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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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4일


사람 얼굴 모양이 있다는 치리카후아 국가 기념물에 가는 날이다. 이번 미국 둘 달 여행은 국립공원(National Park) 위주로 잡았는데, 유일하게 들른 국가 기념물(National Monument)이다. 국가 기념물은 국립공원 수준은 아니지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 보존할 가치를 인정 받은 준 국립공원이라 할 수 있다.

숙소인 라스크루시스에서 출발이 다소 늦었다. 우리는 6시 기상, 8시 체크아웃을 목표로 했는데 오늘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아이 둘을 이끌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는 것이 늘 쉽지 않다. 그나마 목적지 시차가 한 시간 늦어 한 시간을 '벌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치리카후아는 뉴멕시코주의 라스크루시스와 애리조나 투손 사이에 있다. I-10 고속도로를 타고 투손 방향으로 가다가 중간에 남쪽으로 빠져 나가 국도로 가야 한다. 구글 맵으로 검색한 뒤 아무 생각 없이 알려주는 대로 갔다. 가는 길은 너무나 한적했다. 얼마나 한적했는 지 도로에 있는 차를 거의 보지 못했다. 20여분 간 단 한 대의 차도 보지 못했을 정도다. 이 길이 맞나 싶은 찰나,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다시 뒤로 가기도 힘들고, 구글이 알려준 길이어서 괜찮겠지 하고 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안 괜찮았다. 비포장 길은 산으로 향했다. 산 하나를 비포장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한 쪽은 천길 낭떨어지고, 다른 비탈면은 산사태가 금방이라도 날 것 같은 아찔한 바위 산이었다. 한참을 가는데 반대 편에서 차 한 대가 지나갔다. 그 한 대의 차가 어찌나 안도감을 줬는지 모른다. 산을 간신히 넘어 아래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구글이 알려준 좌회전 길이 막혀 있었다. 더구나 휴대폰은 터지지도 않아 검색이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난 길 그대로 직진으로 계속 갔다. 비포장 길은 점점 좋아지더니 '드디어' 포장 도로와 만났다. 아이들도, 아내도, 나도 감격에 겨웠다. '포장된 길이 너무 좋다'고 다들 탄성을 내뱉었다.

간신히 치리카후아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공원 입구에서 20여분이나 사진을 찍었다. 간신히 도착했기 때문에 감격에 겨웠다. 방문자 센터에도 사람이 없었다. 레인저는 우리를 보고 친절하게 응대해 줬다. 치리카후아는 인디언 말로, '터키'란 뜻이란다. 왜 터키란 단어를 공원 이름으로 썼는지 알 수 없었다. 아내는 어뚱하게도 방문자 센터에서 파는 도마를 사고 싶다고 골라 들었다. 도마의 나무가 튼튼하다며 너무 좋아했다. 아내는 나와 15년 넘게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아내가 이해 안 될 때가 많다.

치리카후아의 첫 목적지는 마사이 포인트였다. 방문자센터에서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나오는 곳이다. 이 곳은 전망대 같은 곳인데, 올라가자 그동안의 '고생'이 한번에 씻겨 가는 느낌이었다. 마사이 포인트에서 본 전망은 기가 막혔다. 눈 앞에 왠 기괴한 바위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바위는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사람 모양 같기도 하고, 정승 같기도 했다. 그런 돌들이 수두룩하게 줄지어 있는 것이 '장관'이었다. 이 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피크닉 테이블에는 먼저 온 나이 든 노인 분들 여럿이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자신들 옆에서 먹어도 된다고 손짓했다.

점심 이후 트레일에 나섰다. '에코 캐년 트레일'이란 곳이었다. 3.2마일 구간을 빙 둘러 가는 코스다. 2-3시간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선택했다. 이 트레일을 타면 마사이 포인트에서 본 기괴한 돌들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역시 트레일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곳은 비포장 길을 타야 되기 때문인지, 인근에 더 좋은 국립공원이 많은 영향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듯했다. 트레일 길은 먼지 투성이었다. 우리는 등산용 샌들을 신고 갔는데 금세 먼지로 뒤덮여 신발이 하얗게 됐다. 안으로 들어가니 길이 생각보다 험했다. 아이들이 걱정이었는데, 기우였다. 너무나 잘 걸어가 줬다. 어느새 훌쩍 큰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하다. 더 이상 애가 아닌 듯 해서 아쉬운 맘이 든다.

정승 모양의 돌 사이를 걷고 있으니 마치 '신의 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엄한 돌 신이 빙 둘러 우리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 돌들은 과거 화산이 분출된 것이 굳어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비, 바람에 깍인 것이란 것을 머리로 알고 갔지만 실제 머리로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전혀 달랐다. 시윤이는 돌에 노랑색, 혹은 초록색 빛이 나는 것이 왜 그런 것 같냐고 물었다. '과학적'으로가 아닌,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는 돌 거인들이 오줌을 싼 것 같다는 유치한 답을 했다. 그 답에 시윤이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며 낄낄대고 웃었다. 나는 장단을 잘 맞춰준 것 같아서 속으로 웃었다.

트레일은 두 시간 조금 넘게 걸려서 끝났다. 아이들은 지쳐 보였다. 하지만 할 만 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늘 짠하다.

장엄한 돌산을 뒤로 하고 우리는 숙소인 투손으로 향했다. 투손은 커다란 시골 마을 같았는데, 우리 숙소는 주방이 잘 갖춰져 있었다. 100달러 조금 넘는 돈으로 예약한 것 치고는 너무나 맘에 들었다. 내일은 세상에서 가장 기운이 세다는 세도나에 들어간다. 세도나는 또 어떤 모습일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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