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Death Valley 나들이 1

2010.04.06 07:49

sun 조회 수:368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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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미서부 여행의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반도 못썼지 아마...) 속절없이 시간은 흘렀다. 작년의 여행에 대한 기록은 또다시 훗날을 기약하며, 대신 최근에 아무 생각없이 훌쩍 다녀온 Death Valley 여행기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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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Valley. 이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부할 수 없는 포스
어떤곳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왠지 한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Extremes of Land. 조금만 더 있으면 더워서 가기 힘든 곳이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이곳이 얼마나 ‘Extreme’한지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숙소예약은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Death Valley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숙소는 무지하게 비싸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빈방이 없다. 아마도 3월이 날씨도 좋고 운이 좋으면 들꽃들도 볼 수 있기 때문인 듯 하다.
Amargosa Opera House Hotel. 공원의 동쪽입구에 위치한 이 숙소는 공원밖에 있는 가장 가까운 숙소이기도 하고, 근처에서 가장 싼 숙소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말이지. 허름해 보이긴 하지만, 공원 내 숙소가 200불을 상회하는 처지라, 하룻밤 67불(Tax 포함)의 가격은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3/15 월요일. 출발은 아침을 해먹은 다음 정오가 거의 다된 시각에 천천히. Daylight saving time, 일명 썸머타임 때문에 도둑맞은 한 시간이 출발 시간을 더욱 늦췄다. 이번 여행은 그저 바람쐬는 느낌으로 ‘떠나는’ 데에 방점을 두었기에 애써 서두르지도 않았다. 더욱이 마눌님은 잠을 사랑하시는지라. 서둘러 지친 몸 재촉하면 뭐하니… 그저 시간이 허락하고 몸이 허락하는 선에서 즐기면 그만인 것을… 잠을 사랑하는 마눌님 덕에 도를 터득해가는 듯.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Baker라는 동네 즈음에서 127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는, 많이들 애용하는 이 길을 마다하고, 나는 서쪽 입구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숙소가 동쪽이니 서쪽으로 들어가서 공원을 한번 관통하고 지나가는 것도 좋겠구나 싶어서. Death Valley National Park는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입장권을 사야하는 공원 입구 사무실이 없다. 몇 개의 포인트에 입장권 발권 기계가 있어서 자발적으로 구입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자동차 한대가 일주일동안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입장권은 20불.
Panamint Springs라는 작은 캠프그라운드를 지나니 공원의 내부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랜드캐년의 축소버전인 듯한 지층들과 Death Valley임을 알리는 황량한 평지가 생경한 광경을 선사하며 운전하는 지루함을 달래준다. 상하로 굽이친 도로는 롤러코스터의 짜릿함을 잠시 떠올리게 해주고, 좌우로 굽이친 길들은 예전 대관령 고개를 넘던 기억을 불러와 앉힌다. Stovepipe Wells라는 곳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입장권을 구입했다. 공원의 반쯤을 관통해왔지만 별다른 편의시설이나 view point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서쪽입구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었다. 차를 몰자 Sand Dunes라는 모래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Death Vallley에서 가장 유명한 중에 . 오늘은 그저 달리는 안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오늘은 해지기 전에 Dante’s View올라 일몰을 보고 숙소로 가는것으로 일정을 마감하리라.

 

 

 

 

 

얼마간 차를 더 달리자 Visitor Center가 있는 Furnace Creek이 나타난다. Visitor Center는 이미 문을 닫았다. 3시반이면 문을 닫는단다… 이 정도면 조퇴수준 아닌가ㅋ 근처 벤치에 앉자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Dante’s View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Dante’s View.
공원을 관통하는 190번 도로를 잠시 벗어나 남쪽으로 십여마일을 달리면 가파르게 산을 올라가는 길이 나타난다.

 

   

 

출발전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일몰시간은 오후 6시 55분경. 1차선 도로에서 거북이 운전을 하며 속을 태우던 차 한대가 길을 비껴난 뒤, 빠르게 차를 몰아 6시 35분경에 정상에 도착했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차다.

Dante’s View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제법 흥미롭다. 눈쌓인 봉우리 - 아마도 가장 높다는 Telescope Point겠지 - 정면에 마주하고 있고, 사이에는 해수면보다 낮은 평지가 소금을 머금고 펼쳐져 있다. 그외에도 특이한 모습의 지층들이 해질녘 붉은빛을 머금고 자못 신비로운 기운을 연출한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기운을 담기 위해 바쁘게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온다.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고요함.
일전에 Shasta Mountain이던가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산에 오를 때도 느꼈던 높은 산의 고요함. 그 고요함이 참 좋다. 참 우리가 소음 구덩이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잠시 들어 피식 쓴 웃음 한번.
기온의 변화에 약한 마눌님이 어느새 추위를 호소한다. 해도 어느덧  산 너머로 넘어가 하늘엔 그 붉은 잔영만이 남아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하늘.
지중해의 어느 중소도시에 있을 법한 허름한 숙소를 연상시키는 Amargosa opera house. Front desk에는 직원이 없었다. Café에 가보니 식사중이던 한 직원이 따라 나와 체크인을 도와준다. 매우 영세한 곳이라, 밤새 데스크를 지키는 따위의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는 곳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예약손님들이 다 도착하면 자기도 퇴근할 거라나ㅋ 어디 사냐고 했더니 여기 산단다. 주위에 다른 아무런 건물도 보이지 않는다. 딱 이 숙소건물 하나 달랑.
아무래도 내일 하루 더 Death Valley에 머무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틀예약을 하루로 줄였다. 다행히 아무런 벌금없이 예약을 취소시켜 주었다. 직원과의 대화에서 알게된 몇가지.
일출보기 좋은 곳으로 추천해준 곳은 Dante’s view와 Zabriskie Point.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봄 들꽃은 아직 시기가 아니란다. 아마도 다음주 정도에 피지 않을까 싶다고. 새벽녘엔 춥냐는 물음에 춥다는게 워낙 상대적이라 딱히 그렇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자기는 춥단다. 일교차가 크다보니 그런 것 같다. 가장 가까운 주유소 – 공원 내부에 있는 것 말고 - 는 라스베가스 방향으로 23마일 정도 가야한다고 한다. 갈만하군…
방은 허름했다. 외풍도 좀 있어보이고.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다 싶었다. 하지만 한번으로 족한 경험.
좀 더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고, 저녁을 먹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이틀 전부터 갑자기 Papa John’s pizza가 먹고 싶었다. 여행오기 전에, 숙소 부근 Papa John’s pizza가 있나 찾아봤었다. 라스베가스 방향으로 30마일쯤 가다보면 Pahrump라는 도시에 하나 있다고 나온다. 이곳에 가서 pizza를 먹고 근처에서 기름을 넣으면 될 듯 하다.
Pahrump로 향하는 길은 어둠 그 자체. 이게 제대로 가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다행히 공원 내에서 신호를 잃었던 GPS가 공원에서 좀 더 떨어지자 신호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 전 큰 맘먹고 구입한 Motorola Droid폰에 내장되어 있는 GPS 기능이 제법 유용하다.
30분쯤 차를 모니, 도시가 나타났다. 이곳은 더 이상 캘리포니아가 아닌 네바다주. 공원내에서 갤런당4불 가까이 하던 기름값이 이곳에 오자 3불도 채 하지 않는다. 기름은 일단 배를 채운 후에 하도록 하고…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엉뚱하게도 Papa Murphy 라는 간판이 있었다… 아마도 입력이 잘못되어 있는 듯… 이 엉뚱한 상황에 마눌님과 함께 크게 웃어주고, 맞은편 Mall에 Albertson이 있기에 아이스박스에 넣을 얼음과, 깜빡하고 챙겨오지 않은 쌀을 우선 사기 위해 차를 돌렸다. 차를 주차하는데 마눌님이 소리친다. ‘파파존스다~’
맞은편 몰에 그토록 찾던 파파존스 피자집이 있다ㅋ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하는건가ㅋ 역시 네비게이션만 믿고 움직이면 안된다.
얼음, 쌀, 그리고 맛난 피자. 그리고 장시간 달려와준 애마에게도 기름을 가득 먹이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멈춰서 라이트를 끄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마침 그믐이라 하늘의 별은 더욱 밝은빛을 내며 눈으로 담기 힘든 감동을 준다. 삼각대를 가져왔으면 별천지를 담을 있었으려나싶다가도 그저 마음속에 담아두면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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