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2022년 6월 1일

Moab - Capitol Reef National Park Visitor Center - Gifford Homestead - Hickman Bridge Trail - scenic Dr. - Ruby'S Inn

이동거리 250 mi.

상상도 못했다. 이런 곳이 지구에 있으리라곤. 너무나 척박해서 생명이 있기 힘든 곳.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나는 이 척박한 곳에 과수원을 짓고 땅을 경작한 몰몬교 개척자들에 전율했다.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이 어떤 곳인 지 짐작 조차 못했다. 유타에서 유명한 아치스와 브라이스 캐년 사이에 있다는 것만 알고 갔다. 일정 상 브라이스 캐년 가는 길에 있는 국립공원이라 안 들를 이유가 없었다. 국립공원은 최대한 많이 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 중 하나다.

모압에서 두 시간 반 만에 캐피톨 리프 방문자 센터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이상했다. 공사장 처럼 황량한 곳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다양한 풍경을 봤지만 풍경이 없다 시피 한 곳은 없었다. 마치 대규모 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산을 깍은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 차선이 공사로 여러번 막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도로가 군데군데 뜯겨져 나간 것을 보수하는 듯했다.

공원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공사판 풍경은 비슷했다. 공원 안은 다르겠지 하는 생각에 방문자 센터로 우선 갔다. 국립공원 패스 확인도 안 했다. 보통의 국립공원은 방문자 센터에 가기 전에 패스 구매를 하는 곳이 나온다. 직전에 다녀온 아치스는 한 술 더 떠 방문 시간까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캐피톨 리프가 '인기가 없는 국립공원'이란 말이 떠올랐다.

방문자 센터를 조금 지나니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나왔다. 황량한, 아니 황폐한 땅에 풀이 나고 과수 나무가 자로고 있었다. 프리타 지역이다. 설명을 읽어 보니 이 곳은 1800년대 후반 몰몬교도들이 개척한 땅이다. 이들은 너무나 척박한 이 땅에 물을 대고 농사를 지었다. 자신들이 먹을 음식을 직접 길렀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을 했다. 이들은 어쩌다 이런 곳까지 왔을까. 나는 140여년 전 이 곳이 처음 왔을 몰몬교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저렸다. 유타는 메마른 땅이다. 고도가 높아 웬만한 농작물은 경작 조차 할 수 없다.

초기 정착민들이 지은 학교와 집 등은 보존 돼 있었다. 학교 건물은 10평 남짓 했는데, 이 곳에서 사람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일에는 예배를 보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땐 회의도 했다. 너무나 힘든 환경이었지만 이들은 아이들을 가르쳤다.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풀이 나 있어 사슴이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점심 시간이어서 그런지 피크닉 테이블 10여개는 대부분 차 있었다. 다들 저마다 점심을 싸와서 먹었다. 빵에 잼을 바르고, 과일과 채소를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의 도시락은 연어를 간장 양념에 졸인 것이었다. 척박한 이 곳에 과분한 도시락이었다. 도시락은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후식으로 파이를 먹었다. 기포드 주택(Gifford Homestead)이란 곳에선 파는 것이었다. 이 집에선 이 지역에서 난 과일로 만든 잼과 파이 등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애플파이 한 개를 사서 먹었다. 7.5달러였다. 파이는 손바닥 만한 크기였다. 한 입 먹고 깜짝 놀랐다. 파이가 정말 맛있었다. 파이 속에는 사과 조각들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었다. 너무 달지 않고 입맛에 딱 맞았다. 하나를 더 먹었다. 베리 종류가 섞여 있는 '믹스 베리 파이'였다. 이 파이도 블루베리가 큼직하게 들어가 있었다. 아내는 "재료를 아끼지 않아 맛있다"고 했다.

파이를 두 개나 먹으니 배가 불렀다. 트레일을 하러 갔다. 히크맨 브릿지 트레일(Hickman Bridge Trail)이란 곳이었다. 30분 가량 걸으니 커다란 아치 형태가 나왔다. 아치스에서 실컷 본 아치와 비슷한데 느낌은 달랐다. 외롭고 쓸쓸한 아치였다. 아치스와 다르게 이름을 짓느라 '브릿지'를 쓴 것은 아닌가 싶었다. 트레일을 다 하고 주차장으로 오늘 길에 강을 봤다. 프리몬트 강이었다. 우리는 이 강에 발을 담궜다. 더위는 한 번에 날아갔다. 바로 앞에선 나이가 지긋하게 든 남자 노인분이 바지까지 벗고 물에 들어가 있었다. 이 강의 물이 있어서 몰몬교 개척자들은 살아 남을수 있었을 것이다.

캐피톨 리프의 '하이라이트' 라고 하는 시닉 드라이브(scenic Dr.) 쪽으로 갔다. 이 곳에선 '워터포켓 폴드'란 지형을 볼 수 있다. 2억년 전 지각 판이 충돌해서 솟아 오른 지형이다. 땅 속에 있었던 지각이 올라와서 구겨진 것이 장관을 이룬다는 설명을 듣고 갔다. 기대와 달랐다. 시닉 드라이브란 이름과 다르게 전혀 시닉(경관이 좋은) 하지 않았다. 산사태가 난 것 처럼 지반이 무너진 모양이 수 마일 이어졌다. 그것은 마치 세상이 다 무너진 듯한 모양이었는데, 나는 이 경관이 영 불편했다. 지옥이 있다면 꼭 이런 느낌을 것 같았다. 더 이상 갈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는. 그래서 영원히 이 곳에 갇혀 있을 것만 같았다. 아내도 느낌이 좋지 않았는지 "얼른 나가자"고 했다.

나는 서둘러 시닉 드라이브를 나왔다. 나는 미국 사람들의 작명이 잘 이해가 안 갔다. 전날 간 아치스의 '데블스 가든'은 '앤젤스 가든' 같았다. 화이트 샌드 국립공원의 '알칼리 플랫 트레일'은 전혀 '플랫'하지 않았다.

브라이스 캐년으로 가는 길은 지옥에서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만 나오니 드넓은 평평한 지역이 이어졌다. 그 평야 같은 지대에 스프링클러 수 백, 수 천개가 돌아가며 물을 내뱉었다. 그 또한 장관이었다. 그렇게 뿌려진 물은 풀을 길러냈다. 그 풀은 아무리 봐도 곡식이 아니었다. 무엇을 위해 이들이 풀을 기르는 지는 조금 더 가다가 알았다. 소가 먹을 풀이었다. 이 지역은 대규모 목장 지대였고, 이 소들을 먹일 풀을 초대형 스프링클러로 감당했다. 그렇게 두 시간 가까이를 갔다. 소들은 들판에 지천으로 널렸는데, 때론 담장을 넘어 도로 바로 옆에 있기도 했다. 카우보이들이 집 나간 소들을 다시 데려 오는 것도 봤다. 나는 집 나간 소를 차로 칠까봐 도로 양 옆을 계속 주시해며 운전했다. 그 큰 들판에 차가 거의 없었는데도 빨리 가지 못했다. 지옥에서 나온 나는 내일 천국 같은 풍경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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