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2022년 7월 3일

야생화가 온 산에 피어 있었다. 야생화는 키가 한 뻠 크기도 안 될 만큼 작었고, 크기도 손톱 만하게 작았다. 그 작은 야생화는 잘 봐야 꽃인 것을 알 정도였지만, 한 번 보이기 시작한 뒤너무나 예뻐서 계속 눈이 갔다. 나는 장미 처럼 화려한 꽃만 꽃이라고 생각했으나, 야생화 처럼 은근하고 볼 수록 매력 있는 꽃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아침 마다 스트레칭을 시켰다. 때론 하고 때론 안 했지만, 아이들이 죽죽 컸으면 하는 맘에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윽박 질러서라도 시키곤 했다.

옐로스톤에서 등산을 하기 위해 워시번 산에 올랐다. 전날 레인저의 조언 대로 치텐든 로드(Chittendon Rd) 경로를 택했다. 캐년 빌리지에서 던레이븐 길(Dunraven Pass)을 지나쳐 20분 정도 가면 주차장이 나왔다. 치텐든 로드 경로는 차로 산의 상당 부분을 올랐다. 비포장 길을 10분 넘게 가야 했다. 그만큼 걷는 거리가 줄어 덜 힘들다고 했다.

아침 10시께 주차장에는 차가 3-4대 밖에 없었다. 어제 길이 막 열려 사람이 적은가 했다. 산 위쪽에 올라가면 추울것이 걱정 돼 패딩을 챙겨갔다. 내가 가방 하나로 네 명의 패딩을 맸다. 시윤이에게 내 가방을 줬더니 거기에 망원경을 넣었다.

산은 비포장 도로 길을 오르는 것이었다. 폭이 넓어 걷기는 좋은데, 등산로 느낌이 적어 재미는 덜했다. 길은 완만한 경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시윤이는 10분도 안 돼 지쳐서 쳐졌다. 간신히 끌고 밀어서 오르게 했다. 길에 사람이 없어 곰이 나올까봐 걱정이 됐다. 아내도 걱정이 되는 지 경계를 잔뜩 하고 있었다. 뒤에 커플이 따라와서 그나마 안심이 됐다. 가는 데 곰 발다닥 자국이 많았다. 전날 밤 비가와서 발자국이 뚜렸했다. 이 곳은 그리즐리 곰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다.

둘째 시윤이는 트레일을 할 때 올라가는 길이 늘 힘들다. 그래도 늘 간신히 올라가곤 했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가는데 산 위로 산양 같은 게 있었다. 빅혼이었다. 빅혼은 무리 지어 있었다. 한 무리는 우리가 다가가자 산 위에 있는 눈쪽으로 도망갔다. 서너 마리는 남아 풀을 뜯었다. 우리는 신기하게 빅혼을 쳐다봤다.

계속 오르니 조금 전에 도망간 빅혼 무리가 길가 바로 옆에 있었다. 우리는 말소리를 낮추고 가까이 다가갔다. 빅혼은 조금 경계하는 가 싶더니 이내 풀만 뜯었다. 덕분에 우리는 바로 옆에서 빅혼을 볼 수 있었다. 빅혼은 색이 베이지였고, 뿔은 크지 않았고, 염소 처럼 생겼다. 한 놈은 목에 인식표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관리하는 것 같았다.

워시번 산 정상 인근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그 눈 위로 산양 같은 것들이 무리지어 다녔다.

산 위쪽으로 올라가니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기온도 떨어져 추운 느낌이 확 왔다. 가져간 패딩이 제 역할을 했다. 올라 갈수록 호흡 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요즘 비염이 심해져 잘 때도 숨 쉬는 게 어렵다. 산에 오르니 더 그랬다.

아이들은 지쳐서 터벅터벅 느리기 걸었다. 그런 아이들을 끌고 간신히 정상까지 갔다. 정상에는 큰 건물이 있었다. 건물 외벽에는 통신사 중계기 같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니 전망대와 화장실이 있었다. 정상에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우리는 사과를 나눠 먹었다. 아이들은 사과를 요즘 좋아한다. 이런 곳에서 먹는 사과는 늘 꿀맛이다.

와시번 산 정상에선 공원이 내려다 보였다. 그랜드캐년과 옐로스톤 호수, 저 멀리 티턴 국립공원까지 보였다. 아내는 옐로스톤이 정말 크다며 놀라 했다.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우리는 오르고 내리는 데 4시간 가량 걸렸다. 아내는 "산 오르는 맛은 별로 없다"고 했다.

워시번 산 정상에서 본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광활했다. 저 밑에 보이는 분지 대부분은 땅 바로 밑에서 화산 활동이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점심 도시락은 와시번 산 근처에 있는 피크닉 구역에서 먹었다. 취사가 금지된 곳인데, 사람들이 가스 버너로 불을 피웠다. 시윤이가 "불 피우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하는 게 궁색해서 "그렇네" 했다. 시윤이는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규정을 어기는 것에 민감하다.

우리는 밥을 먹고 올드 페이스풀 쪽으로 갔다. 가는 길에 파운틴 페인트 팟 트레일,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을 들렀다. 둘 다 30분 정도면 돌 수 있는 트레일인데 안 들르면 후회할 정도로 예쁘고 신기한 스프링을 봤다. 페인트 팟 트레일은 지나가다 그냥 들렀는데 스프링의 모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은 꼭 들르는 곳이어서 갔는데 잘 보이진 않았다. 스프링이 큰데 너무 가까이 가서 보면 전체가 보이지 않고 부분만 보였다.

숙소인 올드 페이스풀 인은 가격에 비해 방이 좋지 않았다. 방은 작고, 냉장고가 없고, 와이파이가 안 됐고, 짐 내리고 주차하는 게 멀었다. 트레일을 한 터라 피곤해서 숙소까지 가는 게 더 멀게 느껴졌다.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3601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916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264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451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20165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567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790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724 2
11599 샌 디에고 근방에.. [2] 파도 2004.12.10 2588 124
11598 겨울철 여행경로 관련 질문(878번 질문 연계) [4] 제로니모 2004.12.10 3929 134
11597 어떻게 노래를 CD에 담아가나요? [6] 파도 2004.12.10 2389 107
11596 미서부 7일 여행기입니다. [6] lila21 2004.12.10 4225 97
11595 라스베가스-브라이스캐년-그랜드캐년-투산 어떤길로 가야할지.. [3] 나그네 2004.12.11 4352 95
11594 라스베가스 일정 좀 도와주세요~ [1] 늑대비 2004.12.12 4313 77
11593 [re] 렌터카 카운터에서의 돌발 상황 대처방법에 관한 의견 ★ [1] baby 2004.12.13 10405 88
11592 미서부 일정 좀 봐주세요. [1] 엄혁 2004.12.14 2591 92
11591 미국에서 주차(parking)할 때 주의 사항은? [5] 이상기 2004.12.15 10636 79
11590 국제 면허에 대해 질문이요? [1] 엄혁 2004.12.15 2471 95
11589 4월경 미서부 숙박문의 드립니다. [8] 엄혁 2004.12.16 2173 82
11588 캘리포니아의 스키리조트 ① (High Sierra) [1] baby 2004.12.17 8999 86
11587 캘리포니아의 스키리조트 ② (LA의 근교) [1] baby 2004.12.17 15475 79
11586 호첼예약 에 대해서요.. [1] 엄혜정 2004.12.19 3481 95
11585 현재 캐나다 벤쿠버에 있고요 1월 2일날 미서부 여행을 가려는데요 [5] 바보기사 2004.12.22 3708 95
11584 서부여행 계획 많은 조언부탁드려요~ 샌프란~la [7] 이세연 2004.12.22 3559 94
11583 관련 질문입니다 [2] 정휘복 2004.12.24 2895 97
11582 샌디에고에서 프래그스탭으로 가는 길에 대해 [3] 이상기 2004.12.27 4410 95
11581 감사인사드리려고... [1] sunny 2004.12.27 3426 102
11580 아래의 계획을 수정한 것입니다. [3] 바보기사 2004.12.27 3106 110
11579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5] baby 2004.12.28 3983 85
11578 謹 賀 新 年 [3] swiss 2004.12.28 3089 108
11577 모임후기 [5] 이소라 2004.12.28 3383 96
11576 지난번 모임 대단히 감사합니다. [1] 김동길 2004.12.29 3152 101
11575 캘리포니아의 스키리조트 ③ (겨울철 레이크 타호) [5] baby 2004.12.30 12415 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