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2022년 6월 10일

아침에 호텔 조식을 못먹었다. 아침 8시 30분쯤 갔는데 조식이 끝났다고 했다. 조식 시작 시간만 체크했는데, 끝나는 시간이 8시 반 일 줄은 꿈도 못꿨다. 아내와 아이들은 내가 시간 체크를 못 했다며 원망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원망을 종종 듣는데, 그 원망이 늘 억울하다.

아침을 제대로 못 먹고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쪽으로 갔다. 샌프란시스코는 워낙 차 도둑이 극성이란 말을 들어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우버를 잡아 탔다. 공항 인근의 숙소에서 피어39까지 약 40달러가 나왔다. 우버 기사는 피어39는 관광지여서 스마트폰 도둑을 조심하라고 했다. 기사는 흑인 여자였는데, 액센트가 이 곳 사람 같진 않았다. 나는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기사는 오늘 기온이 화씨 78도이고 바람도 적다며 "운이 좋다"고 했다. 평상시보다 따뜻해서 여행하기 좋다고 했다.

우버 기사 말처럼 날이 좋았다. 피어39는 딱히 볼 것은 없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상점과 레스토랑, 놀이기구 등이 있었다. 이 곳의 '명물'이라는 바다사자를 보러 갔다. 바다사자는 피어39 바로 앞에 모여 있었다. '우엉우엉' 하는 소리가 멀리서도 들렸다. 아이들은 한참을 바라봤다. 바다사자는 30마리 가량 있었다. 서로 싸우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비비고 밀치고 소리지르며 뒤엉켰다. 한 놈이 바다로 밀려 넘어지자 도미노 처럼 우르르 떨어지는 게 재밌었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으러 갔다. 아내가 봐 둔 곳이었다. 피어39에서 걸어서 20분 가량 걸려 이탈리아 타운 쪽으로 갔다. 가는 길에 언덕이 높아 힘이 조금 들었다. 간신히 도착했더니 두 시간 넘게 기달려야 자리가 난다고 했다. 아침도 못 먹었는데 점심도 못 먹게 생겼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인근의 피자집으로 갔다. 지다가다가 줄이 길게 선 것을 보고 우리도 함께 줄을 섰다. 줄이 있다는 것은 먹을수 있다는 의미였다. '토니의 피자'란 집이었는데, 구글 리뷰가 5천개 넘게 달린 맛집이었다. 우리는 10분 가량 기달려서 자리를 배정받았다. 피자는 맛있었다. 못 간 식당 대신 간 것 치고는 괜찮았다.

배를 채운 뒤 자전거를 타러 갔다. 나는 5년 전쯤 이 곳에 2주간 연수를 온 적이 있다. 그 때 자전거를 빌려 금문교를 넘어간 적이 있다.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기로 했다. 나는 이보다 더 좋은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없다고 생각했다. 미리 봐 둔 자전거 가게에 가서 네 시간 동안 자전거를 빌렸다. 한 대당 32달려였다. 헬맷과 자물쇠, 핸드폰 거치대 등은 말하면 바로 내어 줬다. 돈은 따로 받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금문교가 나왔다. 가는 길은 제법 경사가 있어서 자전거를 타다 밀다 했다. 금문교로 다가갈수록 경치가 좋았다. 내가 천천히 가자 아이들은 빨리 가라고 성화였다. 나는 아이들이 못 좇아 올까봐 걱정인데, 아이들은 내가 천천히 가서 싫어한다. 나는 앞장서서 가다가 몇 번 길을 잃었다. 아이들은 길 못 찾는 아빠를 탓했다.

금문교를 건너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나는 아이들과 아내가 걱정됐다. 5년 전 금문교를 건넌 직후 자전거에서 넘어져 다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더 긴장하고 갔다. 풍경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금문교를 넘어선 소살리토란 예쁜 마을이 나왔다. 이 마을 풍경도 잘 보지 못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시간이 더 걸려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소살리토 부두 근처로 가자 페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페리를 타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저 페리를 놓치면 자전거 반납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서둘러 배를 타자고 아이들을 보챘다. 다행히 페리를 탈 수 있었다. 우리는 소살리토를 보지도 못하고 자전거로 건너와서 바로 배로 돌아갔다.

자전거를 반납하고는 기라델리 스퀘어로 갔다. 과거 기라델리 공장이 있던 곳을 초콜릿 제품을 팔고 밥을 먹고 공연을 하는 곳으로 단장해놨다. 우리는 기라델리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들은 각각 와플 콘에 든 아이스크림을, 나와 아내는 이것저것 올려진 선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아이스크림 가격이 세 개에 34달러나 나왔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원래 계획은 케이블카를 탄 뒤 유니온 스퀘어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너무 늦게 숙소에 가기 싫다며 돌아가자고 했다. 나는 계획을 세워둔 것이 아까워 가자고 했지만 아내는 돌아가길 원했다. 하는 수 없이 우버를 다시 불렀다.

이 때 부터 또 고생길이었다. 우버는 오지 않았다. 우버 기사들은 우리에게 오다가 중간에 취소했다. 10명 넘는 기사들이 우리를 받지 않았다. 좀 더 비싼 것으로 올려서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금요일 저녁에 다운타운을 한 참 벗어나는 것을 기사들은 싫어하는 듯 했다.

아내는 버스라도 타자며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재촉하다가 지쳤는 지 엎드려 잤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나를 원망했다. 나는 오늘 여러번 원망을 들었고 또 억울했다. 억울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숙소에는 가야 했다. 우버 프리미엄으로 몇 번의 시도 만에 차가 잡혔다. 아이들은 '제발' 하면서 우버 기사가 취소하지 않기를 바랐다.

우버 기사가 우리 앞에 섰다. 우리는 너무나 감사했다. 막상 차를 타서 가 보니 왜 취소한 지 알 것 같았다. 다운타운에서 우리 숙소로 가는 길이 너무나 막혔다. 기사들은 다운타운을 나가면 다시 오기 힘든 것을 알았다. 우리를 태워준 우버 기사는 착한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 지, 직업에 충실한 것인지 우리를 태워줬다. 우리는 태워준 것이 고마워 팁을 5달러 줬다. 기사는 고맙다고 했다.

9시가 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고, 나는 장을 보러갔다. 내일은 시간이 많이 없을 듯했다. 나는 오늘도 원망을 들어서 속이 상했다.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3252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821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165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350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19651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515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738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671 2
11559 미국내 전국일주 패키지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인 혹은 미국인 운영 여행사는 없는지요? [4] dusuk4 2012.04.02 8163 0
11558 [미서부 그랜드서클 여행기] #13 사막 위의 신기루, 라스베가스! [13] file Chris 2007.10.08 8160 74
11557 미국서부 가족여행 - 3일차 (디즈니랜드) [3] 임원규 2005.10.08 8158 122
11556 [펌] LA 인근 폭포·계곡 유원지 victor 2004.06.20 8157 94
11555 North/South Carolina 여행기4 (Outer Banks) [7] 최머시기 2007.07.11 8156 94
11554 자동차 - 가장 싸게 렌트하는 방법 - 2 [3] file goldenbell 2012.02.20 8153 2
11553 캔터키주를 출발해 왕복하는 미국 서부 자동차여행 baby 2013.01.29 8149 0
11552 올해 미국 국립공원과 캐나다 국립공원 무료 입장하는 방법 [11] file 아이리스 2017.02.20 8138 2
11551 10월의 라스베가스 날씨? [2] 이혜연 2009.11.23 8135 0
11550 CA, AZ, UT 무료 여행 가이드북 받을 수 있는 사이트 [5] sonoma 2007.05.16 8123 117
11549 시카고-올랜도 멘붕 후기.. [7] file 오오잉 2012.11.11 8116 0
11548 미국내 음식 반입에 관한 질문 [6] chally 2006.07.31 8098 100
11547 LA 근교서 맛보는 옛 서부시대 (Rancho Oso & Calico Ghost Town) baby 2013.01.27 8094 0
11546 LA 남해안 -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산페드로편) alphonse 2006.04.11 8087 95
11545 그랜드 써클 여행기 03 / 페이지 도착, 레이크 파웰, 레인보우 브릿지. [4] 로보신미에도 2009.06.10 8078 1
11544 LA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스카이 라운지 [1] 아이루 2003.06.02 8077 94
11543 ★ 요세미티 국립공원 2022년 입장 예약제 안내 [4] file 아이리스 2022.02.19 8075 0
11542 국가별 전압 및 사용 플러그 안내 victor 2004.07.10 8075 12
11541 다녀왔습니다.!!(시카고+라스베가스+그랜드캐년+LA) [5] swiss 2004.06.26 8059 129
11540 로보의 13년 6월 옐로스톤 일대 여행기// 캠핑 준비사항 [4] file 로보 2013.07.04 8056 2
11539 짐싸기 및 출입국 준비 홈지기 2003.01.10 8054 98
11538 Jelly Belly 캔디공장 견학기 [9] Juni 2005.02.25 8051 129
11537 자나깨나 곰조심, 없는곰도 다시보자!! .나는 곰이 안보여도 곰은 나를 보고있다.. [6] 로보신미에도 2009.04.26 8031 0
11536 서부여행 - LA 에서 그랜드 캐니언 왕복- 조언바랍니다. [6] file 파란하늘 217 2012.12.31 8023 0
11535 [re] 미국의 팁문화 victor 2003.01.10 8021 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