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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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5일

센추리 플라자 호텔 & 스파 - Twin Peaks Resort

이동거리 750Km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나는 나와 우리 가족에 대해 좀 더 알게 됐다. 그동안 다 안다고 생각했는 데 그렇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 한 것을 보고, 느끼고, 알게됐다. 삶이란 여정 중 미국 두 달 여행이 이정표를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침 11시쯤 간신히 호텔을 나섰다. 캐나다에선 아이들도, 나도 늦잠을 많이 잤다. 여행이 길어지니 긴장감이 떨어진 것 같다. 1부 캐년 시리즈 여행에선 트레일이 많고 일정이 빡빡해 긴장감도 컸다. 2부 서부 해안 여행에선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 도시 여행이 많았고, 컨디션이 중간에 확 떨어진데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감흥도 덜 해진 것 같다.

우리는 밴쿠버를 끝으로 2부 서부 해안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는 밴쿠버에서 베일몬트(Valemount)로 9시간 가량 운전하며 다시 고삐를 쥐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늦게 나가면 하루가 짧고 아쉽다. 오늘도 11시에 나온 탓에 숙소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다 됐다. 숙소에서 아내는 국수를 삶아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했다. 나는 그 새 바베큐 그릴에 삼겹살을 구웠다. 너무 맛이 있었지만 밤이 늦어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웠다. 숙소인 트윈픽스 리조트는 독채에다 면적이 커서 좋았다. 주인 아줌마는 너무나 상냥하게 우리를 맞아 줬다. 장작을 따로 줬는데 늦은 밤이라 못 피워서 아쉬움이 더했다. 아내는 아침에 도시락 싸고 짐 싸고 부지런을 떨었는데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아 늦었다며 속상해 했다.

오늘 하루는 이동만 했다. 이동 거리가 750Km에 달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도량형을 국제 표준으로 쓰고, 거리도 마일 대신 킬로미터로 표기한다. 나는 밴쿠버에서 재스퍼 까지 가는 길이 넓은 고속도로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길 대부분은 편도 2차선의 좁은 도로였다. 더구나 산길이어서 운전하기 만만치 않았다. 나는 5년 여 전인 2017년 2월에 밴쿠버 여행을 왔을 때 재스퍼, 밴프까지 렌터카로 가려 했었다. 아내가 말려 비행기를 타고 갔다. 막상 차로 와 보니 겨울에 안 오길 잘했다 싶었다. 겨울에 눈이 오면 이 길은 답이 없어 보였다.

이동하는 내내 아내는 '놀면 뭐하니' 를 노트북으로 봤다. 아이들은 패드를 보다, 엄마 노트북을 보다 했다. 운전하면서 나는 그동안 여행을 생각했다. 돈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꽉 채워 이번 여행에서 다 쓰고 간다. 여행 직전부터 환율은 급등했고, 유가는 폭등했으며, 물가가 올라 호텔비와 레스토랑이 다 올랐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20~30% 가량 더 쓰는 것이 나는 내내 불편했다. 이왕 하는 여행이니 돈 생각 하지 말자고 해도 자꾸 생각났다. 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데 리터당 2100원쯤 했다. 한국 기름값이 2000원을 훨씬 넘었다는데, 캐나다도 그랬다. 캐나다는 기름이 많이 나오는 산유국인데도 이러니 나는 한국에 돌아가 차 끄는 것이 두려워졌다. 나는 이 곳에서 더 잘 놀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여행지에서 사람이 적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비싼 물가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더 다니는 것 같다.

여행을 통해 나는 나와 가족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결혼한 지 13년이 됐는데도 나는 아내가 종종 낯설다. 여행하는 내내 붙어있다 보니 내가 모르는 아내를 종종 보게된다.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통해 나는 나를 자꾸 보게됐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 지 스스로 알지 못하고 산 것 같다. 나는 나의 딸 윤하, 시윤이를 보면서도 낯설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나는 그 낯선 것이 낯설지만, 더 늦지 않고 낯설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여행을 하며 우리 가족의 여행 스타일을 보니 돈 쓸 땐 숙소에 쓰는 게 나았다. 비싼 음식점에서 먹는 것은 효율이 낮았다. 우리는 숙소가 크고 좋으면 훨씬 더 좋았다. 아내가 한 음식은 웬만한 레스토랑 보다 더 나아, 우리는 숙소에 좀 더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종종 기분 낼 때는 좋은 레스토랑에서 내는 것이 낫다고 아내와 합의를 봤다. 이를 위해 최대한 식비를 아끼기로 했다.

나는 3부 여행이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 우리는 1부 캐년 시리즈 여행을 하는 것보다 2부 서부 해안 여행에서 더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거창하지만 삭막한 서부 보다는, 물이 많고 나무가 많고 눈이 많은 것이 좋았다. 캐나다 로키 산맥인 재스퍼와 밴프는 이 모든 게 있다. 우리는 캐나다 로키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글레셔스, 옐로스톤, 티톤, 로키 마운틴 까지 갈 예정이다. 3부 여행도 순조롭고 건강하게 지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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