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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오후가 되면 기온이 100도 가까이 치솟을 것을 염려, 그리고 십원짜리 체력의 소유자 마눌님을 염려하여, 하이킹은 날이 더워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
일출시간은 5시반경. 하지만 일출 전 삼십분경부터 하늘을 밝아온다. 사물을 분간할 수 있다는 것이지.
Inner canyon에 있는 팬텀랜치는 예약도 어차피 못했고, 너무나 더울 것 이기에… 오늘의 하이킹은 3mile resthouse가 있는 곳까지의 왕복.
거리로는 6마일, 고도차는 2000feet 정도. 허나 무리다 싶으면 1.5mile resthouse에서 유턴~~~
4시반에 일어나 씨리얼과 호원당 떡 그리고 복숭아로 식사를 하고, 짐을 모두 챙겨 체크아웃~
둘렀으나 산행시작 시각은 결국 일출시간을 넘겨 6시경이 되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Bright Angel Trail. South rim에 있는 시작지점은 Maswik lodge에서 5분거리.
Trail을 시작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왜 하이킹을 해야하는지ㅋ
 
[Bright Angel Trail 시작지점]
 
그리고 또 한가지 알 수 있었던 것. Bright Angel Lodge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캐년을 바라보고 절벽위에 세워진 숙소. 다음엔 꼭 저곳에서…
 
[절벽위에 캐년을 바라보고 서있는 Bright Angel Lodge]
 
그랜드캐년 하이킹은 보통의 산행과 반대로 높은 곳에서 시작하여 내려갔다가 다시 Rim으로 올라오는 것.
무턱대고 멀리 내려갔다가는 올라오는 길에 낭패를 볼 수 있다. 체력안배를 잘 해야 한다.
날은 다행히 생각보다 시원했다. 이른 시각이기에, 그리고 아직은 고도가 높은 지역이었기에.  
하늘을 뒤덮은 구름들 또한 시원한 날씨를 만드는데 한 몫을 해주었다.
 
 
뮬(노새라고 해야 하나… 직접 보니 사실 말과 다름없더만)이 남기고 간 풀색 똥들을 비껴가며 내려가는 산행길. 길은 잘 닦여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감 없는 절벽들과 점점 가까워져오는 저 멀리 평지…
얼마전 Griffith 천문대 Gift shop에서 구입한 고~성능 망원경으로 경치를 조망하기도 했다.
내리막이라 그런지 마눌님은 순탄한 행보를 해나가신다.
시원한 바람… 혹시나 하고 입고간 모자티가 아주 요긴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거침없는 질주는 1.5마일 휴게소를 번개같이 지나쳐 결국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아, 3mile 휴게소에 이르렀다.
 
 
경치 좋은 절벽 쪽에서 사진도 몇 장 박아주시고,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겨보기도 하고, 망원경으로 저 멀리 보이는 숙소 같은 건물… (팬텀랜치인가…)도 보고…
앉아서 싸가지고 온 복숭아를 먹으려 하니, 비가 슬슬 내려치는게 심상치 않다.
천장이 있는 조그마한 대피소 같은 곳에서 – 사방은 뻥 뚫린 – 비를 피하며 복숭아를 먹다.
비는 점점 거세져 아주 시원하게 몰아친다ㅋ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다. 내려오는 도중에 이 비를 만났다면 홀딱 젖었겠구먼ㅋ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이제 South rim으로의 오르막 산행을 시작했다.
중간에, 내려오는 뮬도 만나 잠시 길을 피해주고…
 
 
다람쥐와 잠시 조우하기도 하고
 
삼십분쯤 지났을까… 마눌님이 배가 아프다고 한다… 화장실 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며… 여튼 아프단다…
1.5마일 화장실까지는 30분은 족히 더 올라가야 할텐데… 마눌님의 상태가 점점 안좋아져 간다… 괴로워하며 배를 움켜쥐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마눌님…
아직 화장실은 보이지 않고… 어쩌지, 여긴 어디 숨어서 일을 볼 숲도 없는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마지막 힘을 짜내어 눈부신 속도로 산행. 결국 1.5마일 화장실에 도착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마눌님… 하지만 얼굴이 어둡다.
안나와… 화장실 배가 아닌가봐… ‘
그럼 뭐지…
그냥 무리를 해서 배가 아픈 것이었다…
왜 오래달리기 하다보면 배가 슬슬 아파오지 않던가… 근데 마눌님은 왜 갑자기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거지…
화장실 배가 아니란 걸 알았으면 천천히 쉬어가며 왔을텐데… 그러면 통증이 덜했을텐데…
여튼 덕분에 1.5마일은 아주 순식간에 왔다.
이제 1.5마일만 더 올라가면 6마일의 산행을 마무리 하게 된다. 십원짜리 마눌님의 체력을 백원짜리로 격상시켜줘도 좋을 눈부신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마지막 1.5마일을 위해 1.5마일 휴게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갖는다… 사방이 뚫린 대피장소에서 또다시.
화장실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눌님… 앉아서 쉬자 통증이 사그라든다 한다… 평소에 통증에 민감한 스타일인데… 왜 몰랐을까 마눌님ㅋ
 
따그락따그락… 한떼의 뮬들이 짐을 싣고 지나간다.
부스락… 바위와 나뭇가지를 넘어 무언가가 길로 넘어온다…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뿔달린 사슴! 이놈이 엘크인가… 뿔 한번 멋있게 생겼다ㅋ
배아프다던 마눌님 순간 급흥분. 사진기를 꺼내 셔터를 눌러보았으나 초점은 다 엉뚱한 곳에ㅋ  여튼 봤다는 증거는 남았다.
 
 
엘크 덕에 몸도 기분도 다소 가벼워진 마눌님.
마지막 1.5마일 산행을 시작하다.
어느덧 구름이 걷히고 하늘은 점점 맑아진다. 푸른 하늘… 뜨거워지는 햇살. 하지만 아직은 오전인지라 그늘이 곳곳에 만들어진다.
 
 
얼마간을 걸었을까… 저멀리 절벽위 Bright angel lodge가 눈에 들어오며 산행의 끝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산행을 마치고 기쁨의 인증샷 한방. 다시 멀어진 풍경들이 새삼스럽다.
산행을 하며 느낀 두가지.
산행중에 만난 몇 명의 꼬마 아이들은 많은 경우 호스가 연결된 물주머니가 있는 배낭을 매고 있었다. 마눌님은 처음 봤다며 급관심을 보인다.
역시 마눌님은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그것을 하기위해 챙겨야 되는 장비들에 더 관심이 많다ㅋㅋㅋ
산행중 느낀 또다른 한가지는… 아시아인 참 없다는 것. 차로 이동하며 구경하는 Rim에선 어렵지 않게 한,중,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일단 산행을 하니, 5시간동안의 산행중에 만난 동양인은 한국인 4인 가족과 일본인 3인 가족. 그게 전부였다. 그에 비해 유럽인들은 참 많았다…
선호하는 여행방식이 다른 탓일 수도 있고… 여행인구 규모 자체가 달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11시에 산행을 마치고 Maswik lodge에 있는 cafeteria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Maswik lodge 카페테리아는 대중적이면서도 음식이 괜찮은 편이었다.
브리또와 칠리독 그리고 오렌지 주스로 점심식사.
 
다음 목적지는 유타의 Marysvale이라는 마을. Zion 캐년과 Bryce 캐년을 지나 30여마일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위치한 곳이다.
래프팅을 너무도 하고 싶다는 마눌님.
출발전 인터넷에 Bryce canyon rafting이라고 검색해보니 Always Rafting 이라는 곳이 2시간짜리 래프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브라이스 캐년은 아니지만 근방 Marysvale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전화로 미리 예약을 했다.
홈페이지 : alwaysrafting.com
 
그랜드 캐년에도 래프팅이 있지만, 이건 강을 따라가며 캠핑도 하는 며칠짜리 여행… 정말 해보고 싶지만, 돈이 없다. 일인당 기본이 천불이 넘는다ㅋ
이건 다음을 기약… 여행을 할수록 들어나는 여행 wishlistㅋㅋㅋ
East rim drive를 따라 나바호 포인트에서 그랜드캐년을 마지막으로 감상하고 공원을 빠져나온다.
 
[Navajo point에서 바라보는 그랜드캐년]
 
공원출구를 나와서도 곳곳에는 공원 내부에 있는 뷰포인트 못지않은 scenic point들이 존재한다. 길 자체가 예술이다.
89번도로를 타고 북으로 이동하다, 89A를 타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한다… 콜로라도 강이 보이는 visitor center의 풍경 또한 너무나 훌륭하다.
 
 
North rim입구에 다다르자, 너무나 멋있다는 67번도로를 타고 노스림으로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을 기약.
기름을 채우고 길을 달리다 적당한 지점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물을 끓여 컵라면의 여유를 즐기다ㅋ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고요하고 시원하다.
89번도로를 타고 끝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목적지가 가까워온다. 89번도로… 정말 도시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주 이따금씩 민가들이, 정말 민가가 맞을까 싶게 서있을 뿐.
이번 여행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드로이드폰이 Marysvale 우리의 숙소가 0.5마일도 채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그러나 마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흠… 이 동네 뭐야… 
작은 언덕배기를 넘자 쪼르륵 늘어선 열개남짓 가로등이 보인다. 그 가로등을 따라 100미터도 채 안될 것 같은 거리에 늘어선 건물들…
이곳이 바로 Marysvale, 우리의 숙소는 Moore’s Oldpine Inn
Always rafting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숙소들 중에서 이곳을 찾았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결정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평들이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 너무나 좋았다는ㅋ 비록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도착한 시각은 8시반. 유타는 캘리포니아나 애리조나보다 한시간이 빠르다. 
우리를 환하게 맞이해주는 Katie – 나이는 62, 하지만 한미모 하시는 우아한 주인장 – 가 친절하게도 저녁식사는 했는지를 물어본다. 아직… 
이 작은 마을에는 8시가 넘은 이 시각까지 장사하는 가게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Katie는 3마일 북쪽으로 가면 Hoover’s 라는 음식점이 있다고 알려준다.
음식양이 많으니 너무 많이 시키지 말고 같이 나눠먹으면 좋을거라는 조언도 함께.
짐풀기는 식사 후로 미루고 일단 고고~~~
캅샐러드와 버팔로윙, 그리고 hefeweisen 맥주 한잔.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그 hefeweisen 맥주는 정말로 맛있었다. 밝고 활기찬 웨이트리스가 입은 티셔츠 등판에는 그렇게 쓰여있었다.
Hoover’s, not Hooter’s
등판을 사진에 담고 싶은 욕망을 꾹 참고, 숙소로 돌아오니 날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다.
 
 
숙소 앞에 놓인 의자들에 주인인 Katie와 Randy (부부임), 그리고 또다른 투숙객 가족이 단란히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래 좋아… 이런 분위기…
너무나 깔끔하면서도 역사가 느껴지는 고풍스런 숙소는 알고보니 유타주의 가장 오래된 Inn 이라고 한다.
1882년인가…에 생겼다고 했던가… 여튼 백년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건물은 리모델링을 해서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욕실의 욕조는 서부영화에서 보던 그 느낌, 뭔가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됐다.
방은 크지 않았지만,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이 곳곳에서 뭍어났다.
평일이라 Inn에는 다른 투숙객이 없단다. 원래는 두방이 같이 쓰는 욕실도 우리 차지. 거실도 우리 차지… 하지만 다른이들과의 만남도 좋았을 것 같다…
그야말로 가정집 같은 느낌이다… 그래, 이런곳에 와보고 싶었어…
 
[방마다 글을 남기고 갈 수 있게 공책이 한권이 놓여 있었다]
[우리가 묵은 방은 사냥꾼 컨셉으로 꾸며져 있었다]
 
샤워 후 짐을 풀기위해 차로 가다가 보았다. 사슴…
어두워진 밤, 하지만 밝은 달빛 아래, 백살도 더 먹었다는 커다란 나무 사이로 움직이는 것은, 사슴이었다.
좀 더 함께 하고 싶었는데, 내가 자기를 바라보자 나를 경계해선지 금세 건물 뒤편으로 뛰어가버렸다…
사라진 사슴의 뒤로는 바람결에 흔들리는 Old pine의 시원한 소리가 가슴을 쓸어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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