향해 내달리고, 벼랑 끝 소나무는 비바람에도 홀로 의연합니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아스라이 사라지는 저녁 무렵 해안에는 안개가 자욱합니다.

깍아지른 절벽 위의 등대에 불이 켜지면 바다에 나갔던 배들이 어스름한 안개를 뚫고 항구로 돌아옵니다.

갈매기만이 그들의 노고를 아는 듯, 항구 주변을 맴돌며 그들을 맞이합니다.

 

북서 해안의 거친 바다는 자신의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늘마저 낮은 구름으로 수평선을 가리고, 아침 안개는 해안을 삼킨 채 짙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안개 사이로 우뚝 써있는 나무들...장엄한 교향곡처럼 바람과 대양과 대륙이 서로 어우러져 완벽한 절제미를 이룹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바람을 뚫어야만 도착하는 벼랑에 우뚝 솟은 등대.

등대지기의 친구는 바다사자와 고래 그리고 갈매기뿐입니다. 남쪽은 서정적인 바다보다는 거칠고 외로운 바다입니다.

이 고독한 바다는 바다에 사는 여러 동물만이 아니라 저 해안 너머의 레드우드를 키워 냅니다.

레드우드는 이런 바다의 바람과 안개로 수천년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습니다.

 

신비의 숲 레드우드

태고적 신비가 살아있는 곳, 비밀이 숲 레드우드 그 숲이 나를 불러들였습니다.

3일을 달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곳. 분명 레드우드의 정령이 이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건조한 한낮에 레드우드 숲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레드우드는 어제 낮에 우리의 발을 레드우드 근처에 묶어 두었습니다.

오늘 새벽 레드우드 숲에 들어서서야 어제 낮에 우리가 레드우드에 못 온 것이 단순한 사고나 우연히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새벽 안개가 짙게 내리운 아침. 작은 항구도시를 떠나 레드우드로 들어섭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안개와 나무그림자로 숲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나무의 정령들이 아직 깨어 있는 시간입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고, 레드우드의 정령을 잠들어 있을 테지요.

어슴프레 비쳐드는 햇빛으로 숲 안으로 들어갑니다.

비밀의 숲에 도달하기까지 숨죽이며 가만가만히 발자국 소리마저 죽여가며 걷습니다.

 

보이스카웃 트리로 가는 숲길...

사람의 발소리에 놀란 작은 다람쥐와 레드우드 가지 위에서 가만히 외부에서 온 우리를 지켜보는 올빼미 외에 아무도 없습니다.

싱그러운 이끼와 양치류, 레드우드의 냄새가 사람의 가슴을 정화시켜 줍니다.

레드우드 잎이 마치 융단처럼 깔린 오솔길이 우리를 안내합니다. 레드우드 나무에 시간의 이끼가 살며시 내려앉아 있습니다.

숲의 향기와 고요함 그리고 신비로운 기운이 우리를 비밀의 숲에 잠시 머무르게 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 새벽 레드우드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을 테지요.

어쩜 지금은 우리 때문에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나무들처럼, <나니아 연대기>의 나니아 나라에 사는 나무들처럼요.

머언 먼 옛날, 공룡들이 살던 시절부터 태고적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는 큰 나무 레드우드.

그 옛날 태고적 비밀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말하고 싶어질까봐 위로위로 자라서 하늘과 바람과만 이야기를 나누는 큰 나무.

그래서 우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뿐 말을 걸 수는 없습니다.

 

저 비밀의 숲에선 순한 눈을 가진 목이 긴 브라키오 사우르스가 레드우드 나뭇잎으로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저 고갯길을 넘어가서 브라키오를 만난다해도 이상할 것도 없을 듯합니다.

 

졸린 눈을 껌벅이며 우리를 지켜보는 저 올빼미가 잠이 들 때면, 이제 레드우드의 정령들도 깊은 잠에 들어갈 테지요.

조심조심 숲을 걷다 조용히 나옵니다. 저 아랫길에 사람들의 차가 몰려옵니다. 이제 레드우드 정령들이 잠이 듭니다.

 

아이는 빅트리를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토토로가 사는 녹나무랑 똑같다고 합니다.

녹나무의 정령 토토로. 아마도 토토로와 레드우드의 정령은 친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보이스카웃 트리 트레일을 빠져나오니 스타우드 그로브에 많은 차들이 몰려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 북적이는 사람의 소리, 비포장 도로에서 차들이 만들어낸 먼지를 뒤집어 쓴 나무들,

햇빛으로 밝아진 숲 속만이 남아있습니다. 대낮의 환한 햇빛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고,

레드우드 비밀의 숲은 사람들의 관광지로 바뀌었습니다.

스타우트 그로브의 숲과 길은 새벽의 그 신비로움이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레드우드 정령들이 잠들었기 때문입니다.

 

레드우드의 정령을 만나고 싶으시면, 새벽에 아침 안개가 아직 걷히기 전에

레드우드 가지에 사는 올빼미가 잠들기 전에 비밀의 숲에 가세요.

분명 레드우드의 정령이 온화한 웃음으로 조용히 맞이해 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캘리포니아에 온다면, 그때도 레드우드를 제일 먼저 찾을 겁니다.

그땐 레드우드 정령들과 밤을 나누고 싶습니다.

레드우드 큰 나무가 나에게 어떤 비밀을 이야기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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