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일차 : 2015년 8월 29일(토요일)

 

 

 

부인들은 아침에 차만 타면 잔다. 이건 조는 차원이 아니라 취침이다. 써니는 아예 내 옆구리로 파고든다. 그리고 일제히 깨어나 오늘 저녁 메뉴는 무엇이고 내일 아침, 점심 메뉴까지 짜는 일을 반복한다. 나는 아침마다 우리가 미국에 온 이유가 오늘 하루를 위해서 왔으니 밥은 대충 먹고 최대한 즐기라고 해도 소용없다.

 

 

클라라의 남편사랑은 각별하다. 미산은 바지를 2개만 가져왔단다. 밤에 옷을 빨아 목욕탕 타올 사이에 넣고 밟아서 물기를 빼고 다시 헤어드라이어로 말려서 다음날 입힌다. 시애틀에서는 친구 집을 방문한다고 바지 주름까지 잡아준다. 가려운 데를 알아서 긁어줄 것 같다. 미산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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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는 시집올 때 혼수품이었다는 미제 슬로우 쿠커를 가져왔다. 뚜껑이 사기로 되어 있어 비행기에서 안고 왔다. 저것으로 무엇을 하는 가 했더니 저녁에 온갖 야채와 고기를 넣고 틀어놓으면 아침에는 걸쭉한 보양식이 되어 있다. 김치찌개, 닭도리탕, 카레, 등갈비 찜, 샌드위치 ...못하는 요리가 없다. 미국에 오니 온통 유기농이고 천연제품이라 클라라의 코드에 딱 맞는 모양이다.

 

 

미산을 잘 먹이려다 우리까지 덕을 보는 것은 좋은데 나중이 걱정이다. 미국 가서 뭐했냐하면 밥한 기억밖에 없다고 할 것 같다.

 

 

라면 18봉지가 아직도 그대로다. 제발 라면도 먹고 아침엔 토스트에 우유, 점심은 밥 솥 단지에 상추쌈만 먹자고 하여도 송원과 미산은 그래도 김치는 있어야 한단다. 라면을 먹어 본 미산이하는 말, ‘라면도 맛있네’한다.

 

 

오늘의 여정은 모뉴멘트 밸리를 구경하고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모뉴멘트 밸리는 처음 오는 곳이고 서부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라 기대가 되는 곳이다.

 

 

먼저 인디언 선사 유적지를 방문한다. 160번 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간다. 아침이라 차도 없는데 앞차 하나가 세월아 네월아 한다. 딱 추월하기 좋은 곳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고! 하였더니 송원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휙 지나며 얼핏 보니 셰리프 차다. 비지터 센타에 주차하니 제복입은 세리프가 부른다. 송원이 바짝 쫀다. 속도가 어떻고 추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고 뭐 그러는 것 같더니 그냥 가란다. 재무담당 미산이 페날티는 각자 부담이란다. 송원, 오늘 돈 벌었다.

 

 

모뉴멘트 비지터 센타에 들르니 여기도 온통 존 웨인이다. 저 아래 보이는 벙어리 장갑 돌기둥 사이를 말을 타고 오는 존 웨인의 모습이 걸려있다. 카우보이모자에 스카프, 수색자라는 서부영화다.

 

 

모뉴멘트 밸리 관광은 비지터 센타에서 멀리 내려다 본 다음에 저 아래 비포장도로를 따라 가면서 지도에 나오는 순서대로 바위 밑에까지 가 보는 것이다. 우리 차는 4륜구동이라 먼지를 날리며 달려본다. 그러나 여자나 바위는 멀리서 보아야 제 맛이다. 가까이 가보면 그냥 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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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내가 운전인데 구스 넥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 가 보잔다. 밥 먹고 하는 운전은 부담스러운데 한참을 들어간다. 이 외진 곳에도 게이트가 있어 한 사람이 들어앉아 입장료를 받고 있다. 6달러를 내란다.

 

 

구스 넥은 거위 모가지인데 물줄기가 굽이굽이 돌아가는 곳을 말한다. 물줄기가 거위 모가지다, 땅 모양이 모가지라고 서로 우긴다. 내 보기엔 뱀장어인데 거위라고 하니 헷갈린다. 방문자라고 우리뿐이다. 저 양반 우리 때문에 오늘 햄버거라도 사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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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페이지로 향한다. 황량한 사막길이 쭉쭉 뻗어있다. 조수도 자고 내비도 할 일이 없어 조용하다. 크루즈를 걸어놓고 CD로 구워온 노래를 따라 부른다.

 

 

페이지를 지나니 피곤하다. 3시간을 쉬지 않고 왔다. 내비는 예약한 숙소까지 아직도 한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해는 저물어 가는데 나는 이제 죽었구나 하는데 한 15분쯤 가니 갑자기 내비가 다 왔다고 한다.

 

 

예약한 숙소가 맞다. High Desert Lodge, 말 그대로 사막 한 가운데 있다, 그런데 숙소 한쪽 마당에 캐터링 써비스라 써놓고 원탁 파라솔을 놓고 음료와 간단한 음식을 팔고 있다. 바비큐 장비도 있어 그냥 쓰란다. 마침 고기를 사 놓은 것이 있어 바비큐도하고 찌개도 끓이며 늦게까지 만찬을 즐겼다.

 

 

이동 : Tuba City - Navajo National Monument - Monument Valley - Goose Necks - Page - Big Water

숙소 : High Desert Lodge, 605 South Independence Dr Big Water, Utah

 

 

 

가가

벤토코리아

 www.bento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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