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일 2014. 02. 09. (일요일) 맑음.

        오늘의 일정:
 
      ①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 이동 및 투어
      ② 일몰 감상 후 인근 지역 숙박

 
     오늘의 주요 일정은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South Rim)의 서쪽편을 탐방하는 것이다. 허밋 로드(Hermit Rd)를 따라 두루 돌면서 주변의 각 포인트별 경관을 두루 섭렵하고 저녁엔 호피 포인트(Hopi Pt)에서 일몰을 감상한 후 공원 남문과 가까운 윌리엄스의 발레(Valle) 지역에 위치한 숙소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 예정되어 있다. 총 이동거리는 220마일(354km), 이동시간은 4시간에 불과하여 모처럼 여정이 가볍다. 시간의 압박이 적으니 그간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도록 늦잠을 허하였다. 미국에 온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이제 시차에 적응하였는지 곧잘 잔다.
 
     새벽형 인간인 나 혼자 일찍 잠에서 깨었다. 가족들이 아직 잠에 취해 있는 동안 바깥으로 나가 날씨 점검 겸 별반 볼 것이 없는 숙소 일대를 한바퀴 산책해 보았다. 하늘은 쾌청하고 온도는 서늘하여 괜히 기분이 업된다. 잠시 후면 그랜드 캐니언을 만난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음식이 떨어지기 전에 식사 꺼리를 챙기러 프런트로 가 보았다. 리셉션의 테이블엔 백인 노인 대여섯 분이 빵과 커피를 앞에 두고 정담을 나누고 계셨다. 가볍게 인사 말씀을 드리니 반갑게 응대해 주시면서 어디서 왔느냐, 언제 왔느냐? 코리아 중 사우스냐 노스냐 질문 공세가 이어졌고, 나도 장난기를 좀 섞어 "물론 노스"라고 응수해 드리자 모두 깜놀하신다. "물론 농담"이라 말씀드리고 서로 한참 웃었다. 어줍잖은 영어지만 그 분들과 잠시 나누는 대화는 즐겁다. 다들 오랫동안 여행 중인 여행객들이라 하신다. 커피 2잔과 빵 서너 개를 양 손으로 들고 몸으로 문을 밀어 나오려 하는데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께서 벌떡 일어나셔서 친절하게도 출입문을 열어주시더라. 낯선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악의없는 조크 좋아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미국의 이런 면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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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맨을 출발하여 윌리엄스(Willams) 방면으로 가는 길(I-40)

 
     숙소를 빠져나와 가까운 주유소에서 기름을 만땅으로 채운다. 갤런당 3.01불. 지금껏 주유한 곳 중 가장 싸다. 원래 계획은 66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도중에 I-40으로 합류하는 것이었으나 깜박하여 내비가 추천하는 경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바로 I-40을 타버린 것이다. 수십 마일을 주행하고 나서야 아차하고 생각이 났으나 차를 되돌리기도 그렇고, 아쉽지만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덕분에 미 서부 개척사의 숱한 애환이 서려 있는 옛 Route 66을 주행해 보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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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사얀 근처에 이르니 사막지형은 끝나고 이런 울창한 숲 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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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입구


     윌리엄스와 투사얀을 거쳐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에 사우스 림 비지터 센터에 도착하였다. 주차 후 먼저 방문자 센터를 둘러보며 대협곡의 생성 과정 등 자연 공부를 잠시 한 후 가장 가까운 매써 포인트(Mather Pt)로 나가 보았다. 그랜드 캐년은 세 번째 방문이지만, 올 때마다 느끼는 경이로움은 그대로다. 지금까지 계속 평지로만 질주해 왔는데, 저 심연을 알 수 없는 아득하고도 거대한 계곡이 떡 하니 나타날 줄이야! (사실 지금껏 주행해 온 길은 콜로라도 고원(Colorado Plateau)의 일부여서 해발 고도가 상당히 높은 곳인데, 산이 없고 밋밋하여 고도를 느끼기 어려웠다. 매써 포인트만 하더라도 해발 2,170m로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보다 훨씬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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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 림의 대표 명소인 Mather Point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장관을 지켜보고 있다.

 

     그랜드 캐니언은 콜로라도 고원이 오랜 세월동안 침식되어 형성된 거대한 계곡이다. 계곡 아래를 흐르는 콜로라도 강의 길이는 총 446km, 계곡의 최대 깊이가 1,600m, 계곡의 가장 넓은 폭이 무려 29km에 이른다고 하나, 수치만으론 그 어마어마함을 짐작하기가 쉽진 않다. 직접 와서 생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기 전까지는 어떤 언어로도 형용하기 여러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니 이 곳의 풍광이 너무도 장엄하여 오히려 아무 감흥이 일어나지 않더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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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her Point


     그랜드 캐니언은 지질학의 타임캡슐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이 계곡은 생성 연대별로 퇴적된 토양과 암석이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데, 대략 12~13층으로 분류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제일 높은 곳 표면의 지층(Kaibab Formation; 카이밥 형성물)은 가장 젊은 연령대에 속하는 반면, 협곡 바닥쪽으로 내려 갈 수록 오래된 노령의 지층이 되는 것이다.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기층(基層)인 비쉬누 기반암(Vishnu Basement Rocks)의 나이는 약 20억년, 최상층인 카이밥 형성물은 2억 7천만년 정도라고 하니 1,600미터에 이르는 계곡의 높이에 18억년이라는 시간차를 가지고 각각의 연대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각 지층별로 그 시대에 번성했던 다양한 종류의 생물 화석들이 출토된다고 한다. 저 계곡 아래로 떠나는 트레일은 무려 18억년에 걸친 시간여행을 하는 셈인데, 당연(?)하게도 우린 트레일 계획이 없다. 그냥 눈호강으로 만족하고 떠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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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써 포인트 아래의 벼랑에 보이는 지층들. 저마다 층당 1~2억년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매써 포인트를 관람하고 나서 주위 벤취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그랜드 캐니언 구경에 나섰다. 예정대로 오늘 둘러볼 곳은 서쪽 허미츠 레스트(Hermit's Rest)까지 이동하면서 중간중간의 전망을 즐기는 것이다. 원래 개인 승용차는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지만 동계 비수기(12월~이듬해 2월)엔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이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개인 승용차 통행이 허용되는데 덕분에 허밋 로드의 서쪽 끝까지 기분 내키는 대로 머물고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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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 림의 서쪽 개념도(출처:미 국립공원 공식 사이트)


       오늘 우리가 집중 감상(?)할 부분의 맵. 지도상의 맨 우측에 방문자 센터가 있고, 왼쪽 방향으로 매써 포인트, 야바파이 포인트가 보이고,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웨스트림으로 불리기도 하는 셔틀버스의 허밋 로드이다(정확하게는 허미츠 레스트 루트(Hermit's Rest Route)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노선도임). 각 포인트별 사진 몇 장을 아래에 게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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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her Poin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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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 Tovar 호텔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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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 Tovar 호텔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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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 Tovar 호텔 근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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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Trailview Overlook 근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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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라도 강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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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pi Point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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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마 포인트(Pima Pt)를 지날 무렵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여 협곡의 측면에 석양을 비추니 안 그래도 붉은 협곡이 더욱 븕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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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마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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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 끝단인 허밋츠 레스트(Hermit's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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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밋츠 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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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밋츠 레스트에도 석양이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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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에 만난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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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피포인트에서 보는 일몰
 

      호피 포인트(Hpoi Pt)엔 수많은 관람객들이 미리 진을 치고 일몰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가 지자마자 기온이 급강하하여 무척 쌀쌀해지니 모두들 두터운 패딩 점퍼를 입고도 덜덜 떨면서 저 협곡 너머로 해가 떨어져 숨는 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이 일몰 장면을 마지막으로 우린 다시 남문을 빠져나와 윌리엄스와 투사얀의 중간 지점인 발레에 있는 숙소에 투숙하여 하루를 마감한다.    (02.09. 일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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