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여섯째날) - Williams 와 Lake Havasu

어느덧 가족여행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남아서 1주일간 공무출장길에 다시 올라야 한다.
오늘은 큰딸이 사는 LA로 돌아가는 길에 볼거리가 없는 것 같아서 I-40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아리조나주와 켈리포니아주 경계선에 위치한 'Lake Havasu'를 들렸다 가기로 계획을 하였다.

모텔에서 제공한 간단한(도너츠와 커피, 우유 ?) 아침식사를 때우고 Check-out한 후 길을 나서는데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여기 저기에 Route-66(또는 R-66) 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고,
길거리에는 벤츠나 롤스로이스 등 옛날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사실 어제는 그랜드캐년 구경을 하고
일정상 저녁이 되어 Williams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게 이 도시가 과거 서부 개척시대 당시
서부광산지역으로 가는 Route 66이라는 구 신작로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각종 주점은 물론 여관, 음식점,
푸줏간 등등 과거 미국 서부의 향수와 옛정취가 물씬 베어 있는 유명한 명소였다. 이게 왠 떡인가 ?

보기드문 풍경이라 마을을 한바퀴 돌기로 하였다. 주행속도는 투어하기에 알맞게 25마일로 정해져
있었으며, 마을은 'U'자 형태로 돌아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구석구석에 놓여 있는 고급차들이
수상하여 주유소에서 물어보니 바로 어제 이곳에서 R-66 관련 무슨축제가 있었다나...
마치 우리나라 민속촌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부영화에서나 봄직한 선술집이나 마굿간
같은 곳도 있고 마을의 집들도 옛날 건축양식 그대로 지어져 있었다. 주변에는 그랜드캐년까지 가는
기차역도 있고 건널목에 신호등도 옛날식으로 표지되어 있었다. 의외로 흥미로운 도시였다.
미국사람들은 옛날 향수를 즐기기 위해서 이곳 Williams를 들려서 놀다가 Route-66을 타고 서부로
넘어가는 자동차여행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어쨋든 자다가 떡 얻어 먹은 기분이다.

우리는 구경을 마치고 10시 20분 경에 I-40번 도로를 타고 Lake Havasu를 향해 출발하였다.
하바수 호수는 아리조나주 서쪽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윌리암스에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찾아가는 길은 I-40번 West 방향으로 가다가 Kingman을 지나 다시 US-95 South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면 나온다. 이곳은 영국사람들이 처음 개척해서 그런지 도시 중심에 'London Bridge'가 놓여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영국에 온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었다.
저 멀리 유타주 북부에서 시작된 콜로라도강이 Glen Canyon Dam에 의해서 Lake Powell을 만들었고,
다시 그 줄기가 흘러 그랜드캐년에서 시작된 콜로라도강의 물줄기가 후버댐에 의해서 Lake Mead가
형성되었으며, 다시 이곳 아리조나 사막을 지나면서 커다란 Lake Havasu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실 LA까지 가기가 지루해서 한번 들려보기로 한 곳인데 의외로 멋있고 바다 같이 넓고 긴 호수의
전경이 가슴을 확 트이게 하는 휴양리조트였다. 드넓은 호수의 전경이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호수에서는 모터보트와 수상스키, 제트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호숫가에서는 강태공들이
그 무더운 사막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기잡이에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 호수는 평지에 형성되어 바로 차를 대놓고 보트나 요트를 즐길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있으며,
호수를 주변으로 별장과 콘도같이 멋지게 지어진 집들이 저 멀리 산밑에 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날씨만 무덥지 않으면 당장 짐을 풀어놓고 한참 놀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날 밖의 날씨는 차속에 있는 온도계로 화씨 117도 까지 올라갔다. 섭씨로는 몇도인가 ?)

아마 이곳은 은퇴후 노인들이 휴양지로 삼아서 즐기며 여생을 보내거나, 아니면 반대로 젊은이들이
수상레포츠를 즐기며 정열을 불사르기 위해서 많이 찾는 곳인 것 같다. 또한 런던 브리지를 중심으로
각종 리조트와 선착장, 음식점 및 바 등 휴가를 즐기기에 적합한 시설들이 고루 갖춰진 곳이다.

우리는 다음에 또 다시 와 보자는 기약없는 약속만 남긴체 US-95번 South를 타고 남하하였다.
가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콜로라도 강줄기가 만들어낸 멋진 호수들이 군데군데 놓여 있고, 그 곳에 마다
위치한 각종 Marina Park들이 여러 곳 있었다.
남쪽으로 계속가도 아름다운 호수와 강가의 마을들이 이어지며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하였다.
나중에 꼭 한번들 가보시는 게 어떨런지요 ?

어느덧 LA로 돌아가는 I-10고속도로가 나타났다.
여기서 부터는 LA로 진입하는 길을 잘 아는 큰딸 은진이에게 자동차 키를 맡겼다.
가는 길에 혹시 쇼핑 할 것이 있을까 싶어서 팜스프링스에 들렸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발길을 돌렸다.
저녁에 LA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들과 만나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하는 수 없이
발길을 제촉하였다.

오는 길 양편에 풍력발전소가 있는듯 3각 날개 모양을 한 풍차들이 수만 개가 늘어서서 돌고 있었다.
바람이 많다는 것은 바다가 가까워져 간다는 의미이기도...
석양이 뉘엇뉘엇 태평양 넘어로 사라져 가고 우리는 벌써 Korea Town 중심가를 지나고 있었다.
목적지는 '조선갈비', 이곳 LA 코리아타운에서는 갈비로 제일 유명한 집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먹어보는 한국음식의 감칠 맛에 여행으로 인한 그동안의 온갖 피로를 싹 가시게 하는 것 같다.
은진이 남자친구도 같이 오라고 하여 식사 후에 남자녀석들 4명이서 국제 팔씨름 시합을 시켰다.
한바탕 쇼가 벌어지고 얼마나 웃었는지 소화도 다 된 것 같다.

저녁식사 후에 LA공항 근처에 있는 렌트카회사(Thrifty)로 가서 차를 반납하고 다시 은진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6일간 돌아다닌 주행거리는 총 1,839마일 이었다. 서울에서 부산을 3~4번 정도 왕복한
거리인 셈이다. 렌트카(미니벤 7인승) 총 결산비용은 풀커버리지 보험료를 포함하여 $437...

이번 미국여행 코스는 아래와 같다.
LA -> Las Vegas(2박) -> Red Canyon -> Cedar City -> Bryce Canyon NP -> Kanab(1박) -> Zion NP
-> Kanab -> Lee's Perry/Navajo Bridge -> Glen Canyon Dam -> Lake Powell-> Page(1박)
-> Horseshoe Bend -> Grand Canyon NP -> Williams(1박) -> Lake Havasu -> LA

내일 이야기는 우리가족이 LA공항을 출발하여 한국의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서
이번 우리 가족의 미국여행기는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그동안 부족하고 딱딱한 이야기 임에도 끝까지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덧글을 통하여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좋은 여행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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