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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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31일

Moab - 데블스 가든 트레일(Devil's Garden Trailhead) -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 Island in the Sky, 캐년랜즈) - Moab

이동거리 130mi.

'데블스 가든 트레일'(Devil's Garden Trailhead)은 '천사'(Angel) 가든 트레일로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트레일에 할 말을 잃었다.

오늘도 빨리 나가야 한다.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입장 예약을 오전 6시에 했다. 아치스는 관광객이 몰리자 최근 한 시간 단위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공원 입구에 7시를 넘겨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20여대의 차량이 두 줄로 서있다. 10분쯤 기다려 들어갔다. 어제도 오후 3시 예약을 한 뒤 4시 30분께 갔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예약만 하면 시간에 관계 없이 들여보내 주는 것 같았다.

데블스 가든 트레일이 오늘의 목적지다. 이 트레일은 한 바퀴를 빙 도는 데 5-6시간이 걸린다. 다 돌긴 무리인 것 같아 2-3시간 코스인 더블오 아치(Double O Arch) 까지만 가기로 했다. 트레일 초입은 평지에 가까웠다.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전에 간 국립공원에 비해 아치스는 어딜 가나 사람이 훨씬 많다. 미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국립공원 인 것 같다.

이날은 아침 기온이 6-7도 까지 떨어진 탓에 옷 입기가 좋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패딩 점퍼까지 걸쳤다. 나는 후드티를 입었다. 그랜드캐년, 세도나에선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 트레일을 했다. 이 때는 반바지에 반팔티를 입었다. 아치스는 기온은 낮은데 날이 맑아서 춥진 않았다. 햇볕은 뜨겁고 공기는 찼다. 트레일 중반, 반바지를 안 입은 것을 후회했다. 아이들도 금세 옷을 패딩을 벗어서 짐이 됐다.

이 트레일에는 '랜드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가 유명하다. 전날 간 델리케이트 아치와 함께 '간판 아치'나 다름 없다. 트레일을 한 지 30분 가량 지나니 나왔다. 길이 넓고 평평해서 걷는 데 무리가 없었다. 이 곳에서 더블오 아치까지 40-50분이 걸렸다. 더블오 아치는 막상 가서 보니 감흥은 덜했다. 신전 처럼 크고 웅장한 델리케이트 아치,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한 위태한 느낌의 랜드스케이프 아치에 비해 큰 특징이 없는 탓이었다. 하지만 가는 길이 너무나 예뻤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를 지나면 길이 갑자기 험해졌다. 돌산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파른 구간을 지나면 풍경이 확 좋아진다. 아치스는 잘 부서지는 황토 암석 층으로 이뤄졌는데, 물을 잘 머금어 쉽게 갈라지고 부서진다. 돌이 아무렇게나 부서지면 멋이 없을텐데 아치스의 돌들은 균형감 있게 부서졌다. 세로 방향으로 부서진 돌 무더기들은 마치 책들이 세워진 것 같았다. 이 책 모양의 돌 덩어리 중간에 균열이 가면 이게 아치가 됐다. 더블오 아치에 다다르기 전 돌 산 정상 같은 곳에 오르게 되는데, 이 때 보이는 돌 무더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바위 위에서 걷는 재미도 있다. 주로 흙길로 가는 일반적인 트레일과 달랐다. 아내는 이 트레일이 지금까지 한 트레일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돌아오는 길은 어려웠다. 길을 여러번 잘 못 들었다. 딱히 길이 있는 것이 아니고 돌산 위를 가는 것인데, 길 표시가 드문드문 있어 길을 잃기 쉬웠다. 잘 못 든 길 때문에 나바호 아치, 파티션 아치, 월 아치 등 계획에도 없는 아치까지 봤다. 트레일 시간이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반이나 됐다. 원래 2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었던 구간이다. 이 탓에 우리는 원래 가려고 했던 윈도우스 트레일헤드를 포기했다. 힘은 빠졌고 배도 고팠다. 돌아가는 길에 있는 '발란스드 록' 등 몇 군데 포인트에서만 사진을 몇 장 찍고 곧바로 모압 숙소로 복귀했다.

오후에는 캐년랜즈 국립공원을 갔다. '미국 국립공원 중 가장 저평가 됐다'고 한다. 실제로 캐년랜즈에는 사람이 적었다. 북적이는 아치스와 딴판이었다. 다만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있었다. 풍경은 그랜드캐년 못지 않았다. 우리가 간 곳은 아일랜드 인 더 스카이( Island in the Sky)란 지역이었다. 세 개의 캐년랜즈 주요 지역 중 하나다. 그랜드 캐년과 느낌이 비슷했다. 암석층이 깍여 커다란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랜드캐년의 웅장함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멋이 있었다. 또 저 멀리 만년설이 로키 산맥의 일부가 보여 배경이 좋았다.

아내는 "서부가 너무 좋다. 내 스타일이다"고 했다. 세도나 - 그랜드캐년 - 모뉴먼트 밸리 등 비슷비슷한 듯 보이는 돌 덩어리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캐년랜즈는 시간이 없어서 가장 간단한 메사 아치 트레일만 했다. 오전에 이미 긴 트레일을 한 뒤여서 더 할 힘도 없었다. 30-40분 만에 다 돌 수 있었다. 메사 아치는 아치스에서 본 아치와는 또 달랐다. 아치 안으로 캐년랜즈의 드넓은 협곡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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