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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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4일


스탠리 공원(Stanley Park)은 올 때마다 안식과 평화를 안겨 줬다. 복잡한 생각은 스르륵 사라지고 머릿속이 가뿐해졌다. 나는 이 공원에서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무 걱정이 없어 보였다.

어제 사 온 빵으로 아내가 샌드위치를 했다. 우리는 여행 중 마트 빵을 주로 먹었는데, 아내가 제대로 된 빵을 사보겠다며 간 곳이 브레카 베이커리(Breka Bakery)였다. 샌드위치도 팔았지만 우리는 빵만 사고, 다른 재료는 마트에서 장을 봐서 샀다. 샌드위치 맛은 기가 막혔다. 나는 아내가 가족을 잘 먹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대단하게 느낀다.

오전에 호텔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 들렀다. 스탠리 공원과 밴쿠버 일대를 여행하는 데 자전거 만한 게 없다.

우리는 오전 10시쯤 갔는데 40분을 기다렸다. 날씨가 좋아 손님이 많았다. 호텔에서 소개받고 왔다고 하고 쿠폰을 줬더니 10% 할인을 해줬다. 나는 일반 자전거로 네 대를 빌리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가 막내 시윤이는 어린이 자전거를 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점원은 어린이 자전거가 작다며 일반 자전거를 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아내 말이 맞았다. 막상 자전거에 앉아 보니 일반 자전거는 시윤이에게 컸다. 아내는 어린이 자전거 가격이 다르니 계산을 다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가고 싶은데 1달러라도 따지는 아내는 이런 게 용납이 안 된다. 나는 점원에게 다시 가서 계산을 다시 한 뒤 결제도 다시 해 달라고 했다. 점원은 다른 손님을 받고 있어 기다리라고 했다.

다행히 다른 점원이 와서 계산을 다시 해줬다. 이 일을 처리하는 데 20분이 걸렸다. 나는 미국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가장 난감하고 힘들다. 미국(또는 캐나다) 사람들은 본인이 실수해 계산을 잘못 했거나 변경을 요청하면 일 처리를 느리고 서툴다. 나는 미국 마트에서 점원이 여러번 계산 실수 하는 것을 봤는데, 얼마 안 되는 금액이면 그냥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아내는 다만 1달러라도 기어코 받아 내려고 해 아내와 다툴 때도 있었다.

한 시간 가까이 자전거 대여점에서 '일 처리'를 한 뒤 간신히 자전거 패달을 밟았다. 자전거 상태는 좋았다. 지금까지 대여해 본 것 중 가장 나았다. 우리는 밴쿠버 북쪽의 해안선으로 올라가 서쪽 편에 있는 스탠리 공원으로 향했다. 스탠리 공원을 해안선을 따라 죽 돈 뒤 남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다운타운으로 가는 동선을 짰다. 이렇게 하면 밴쿠버의 해안선 중 북, 서, 남 방향을 볼 수 있다.

밴쿠버의 자전거길은 잘 갖춰져 있어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5년여 전에 왔을 때보다 자전거 길이 훨씬 좋아졌다.

밴쿠버의 자전거 길은 미국보다 잘 갖춰져 있었다. 자전거 길, 차도, 인도가 모두 분리됐고 일부는 자전거만 일방 통행으로 갈 수 있어 사고날 위험이 적었다. 우리는 스탠리 공원으로 가는 길에 자주 멈춰 사진을 찍고 풍경을 봤다. 밴쿠버 북쪽에는 밴쿠버 항구가 있는데 폭이 좁아 강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강 같은 바다에는 바다에서 내리고 뜨는 비행기가 다녀 장관을 이뤘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지 수시로 뜨고 내리고 했다.

스탠리 공원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이 부쩍 많았다. 이날은 금요일이라 어린이집, 초등학교 같은 곳에서 소풍 온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공원에 온 것이 신이 난 지 엄청나게 시끄럽고, 흥분해 있었다. 그 작은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큰 에너지가 나오는지 나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우리는 공원 중간중간 있는 잔디밭의 피크닉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아내는 새우와 버섯으로 덮밥을 만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이 축구하고, 배드민턴 치고, 누워서 책을 봤다. 나는 밥을 먹고 완전히 늘어져 한숨 자고 싶었다. 하지만 마냥 있을 수 없어 간신히 털고 일어났다.

자전거로 계속 해안선을 돌았다. 스탠리 공원 해안선에는 해변이 5-6개쯤 있었다. 아이들은 해변에 노는 아이들을 보며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시윤이는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아빠를 탓했다. 나는 물이 차서 못 들어간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시윤이는 물만 보면 들어가려고 해서 아내는 물가에 갈 때마다 수영복을 쌀 지 고민한다. 자전거를 타는 데 수영복에 수건에, 마른 옷을 또 싸는 게 번거로워 나는 아내에게 수영하지 말자고 했었다. 자전거를 타고 더 들어가니 아예 수영장이 나왔다. 레일도 있고 물놀이도 할 수 있는 제법 큰 수영장이었다. 시윤이는 이제 큰 소리로 아빠를 원망했다. 나는 그 원망을 받아내며 길을 재촉했다.

스탠리 공원 서쪽 편에는 제법 그럴듯 한 해변이 있었다. 그 해변에 많은 사람들이 죽 늘어져 있었다. 물에 들어간 사람보다는 누워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세 번째 해변(Third Beach)에서 모래놀이를 하고 놀았다. 나와 아내는 해변 위쪽에 앉아 노는 아이들을 지켜봤다. 스탠리 공원에는 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몸 좋은 사람을 동경해서 힐끔힐끔 쳐다봤다. 6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이 근육빌 몸매를 뽐냈다. 몸 좋은 사람들은 웃통을 벗고 있거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내는 반대로 여자들을 보는데, "밴쿠버 사람들은 옷을 잘 입는다"고 했다. 밴쿠버에는 멋쟁이가 많은 것 같았다. 밴쿠버는 또 유색인종이 많았다. 미국 LA, 뉴욕 보다 더 인종 다양성이 큰 것 같았다.나는 밴쿠버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았다.

밴쿠버 스탠리 공원 서쪽에는 해변이 여럿 있다. 해변만 보면 그저그런 해변이지만, 멋쟁이 밴쿠버 사람들이 이 해변을 채우고 있어 돋보이는 해변이 됐다.

해변에 늘어져 있으니 시간도 늘어진 것 같았다. 나는 예전에도 밴쿠버 스탠리 공원에 왔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밴쿠버에만 오면 복잡한 속내가 다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우리는 간신히 몸을 추스려 자전거를 반납하고 장을 봐서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선 차로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전에 아내와 여행 왔을 때 갔던 피시앤드칩스 집인 고 피시(Go Fish)였다. 아내는 종종 이 집이 생각났는 지 밴쿠버에 가면 꼭 가봐야 한다고 했다. 이 가게는 피셔먼스 워프 바로 앞에 있다. 차를 가게 바로 앞에 대고 주문을 했다. 전날 먹은 넙치(Halibut) 두 조각과 연어 타콘, 참치 타콘을 시켰다. 아내가 부족할 것 같다는 것을, 그랜빌 섬에 가서 또 먹자며 달래서 조금 시켰다. 또 잘못된 판단이었다.

음식이 주문한 지 30-40분 만에 나왔다. 좌석이 땡볕이라 기다리면서 지쳤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윤하는 넙치 3분의 2 조각을 잘라 먹으려다가 땅바닥에 흘렸다. 다들 '악' 하는 소리를 냈다. 시윤이가 냉큼 집어 먹어도 될 것 같다고 하는 것을 말려서 먹지 못하게 했다. 그만큼 다들 허기지고 지쳐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음식을, 그나마도 일부 버려서 다 먹고도 배고팠다. 나는 윤하에게 피시앤칩스 하나를 더 주문하라고 했다. 또 30분이 지났다. 나는 생선은 손도 못 대보고 감자만 먹었다.

허기진 채 그랜빌 섬으로 갔다. 이 섬은 밴쿠버 시내 남쪽에 있는데, 걸어 가도 10-20분이면 갔다. 주차를 하고 티켓을 구매하려니 30분 이상 결제가 안 됐다. 우선 30분만 결제 한 뒤 주차 시간을 보니 20분 뒤인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무료라고 되어 있었다. 왜 그런 지 주차장을 나가서 알았다. 그랜빌 섬에 있는 가게들은 6시에 일제히 문을 닫았다. 문 닫기 직전까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는데, 6시간 되니 사람을 거의 내좇다 시피 했다. 우리는 그 20분 간 빵을 사고,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고, 소고기를 샀다.

윤하는 아빠가 사전 조사를 또 부족하게 했다며 탓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원망을 듣는 게 익숙해져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윤하는 이 곳 시장이 너무 좋다며 내일 또 오자고 했다. 시윤이는 한 술 더 떠 나중에 여행을 아예 다시 오자고 했다. 나는 또 아무런 약속도, 말도 못 한 채 일어났다. 밴쿠버는 약속하지 않아도 또 오고 싶은 도시이긴 했다.

그랜빌 섬의 퍼블릭 마켓에서 빵, 고기 등을 사서 나왔다. 오후 6시에 가게 문이 일제히 닫혀 더 못 산 게 아쉬웠다. 아이들은 또 와야 한다면서 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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