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05년 5월 21일(토)-여행 4일째

오늘의 주요 코스: 샌프란시스코 관광-스탠포드 대학교, 금문교 남단, 롬바르드 거리, 피셔맨즈 와프, 다운타운 전차 관광 등(산호세의 OOO댁에서 숙박)

어제 다혜가 아침부터 약간 감기가 들어서 약을 계속 먹었었는데, 밤에 한 열 번쯤은 깨서 울었다고 한다. 난 전혀 모르고 그냥 아침까지 잤는데, 다혜 엄마가 혼자 잠못자고 아이가 울고 칭얼대는걸 다 받아주며 재웠나보다.  역시 엄마는 그냥 되는게 아닌게 확실하다.

어제 밤에 밥솥의 예약시간을 7시 40분으로 맞춰 놓았었다.  OOO님께서 아침에 8시 반쯤엔 나가셔야 한다기에 8시에는 함께 밥을 먹으려고.. 다혜 엄마가 7시 반에 일어나 맛있는 참치김치찌게도 끓여서 OOO님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다혜는 어젯밤에 너무 많이 깨서 그런지 아침에 9시에나 일어났다.  
겨우 아침 먹이고 씻고 정리하고 출발하니 10시 30분이다.  다혜가 아침에도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서 약먹이고 얼르며 어쩌고 하다보니 생각보다 출발이 많이 지체됐다.

여기 집에서 85번 도로로 바로 들어서서 280번 고속도로로 해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눈앞에 Stanford University Exit 간판이 들어왔다.  다혜 엄마랑 즉석에서 동의가 되어서 예정에 없이 그 곳으로 나가서 학교를 찾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을 지척에 두고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 나중에 아쉬울 것 같아서 말이다.  물론 샌프란시스코에 UC버클리도 있지만, 거기는 조금 떨어져서 가보기는 그렇고.  스탠포드를 찾기는 했는데 도서관 건물 쪽으로 해서 갔는데 캠퍼스가 워낙 커서 그런지 찾아 들어간 곳이 가족들 주거용 빌리지로 여기저기 구성된 기숙사들이 모여있는 동네였다.  차를 세우고 15분쯤 걸어가서 결국 사진에서 많이 본 듯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다혜에게 엄마는 “여기가 네가 나중에 다닐 학교야!”라고 얘기하니까 다혜는 그저 학교 다닌다는게 좋아서, “아빠 나 학교갈꺼야”라고 몇 번을 신나게 얘기했다.  어쨋거나 우리 딸이 학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니 다행이다.

예정에 없던 곳을 방문해서 시간이 40-50분이 날라갔다.  11시 30분에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출발했으니 오늘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280번 고속도로로 올라갔는데 다운타운 쪽에 가까이 가는데 토요일인데도 꽉 막혀 있다.

1번 도로를 타고 금문교쪽으로 올라가다가 101번 도로를 통해서 Marina로 빠져서 차를 돌려서 금문교 밑으로 갔다.  한강 고수부지 같은 느낌이 나도록 공원이 꾸며져 있었다.  바닷물도 보면서 금문교 밑에서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옆의 잔디밭에서 연날리기 대회 같은 것을 하고 있어서 다혜는 거기를 지나면서 미국의 다양한 연들에 푹 빠져서 강하게 부는 바닷바람에 연들이 치솟고 곤두박질을 할 때마다 환호성과 안타까움을 연발했다.
이번 여행이 주로 자연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위주로 구성했는데 이것을 통해 다혜가 자연을 느끼고 감성이 더욱 풍성해 지기를 소원해 본다.

Before Golden Gate Bridge
[금문교 다리 밑의 공원에서]

2시가 거의 다 되어 가고 있지만 휘셔맨즈 와프에 가서 점심먹기 전에 근처에 있는 Lombard Ave.에 있는 꽃길에 들러서 사진찍고 가는 것으로 코스를 정해서 거기를 찾아갔다.  꽃길이 있는 곳을 가기 직전에 엄청난 비탈길을 올라가는데 다혜가 “아빠 우리 뒤로 넘어질 것 같아요”라고 한다.  내가 성남의 경원대 옆의 엄청난 비탈길도 여러 번 가보고 비탈길이 많은 시애틀의 다운타운에도 가보곤 했는데 그보다도 훨씬 더한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거기가 관광지다 보니 차들이 몰려서 그 엄청난 비탈길에서 섰다가 가기를 계속하다보니 다혜가 그런 말을 할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스틱을 가진 수동차량을 가지고 왔다면 그 상황에서는 시동이 꺼지고 뒤로 밀려서 사고가 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비탈길을 올라가니 바로 급커브의 좁은 내리막길이 바로 그 유명한 Lombard 꽃길이었다. 그런데 꽃이 피어있지 않아서 그냥 꽃 없는 화단길을 내려가는 것이었다. 줄줄이 꼬리를 물고 내려가는 차량의 행렬에 묻혀 내려가는데, 별것도 아닌 것이지만 조금 특이하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 대도시의 관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휘셔맨즈 와프에 들어서서 주차장에 차 세우고 부둣가 상점길을 지나는데 토요일 오후다보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Pier41에서 던지니스 크랩 한 마리와 클램 차우더 1개를 사서 바로 가게 앞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서 게를 까먹었다.  지난주에 시애틀에 있을 때 코스코에서 게 두마리를 사와서 집에서 쪄 먹던 느낌이 새록새록 난다.  지나가던 미국 아저씨는 다혜를 보고 몇 살이냐고 물으면서 다혜가 너무 귀엽단다.  게를 무게로 달아서 파는데 1파운드에 $7.50인가 했기에 내가 고른 게가 $12.60쯤 되었고, 거기에다가 빵을 파서 그 속에 맛있는 스프를 담아 주는 클램 차우더까지 1개 합치니 택스를 다 포함했는데도 $13.88 밖에 안나왔다.  이 것으로 우리 가족이 게와 빵과 스프를 가지고 맛있는 점심을 즐겼다.  그 가게 옆에서 어떤 홈레스 같은 사람이 나뭇가지를 묶어서 두 단으로 만들어 그 뒤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이 옆에 지나갈 때 갑자기 나뭇가지들을 치우며 나타나면 사람들이 놀라는 것을 했는데, 갑자기 놀라며 다양한 표현을 하는 걸 구경하려고 그 주변에 관광객들이 수십명 진치며 그 장면들을 즐기는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구경거리였다.  그 홈레스는 그걸 밥벌이로 하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놀랐지만 오히려 즐거웠다며 옆의 깡통에 돈을 넣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다.

밥을 먹고 우리는 Muni라는 오래된 샌프란시스코의 전차를 타고 다운타운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래서 차는 그대로 주차장에 놓아두고 피셔맨즈 와프에서 출발해서 다운타운을 거쳐 가는 ‘F라인’의 전차를 탔다.  이 라인이 제일 오래된 차량이라는 가이드북의 설명대로 정말 오래되고 낡은 차량이었는데도 주말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탄다.  다혜엄마는 한국의 아줌마 기질을 발휘해 자리에 앉으려 노력했지만, 이곳 시스템에 익숙한 미국 사람들이 벌써 자리를 다 차지하고 앉아서 다혜와 함께한 우리 가족은 서서 전차를 타고 갔다.  조금 있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다혜를 안고 있는 다혜엄마가 안돼 보였는지 자리를 양보해 줘서 앉아 갈 수 있었다.  먼저 부둣가를 쭉 지나가다가 다운타운으로 접어드는 코스였다.
Muni in San Francisco
[우리가 탔었던 샌프란시스코의 전차인 Muni]

다운타운은 어제 한 번 101번 도로를 타고 내려가면서 봤었기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마지막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환승표를 제시하고 공짜로 타고 피셔맨즈 와프까지 왔다.  길지는 않았지만, 워낙 천천히 달리다보니 왕복해서 2시간이나 걸리는 코스였다.  나는 오는 길에 3일 동안 쌓인 피로가 몰려와서 사정없이 눈꺼풀이 감기는 바람에 낡아서 불편한 시트에 앉아서 30분 정도를 꾸벅꾸벅 졸았는데, 종점에 와서 내리는데 얼마나 개운하던지… 도대체 몇 일 만에 맛보는 낮잠인가?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나오는데 3시간 남짓 머물렀건만 주차비는 $18.  이게 하루 최대 주차비다. 3시간 이상은 똑 같은 금액으로.(나중에 안 것이지만.. 클램차우더를 사 먹었던 식당도 조금 떨어진 곳에 자체적으로 주차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 댔더라면 피 같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텐데..)

101번 도로를 타고 280번 고속도로와 85번 도로를 타고 무사히 집에 찾아 왔는데, 다혜가 다운타운에서 출발할 때부터 계속 자서 집에 와서도 방에 뉘웠다.  OOO님은 집에 들어왔다간 흔적은 있는데, 안계신다. 연락도 안돼고.. 오늘 핸드폰도 안가지고 나갔었는데, 전화왔던 기록을 보니 낯선 번호가 2번 전화했다고 찍혀 있다.  전화해보니 대학후배인 OOO였다.  오늘 OOO 모임에 왔다가 OOO님을 만나 내 얘기를 듣고 연락했다고.  비록 학교 다닐 때는 아주 친했던 관계는 아니었지만 역시 외국 나와서 이렇게 연락되니 참 반가웠다

OOO님과 연락을 하려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할 수 없이 우리가족만 먹을 수 있는 양만 밥을 해서 막 먹으려는 순간에 음식들을 가지고 들어오셨는데 다른 한 가족과 함께 오셨다. 그 가족도 동부에서 온 것인데.. 어쨌든 밥먹는 타이밍이 정말로 기가 막히게 딱 맞았다.

덕분에 그 가족 5명과 OOO님과 우리 가족 모두가 곰국에 불고기에 기타 여러가지 맛있는 반찬들로서 거의 파티 수준의 저녁식사를 했다. 여행중에 이렇게 잘 먹을 수 있어서 이 기회에 몸보신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먹었다.  지금 같아서는 낼 아침도 안먹어도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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