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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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9일

Lake Powell Motel(Page) - Antelope Point Launch Ramp - 그렌 캐년 댐 전망대 - Carl Hayden Visitor Center - The View Hotel

이동거리 152mi.

애리조나의 강풍은 거셌다. 카약으로 강을 따라 앤텔로프 캐년(Antelope Canyon)에 다다랐던 우리는 노를 저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역류를 만났다. 페이지에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로 차를 타고 갈 땐 모래 폭풍이 불었다. 차는 휘청거렸고, 시야는 흐렸으며, 차 문을 열자 문이 종잇장 처럼 나부꼈다. 여행에선 늘 예상치 못 한 변수가 생긴다.

오늘은 앤텔로프 캐년을 카약으로 들어가는 투어가 있는 날이다. 나는 애초 앤텔로프 캐년은 가지 않으려 했다. 사진 찍으러 1인당 100달러 이상 내고 가고 싶지 않았다. 앤텔로프 캐년은 인스타그램 '성지' 같은 곳으로, 사진이 잘 나온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이 곳에 가려면 원주민인 나바호 부족 후손들이 운영하는 투어 업체를 이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고 프로그램도 별 게 없어 보였다. 맘이 바뀐 것은 내가 좋아하는 콘셉트의 투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앤텔로프 강을 따라 카약을 타고 간 뒤 걸어서 한 시간 가량 들어가면 앤텔로프 캐년에 다다를 수 있었다. 1일 1트래킹 콘셉트에도 맞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어 출발 시간은 오전 7시. 숙소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쌌다. 페이지 숙소에는 주방, 세탁기, 건조기가 있어 장을 봐서 스테이크를 굽고, 반찬을 만들었으며, 빨래를 했다. 덕분에 잠을 많이 못 잤다. 투어 업체 사무실에 들러 '죽어도 좋다는 사인'을 한 뒤, 15분 가량을 더 달려 출발 지점으로 갔다. 6시 45분쯤 되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20명 가까이 있었다. 구명조끼, 노, 물 등을 받아서 카약에 올랐다. 카약을 두 명씩 타는 것인데, 나는 시윤이와 탔고 아내는 윤하와 탔다.

콜로라도 강의 지류인 앤텔로프 강은 거칠었다. 물은 찼고, 물살이 셌다. 우리는 노를 한 시간 넘게 저었다. 2.5마일을 노를 저어 들어가야 한다. 카약 투어 경험이 여러번 있지만 쉽지 않았다. 강 하류를 따라 들어가다가 캐년 쪽으로 꺽어서 더 들어갔다. 신세계가 펼쳐진 듯했다. 강을 따라 30~40미터 높이의 희고 큰 암석 절벽이 아찔하게 나타났다. 아무런 생명체도 없을 것 같았다. 척박하고 메말라 보였다. 강 폭은 점점 좁아졌고, 드디어 물이 없는 지점까지 갔다. 이 곳 부터는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카약에서 내리니 말로만 듣던 앤텔로프 캐년 비슷한 것이 나왔다. 황토색 도자기를 손으로 빚어 놓은 듯한 절벽이 이어졌다. 바닥은 황토색 모래와 흙이 있었고, 드문드문 풀도 났다. 계속 들어가면 폭이 계속 좁아져 한 사람이 간신히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로워 앤텔로프 캐년이었다. 2.5마일 노를 젓고, 1.5마일 트래킹을 한 보람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우리는 연신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사진 찍고 돌아가니 일행 상당수가 이미 카약을 끌고 떠났다. 우리는 부지런히 노를 저었는데, 강풍이 거세 카약이 앞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그래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기다리고 있을 일행들을 생각하니 지체할 수 없었다.

로워 엔텔로프 캐년은 점점 길이 좁아져 한 사람이 간신히 갈 정도가 된다.

아둥바둥 노를 저어 가는데 저 쪽에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투어 가이드는 강풍이 거세 카약으로 가는 것이 힘들것 같다고 했다. 패트롤이 와서 철수하란 말도 했다. 투어 업체에서 급하게 보트를 보냈다. 우선 카약을 두고 사람만 타서 가기로 했다. 보트를 탄 뒤 우리는 안도했다. 투어를 하지 않고 카약을 렌트한 사람들은 강 한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보트는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으로 달렸다. 바람이 어찌나 센 지 보트 위에 앉아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물살이 거세져 보트로 가는 동안 물에 흠뻑 젖었다. 가이드는 풍속이 20마일이 넘었고, 협곡에선 돌풍이 더 거세다고 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늦게 출발 했으면 출발도 못 할뻔 했다.

투어에서 '무사히' 돌아온 우리는 차가 세워진 곳으로 갔다. 차 문을 여니 차 문이 뒤로 휘어질 정도의 거센 바람이 불었다. 트렁크 문을 열었는데, 뒤로 제쳐서 날아갈 것 같아 문을 잡고 있었다. 도저히 뭘 더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밥을 먹고 간단히 글렌 캐년 댐 등을 둘러본 뒤 다음 목적지인 모뉴먼트 밸리로 향했다. 두 시간 거리의 이 곳을 가는데 모래 폭풍이 닥쳤다. 강풍이 주변 모래들을 휩쓸어 모래 장대비를 만들어 냈다. 눈 내리는 날 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차들이 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모래 폭풍을 뚫고 간신히 숙소인 '더 뷰 호텔'(The View Hotel)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직전 통행료를 징수했다. 모뉴번트 밸리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자치 구역이다. 일종의 통행세를 받아갔다. 우리는 모뉴먼트 밸리 내 유일한 호텔인 '더 뷰 호텔'에서 잘 예정이었는데, 그럼에도 통행료는 내야 했다. 더 뷰 호텔 또한 나바호 인디언들이 운영하고 있는데도 이중으로 돈을 지불하는 느낌이었다. 6세 이상은 성인으로 간주해 1인당 전부 8달러씩 내야 했다.

숙소는 좋았다. 방에 들어가 베란다 문을 여니 바로 앞에 모뉴먼트 밸리 풍경이 펼쳐졌다. 한 밤이 되니 쏟아지는 듯한 별이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바하마 크루즈 여행 때 베란다에서 본 별이 가장 좋았다. 이 곳에서 보는 별도 못지 않았다. 주변에 빛이 없어 더 잘 보이는 듯했다. 더 뷰 호텔만 있어도 모뉴먼트 밸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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