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미국인들 [펌]

2005.09.22 22:09

baby 조회 수:9945 추천:168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미국인들



최근 우연찮게 밤 늦게까지 술 마시는 자리에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면서 와인 한잔 마시자고 모였는데, 언제나 그렇듯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나는 원래 술을 잘 못마시기도 하지만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긴장을 완전히 풀 수는 없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라 실컷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은 깊어갔고 미국 사람들이 차례로 빠져나간 바에는 한국 사람들만 남았다.

시간은 흘러 오전 1시30분이 넘었다. 마감시간이 다가오니 초조하고 피곤해서 자꾸 하품을 하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래서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니까…”라고 중얼거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 사람들은 평일날 밤에 이렇게 노는 법이 없어요. 다들 일찍 집에 들어가 쉬고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그러지요. 이렇게 밤늦도록 술을 마시면 다음날 일을 어떻게 합니까.”

나도 그렇게 느꼈다. 미국 친구들, 알고 보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 가끔 취재원에게 혹시 기사 쓰다가 궁금한 게 있을 때 밤에 전화해도 좋으냐고 물어보는데, “10시에는 자니까 그 이전에 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워싱턴 시내로 들어가는 주요 고속도로 중 출퇴근 시간에는 2~3명 이상 탄 자동차만 진입할 수 있게 한 도로가 있는데, 그 시간대가 대개 오전 6시30분~9시, 오후 3시30분~6시다.

오전 7~8시에 출근했다가 2~3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일찍 자고 일찍 출근해서 주로 오전에 집중적으로 일한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날 하루의 일이 다음날 컨디션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러고 보면 미국 친구들과 ‘에잇, 기분이다. 오늘 신나게 놀아보자’고 갑자기 놀러나간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사니까 이 사람들 생활은 대체로 하루하루가 예측가능하고 그래서 재미없기는 하다.

한번은 뉴욕에 놀러갔다가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친구 집에서 자게 됐는데, 이 친구는 다음날 입을 옷과 구두, 핸드백까지 다 색깔 맞춰 골라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전날 준비해둔 대로 차려입고 나서 쏜살같이 사무실로 달려갔다. 진짜 효율을 극대화한 삶인데, 그래서 승진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버는 모양이다. 자기 전에 책 읽는 습관은 어릴 때부터 배우는데 ‘아이에게는 베드타임(bedtime) 스토리가, 어른에게는 베드타임 리딩(reading)’이라는 말이 있다. 어려서는 부모가 침대 맡에서 책을 읽어주고 어른이 되면 자기 전에 독서를 한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늘 나오는 장면이다.

중요한 차이는 잠자리에 들어가는 순간의 마음가짐이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잠옷 갈아입고 이 닦고 책 좀 읽다가 잘 수도 있고,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채로 집에 돌아와 의식불명 상태로 하루 일과를 마감할 수도 있다. 전자는 ‘다음날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삶이고, 후자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방식이다. 사실 나의 유일한 바람은 자기 전에 오늘 한 일을 간단히 메모하고 내일 할 일의 리스트를 만들고 책 세 쪽 읽고 자는 것이다. 하지만 습관이 안돼서 이 간단한 일이 거대한 도전처럼 느껴진다.

<강인선 기자 : insun@chosun.com>

- 조선닷컴 와플클럽 : ☞Waple Club Blog 중에서 [펌] -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2766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687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025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217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18846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441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668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596 2
1343 UC irvine에서도 구하실 수 있는 각종 입장권 할인권 [2] 김민경 2005.10.26 3922 107
1342 미국서부 여행기 종합편 ★ [5] 임원규 2005.10.17 4935 99
1341 Low-priced Accommodation in San Francisco [4] Tennis Lover 2005.10.15 19021 112
1340 말라버린 요세미티 공원의 mirror lake (2005/ 10/ 13) [4] 쌀집아제 2005.10.14 4217 107
1339 22일간 미국여행을 마치며... [2] nzer 2005.10.14 4440 99
1338 샌디에고에서 캔자스시티까지 자동차 루트 문의 [2] 아로 2005.10.14 4665 95
1337 일주일 남았네요 [10] 김희철 2005.10.13 4469 99
1336 Salt Lake City- Grand Canyon -Las vegas 여행기 (옮김) 한나파 2005.10.12 4634 154
1335 가장 저렴한 미국 렌트카 이용하는 방법 부탁합니다. [4] bega 2005.10.10 4147 94
1334 라스베가스 발렛파킹 팁과 타워에 관한 질문 ★ [8] 한나파 2005.10.10 16258 108
1333 드디어 떠나요....(정수올림) [2] 한정수 2005.10.10 3517 96
1332 저희 샌프란시스코 왔는데요... 도와주세요 [1] 이정혜 2005.10.09 4561 89
1331 [re] 저희 샌프란시스코 왔는데요... 도와주세요 [3] 임원규 2005.10.09 3153 78
1330 안녕하세요. 서부여행 8박 9일 질문 있습니다! ㅠㅠ [5] 김선미 2005.10.09 3228 101
1329 미국 서부여행(세도나) - 4편 dhpyun 2005.10.09 6060 99
1328 미국서부 가족여행 - 10일차 (Sea World) [2] 임원규 2005.10.08 4849 94
1327 미국서부 가족여행 - 9일차 (팜스프링) [1] 임원규 2005.10.08 4971 95
1326 미국서부 가족여행 - 8일차 (후버댐, 그랜드캐년) [1] 임원규 2005.10.08 5032 76
1325 미국서부 가족여행 - 7일차 (데스벨리, 라스베가스) [3] 임원규 2005.10.08 4421 96
1324 미국서부 가족여행 - 6일차 (요세미티 국립공원) 임원규 2005.10.08 5146 81
1323 미국서부 가족여행 - 5일차 (PCH 자동차여행) [2] 임원규 2005.10.08 4879 118
1322 미국서부 가족여행 - 4일차 (유니버설 스튜디오) [2] 임원규 2005.10.08 4733 96
1321 미국서부 가족여행 - 3일차 (디즈니랜드) [3] 임원규 2005.10.08 8158 122
1320 오색 찬란한 유혹 LA 인근의 가을풍경을 찾아서 baby 2005.10.07 12657 99
1319 필리핀 세부 막탄샹그릴라 리조트 여행 댕겨왔습니다... [2] 민정 2005.10.07 4090 12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