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6: 2023년 9월 18일 월요일

Moab 일정을 마무리한 후 Monticello로 숙소를 옮기는 날입니다. 차로 편하게 구경할 수 있는 Island in the Sky 구역과 달리 꽤 힘든 장거리 하이킹이 필수인 Needles 구역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이킹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반드시 Needles 구역을 방문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숙소는 무조건 Monticello에 잡습니다. Moab에서 출퇴근(?)하기에 Needles 구역은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오늘 계획은 Needles 구역에서 긴 Trail을 하나 제대로 걷는 것입니다. Moab에서 Needles까지 가는 시간이 편도 기준으로 1시간 3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오전 7시 40분에 부랴부랴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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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ab에서 Needles 구역으로 가는 191번 도로 주변에 볼 것들이 꽤 많은데 제일 먼저 Hole N” The Rock을 지나치게 됩니다. 이곳의 본래 용도는 커다란 사암 절벽 안을 깎아서 만든 집이었는데 지금은 기념품 가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려 14개의 방으로 이뤄진 집은 Guided Tour를 통해 관람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실 여기를 수차례 지나치면서도 실제로 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험 삼아 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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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볼거리는 Wilson Arch입니다. Moab에서 남쪽으로 39 km 지점에 위치한 Wilson Arch는 191번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Arch 바로 앞에 차를 세울 수 있는 Pullout이 있어서 운전 중간에 차를 세운 후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Arch의 폭은 28 m, 높이는 14 m입니다. 원하면 Wilson Arch 아래까지 하이킹이 가능하지만 도로에서도 Arch가 워낙 잘 보여 굳이 걸어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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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볼거리는 Sixshooter Peaks라고 불리는 커다란 2개의 타워입니다. 두 개 가운데 규모도 크고 높은 타워가 North Peak인데 두 타워 모두 지상 기준 약 430 m 가량 우뚝 솟아 있어서 놓칠래야 놓칠 수가 없습니다. 6발의 총알이 장전되는 리볼버 권총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Sixshooter Peaks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Sixshooter Peaks는 국립 공원 외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악인들이 이 곳에서 자유롭게 암벽 등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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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les로 이동하는 도로에서 하늘을 보니 저 멀리 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험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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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로 향하기 전에 오늘 날씨도 확인해 볼 겸 Needles Visitor Center를 잠깐 들렸습니다.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Needles Hiking Map이 문 앞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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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는 비가 오락가락 할 것이라고 안내 받았는데 주차장을 나서기도 전에 바로 비가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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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Trailhead에 도착할 무렵에 비가 그쳤고 오히려 햇빛을 가려주는 구름들이 하늘에 쫙 깔려서 하이킹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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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게 될 Trail은 Confluence Overlook Trail입니다.

Confluence Overlook Trail
- 거리: 16.1 km
- 고도 변화: 418 m
- 소요 시간: 6시간
- Type: Out & Back
- 난이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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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Needles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평탄할 리가 없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개의 Canyon 및 하나의 Valley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는 끊임없이 오르락 내리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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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yonlands NP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개의 구역(Island in the Sky, Needles 그리고 Maze)는 Colorado River와 Green River의 경계선상을 따라 나눠지는데 그 중앙에는 이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 즉 Confluence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Confluence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1)강을 따라 보트로 가거나 (2)4WD 전용 비포장도로를 통해 차를 타고 가거나 아니면 (3)하이킹 Trail을 통해 걸어서 들어가는 것입니다. 만약 보트나 차량으로 Confluence를 접근하고자 할 경우 Moab에 위치한 여행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비싸기는 하지만 여러모로 안전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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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의 위치는 Big Spring Canyon Overlook에 자리잡고 있는데 Trailhead 안내판이 다른 곳에 위치한 안내판에 비해 너무 격조가 떨어지는 임시 안내판이라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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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자료를 찾아 보니 예전에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정식 Trailhead 안내판이 있었는데 아마도 지금 새로운 안내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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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 옆에 국립 공원 측에서 Protecting Wilderness라는 이름의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는데 안내판에 담긴 문구가 너무 좋아서 여기에 원문 그대로 옮겨봅니다. 제가 왜 이렇게 미국 서부에서 많은 길들을 걷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담긴 글이기도 하거니와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생각으로 수많은 지역을 국립 공원으로 지정한 후 지금까지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명문입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윌리스 스테그너가 "국립 공원은 미국이 만들어낸 아이디어 가운데 최고의 아이디어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저 역시 거기에 100% 동의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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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ing Wilderness

You've come to the end of the road. Do you wonder what's out there? This curiosity has driven human exploration for millennia.

A wild and untamed landscape begins where the pavement ends. We often refer to places where human impacts are minimal as "wilderness." What does that mean?

The Wilderness Act of 1964 defined wilderness as "...an area where the earth and its community of life are untrammeled by man, where man himself is a visitor who does not remain."

The landscape ahead appears to fit that description. However, human impacts on air quality and climate are affecting the natural processes at work here. Does this change your view of Canyonlands' wilderness?

President Lyndon B. Johnson said of Wilderness Act: "If future generations are to remember us with gratitude rather than contempt, we must leave them something more than the miracles of technology. We must leave them a glimpse of the world as it was in the beginning, not just after we got through with it."

Here at the end of the road, we encourage you to step into the wilderness and explore what it means to you.

오전 9시 30분에 Trailhead로 들어가자 마자 Hoodoo에 가까운 커다란 돌탑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고 바로 눈앞에는 오늘 통과해야 할 첫 번째 Canyon인 Big Spring Canyon 전경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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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Big Spring Canyon 바닥에 도착해서 Wash 구간을 잠시 걷다가 바로 Canyon을 빠져 나가기 위한 오르막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Big Spring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Wash 구간에 물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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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커다란 두 바위 사이의 터널에 가까운 틈새로 길이 이어집니다. Trailhead로부터 약 800 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Keyhole이라고 불리는 이 틈새 바로 앞에 Cairn이 있어서 길이 이 틈새를 통과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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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를 통과하고 나니 아직 끝나지 않은 Big Spring Canyon이 나타납니다. 저 멀리 왼편에 보이는 커다란 Butte가 Junction Butte이며 그 옆으로 Island in the Sky 구역이 펼쳐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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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를 통과한 후 Canyon을 5분 정도 끼고 돌다 보니 사다리가 하나 나타납니다. 사다리가 없다면 성인 혼자서 물리적으로 절대 올라갈 수 없는 곳인데 사다리 넘어 저 멀리 보이는 Cairn이 길의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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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올라가서 뒤를 보니 출발했던 주차장 및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보입니다. 주차장에 제 차인 하얀 Jeep를 제외하고서는 차가 한 대도 없는 것을 보니 오늘 이 길을 꼼짝없이 혼자 걸어야 할 모양입니다. 이때는 전혀 몰랐지만 이 지점에서 우연히 뒤를 돌아 아래 광경을 마음 속에 각인시켜 놓은 것이 오늘 하이킹을 완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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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넘어서니 길의 모양새가 확 바뀌는데 Slickrock 및 평평한 관목 지대로 길이 진행됩니다. 저 멀리 먹구름에서 쏟아 붓고 있는 비가 여기로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계속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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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밞아서는 안될 Cryptobiotic Soil Crust를 지나니 시야가 시원하게 터지면서 관목 사이로 길이 하나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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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사암 능선 쪽으로 향하더니 꽤나 넓은 바위 능선을 타고 비스듬하게 진행됩니다. 이 지점이 Big Spring Canyon을 지나 Elephant Canyon으로 진입하는 구간인데 이 곳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 5분이었습니다. 여기저기 Cairn이 듬성듬성 있었지만 주변을 거의 10분 동안 빙글빙글 돌았음에도 길의 방향을 못 찾고 있는 와중에 눈 앞에 보이는 먹구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계속해서 비를 퍼붓고 있었습니다. 마음은 다급해지고 결국 AllTrails App을 켜서 길을 방향을 확인한 후 App의 안내에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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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관목 지대를 통과해서 길을 계속 걸어갔는데 갑자기 Canyon 너머로 아까 봤던 주차장 광경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이제서야 제가 App에서 길의 방향을 반대로 읽은 후 Trailhead 방향으로 거꾸로 되돌아 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아까 주차장 광경을 미리 확인해 놓지 않았다면 길을 거꾸로 가는 줄도 모르고 Big Spring Canyon을 건너 주차장까지 되돌아갈 뻔했습니다. 미국 서부에서 하이킹을 하면서 길에서 잠시 벗어나 헤맨 경험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오늘처럼 왔던 길을 중간에 다시 되돌아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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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웃음 한 번 허공에 날려주고 다시 방향을 틀어 아까 길을 잃었던 바위 능선으로 바로 돌아갔습니다. 거의 날라갔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순식간에 걸어갔는데 되돌아가야 하는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 이 지점에서 허비한 시간이 다 합쳐서 대략 30분 정도였다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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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한 번 크게 잃고 난 후 정신이 번쩍 들어서인지 같은 지점에서 방금 전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던 Cairn들이 눈에 확확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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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irn들을 따라 바위 능선 위로 올라가니 Elephant Canyon 관목 지대를 관통하는 길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는데 여기서 AllTrails App을 통해 가는 길의 방향이 맞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이곳에서 다시금 제대로 된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10시 37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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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 Canyon을 빠져 나가는 구간은 Big Spring Canyon을 빠져 나가는 구간과 비교할 때 훨씬 넓고 평평한 편이지만 주변의 경관이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Canyon의 기다린 암벽을 앞에 두고 덤불, 관목, 모래 사장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계속 걷게 됩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갑자기 날씨가 확 개는 바람에 별 수 없이 뜨거운 땡볕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 걸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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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걷다 보니 Canyon의 암벽을 바로 옆에 끼고 길이 돌아나갔고 오르막 구간 및 바위 틈을 지나고 나니 드디어 Elephant Canyon 구역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Trailhead에서 약 3.7 km 떨어진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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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 Canyon 구간을 빠져 나온 후 뒤돌아 본 Elephant Canyon의 모습입니다. Needles에서 걸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저 Canyon 바닥에 처음 와 본 사람이 방향을 잃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에 항상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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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 Canyon을 지난 후에는 Slickrock 구간을 계속해서 걸어가게 되는데 결국에는 지나가게 될 시뻘건 색의 Organ Rock이 왼편에서 시야에 천천히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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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ckrock 구간에서 좌우를 돌아보니 Needles의 상징인 뾰족한 첨탑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집니다. 사실 Confluence Overlook Trail을 선택했을 때 이번 여행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Needles 첨탑들은 제대로 보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멋진 광경을 길 위에서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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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ckrock 구간을 계속해서 걸어가다가 바위를 타고 내려가자 길은 관목 지대에 위치한 Wash로 변하고 멀리 서 있던 Organ Rock 바로 눈 앞에 나타납니다. 인터넷을 보니 Organ Rock 정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은 분도 있던데 레펠 도움 없이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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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 Rock 옆 Slickrock을 돌아 바위 틈으로 지나는 길을 통과한 후 너른 평원을 걷다 보니 오늘 처음으로 Jeep Road인 Devils Lane을 만나게 됩니다. Trailhead에서 약 5 km 정도 떨어진 이 지점에서 길은 U자 형태로 휘어지는 Devils Lane을 따라 가지 않고 그냥 중간 지점을 가로질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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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s Lane을 가로지르면 Twin Valleys라고 불리는 공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길은 Graben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계곡 지형을 통과하게 되는데 아래 사진이 국립 공원에서 제공하는 Needles Graben 항공 사진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계곡 지형은 흐르는 물에 의한 침식 작용으로 생기지만 Graben은 순전히 단층 활동으로 인해 땅이 푹 꺼지면서 생성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참고로 Graben 옆에 솟아 있는 바위 군락들은 Horst라고 부릅니다. 아래 사진 Graben 가운데 나 있는 길이 실제 Devils Lan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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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과 관목 사이로 선명하게 나 있는 길을 따라 Valley의 바닥을 훑으며 주변의 Horst를 구경하면서 걷다 보면 Confluence Overlook이 1.8 km 남아 있다는 길 안내판을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Trailhead로부터 6.4 km 떨어진 이 지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1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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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이 지점에는 예전에 설치한 나무 안내판과 최근에 새롭게 설치한 것이 분명한 철제 안내판이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는데 안내판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지점은 Cyclone Canyon으로 들어가는 길과의 교차로이기도 합니다. Cyclone Canyon 역시 Graben 구조의 Cany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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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를 지나면 다시금 Devils Lane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별도의 하이킹 길은 없으며 따라서 차도인 Devils Lane을 통해서 Confluence Overlook까지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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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데 뒤에서 몇 대의 Jeep 차량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이 곳까지 Jeep로 오기 위해서는 Elephant Hill에서부터 악명이 자자한 4WD 전용 길을 통해서 들어와야 하는데 그 말인즉슨 지금 이 Jeep를 운전하는 분들은 모두 Offroad Drive에 진심이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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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s Lane을 따라 계속 걸어가니 아까 저를 지나간 3대의 알록달록한 Jeep가 예쁘게 주차되어 있는 공간에 도착합니다. 도착 시간은 오후 12시 42분이었습니다. 주차장 옆에는 화장실 및 피크닉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으나 물을 구할 수 있는 시설은 전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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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테이블 옆에 설치된 안내판을 보니 Confluence Overlook은 아직도 0.8 km를 더 들어가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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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언덕 오르막을 넘어서 전망이 갑자기 탁 터지는 너른 관목 지대로 접어드니 Jeep 차량으로 도착한 미국 아저씨들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진 왼편 끝자락에 보이는 바위 군락들이 Maze 구역의 그 유명한 Doll Hous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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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걸어도 전혀 보이지 않던 Confluence는 길 끝 절벽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났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후 12시 53분이었습니다. 이곳은 명실상부한 Canyonlands NP의 심장에 해당하는 지점입니다. Canyonlands의 근간을 만들어 낸 Colorado River(오른쪽)와 Green River(왼쪽)가 합쳐지는 지점일 뿐만 아니라 Canyonlands NP를 구성하고 있는 Island in the Sky, Needles 그리고 Maze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 상징적인 지점을 직접 두 발로 걸어 도착한 것인데 다른 하이킹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상당한 수준의 성취감과 만족감이 몰려 왔습니다. 같이 있던 미국 아저씨 한 분이 미국 아니 전 세계에서 이곳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다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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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곳에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시간에 딱 맞춰 이 곳에 Jeep로 오신 미국 아저씨들 덕택에 더 없이 좋은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곳에 아무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제가 가지고 온 삼각대를 사용했다면 이렇게 좋은 각도의 사진은 못 찍었을 것입니다. 제가 서 있는 구역이 Needles 구역이고 정면이 Island in the Sky 구역 그리고 왼편 절벽이 Maze 구역입니다. 이름과 달리 왼편의 Green River의 색깔은 황토색 물결이고 오히려 오른편의 Colorado River의 색깔이 진한 녹색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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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저씨들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미국 아저씨들은 먼저 주차장으로 가시겠다고 해서 좀 있다 보자고 인사를 나눈 후 저는 준비해 온 이동식 점심을 이곳에서 먹었습니다. 비록 땡볕이기는 했지만 태양이 이미 등 뒤로 살짝 넘어간 상황인지라 해를 등지고 바위 턱에 편안하게 앉아 전방의 Confluence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바위 밑으로는 수직 낙하 절벽인데 강 바닥까지 약 300 m이고 여기서 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당연히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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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30분 가량 멍 때리기를 했습니다. 멍 때리기에는 너무나도 호사스러운 장소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 아니면 살면서 언제 이런 호사를 누릴까 싶어서 일분 일초를 소중하게 보냈습니다.
 
오후 1시 40분에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그 사이에 Jeep가 몇 대 더 도착했는지 좁은 주차장이 많은 차량으로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3대가 더 와서 총 6대의 Jeep가 주차되어 있었고 미국 아저씨들은 피크닉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간식을 먹고 계셨습니다. 미국 아저씨 한 분이 혼자 걷고 있는 제가 아무래도 많이 걱정되는지 혹시 뭐 필요한 것은 없는지 여쭤보셨고 제가 괜찮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르니 물 한 병 더 가지고 가라고 굳이 제 손에 생수 한 병을 쥐어주셨습니다. 아저씨께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화장실을 들린 다음 다시금 홀로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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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왔던 길이고 길 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돌아가는 길에서의 제 마음은 올 때보다 훨씬 가볍고 즐거웠습니다. 사실 들어올 때는 길 방향을 잃은 후 잠시 역주행하기도 했고 거기다가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도 좀 걱정스러워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꽤 받았는데 나가는 길에는 하늘마저 화창해지면서 하이킹 도중 주변 풍광을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Cyclone Canyon과의 갈림길에 다시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5분입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은 왼편이고 오른편 길이 Cyclone Canyon으로 가는 길입니다. 안내판 정보에 따르면 여기서부터 Trailhead까지의 거리는 6.4 k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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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ben을 통과한 후 다시 Needles 바위 첨탑들이 보이는 지점에 도착하기 전에 기어올라가야 하는 바위 암벽 구간들 모습입니다. 바위에 홀드로 삼을 수 있는 지점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이 하이킹은 Canyon과 Valley를 계속 건너가야 하기 때문에 길 곳곳에 약간의 Scrambling이 필요한 구간들이 있지만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모두 평이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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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dles 바위 첨탑을 배경으로 삼각대를 이용해서 사진도 한 장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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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편을 보면 Island in the Sky 구역 및 뒤로 펼쳐지는 La Sal Mountains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또 비구름이 몰려와서 오른편에서는 이미 세찬 비를 퍼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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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걸어가니 Elephant Canyon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Needles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Needles에서 이만한 경관을 볼 수 있는 지점도 그리 많지 않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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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점에서 고개만 살짝 돌리면 Island in the Sky 구역도 좀 더 적나라한 각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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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 Valleys를 벗어나 Elephant Canyon으로 접어들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뒤돌아서 Organ Rock을 눈에 한 번 담은 후 Elephant Canyon으로 들어갑니다. 왔던 길이기는 하지만 방향이 달라서인지 같은 길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이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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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내려와 Big Spring Canyon을 가로질러 Trailhead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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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hole에 도착해서 틈새 사이 경관을 사진으로 찍은 후 Big Spring Canyon의 마지막 급경사 구간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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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이 마지막 구간의 경관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는데 구름이 적당히 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곳곳에 솟아있는 바위 첨탑들의 모습이 꽤 장엄했습니다. 그냥 사진으로만 봐서는 저 바위 첨탑의 크기가 잘 가늠이 안 되는데 Trailhead에 도착해서 사람과 함께 찍은 첨탑을 보면 그 크기가 대충 짐작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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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는 내려왔던 마지막 급경사 구간을 나가는 길에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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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구간을 모두 올라온 후 지금껏 걸어 왔던 Big Spring Canyon을 한 번 더 쳐다본 후 주차장으로 향하자 꽤 많은 사람들이 Overlook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후 4시 51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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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유롭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서 Overlook 경관을 감상하는데 사진을 찍고 있던 남자 한 분이 저에게 다가오더니 지금 Confluence Overlook Trail을 다녀오는 길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본인도 그곳을 너무나 가 보고 싶은데 같이 온 일행들이 거기까지 걸어갈 수 있는 체력이 안되는지라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면서 저를 엄청 부러워했습니다.

Overlook에서 오늘 하루를 멋지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마지막 증명 사진을 찍은 후 차량을 몰고 주차장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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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길에 국립 공원 바깥에 위치하고 있는 Hamburger Rock을 잠깐 들렸습니다. Hamburger Rock 위치가 어차피 Monticello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따로 돌아갈 필요 없이 아주 편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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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비포장도로를 타고 들어가니 정말 햄버거처럼 생긴 바위가 널려 있는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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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M에서 관리하고 있는 이곳은 실제로 가서 보니 대형 캠핑장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햄버거 모양의 바위 군락을 차량으로 한 바퀴 뺑 돌 수 있게끔 길이 나 있는데 바위 사이가 전부 캠핑장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각 캠핑장에는 피크닉 테이블, 텐트를 칠 수 있는 별도의 지정 장소 그리고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까지 마련되어 있으며 캠핑장 입구에는 화장실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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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Canyonlands의 모습인데 사람들이 왜 이곳으로 캠핑을 하러 몰려 드는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Needles를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Monticello가 아닌 이 캠핑장에서 하루 머물러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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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icello 숙소에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습니다. Monticello 숙소는 Moab에 비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제가 머문 숙소는 Wayside Inn이라는 곳으로 상호 그대로 바로 길 옆에 위치하고 있는 숙소였습니다. Moab에서 좀 지저분한 방을 쓰다가 다시금 욕조까지 딸려 있는 제대로 된 모텔 방으로 오니 기분도 훨씬 좋고 아주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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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4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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