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2023년 9월 11일 월요일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끼는 Capitol Reef NP에서의 하루입니다. 주말 동안 비포장도로 드라이브 중심의 여행을 했더니 몸도 근질근질하고 체력도 충분히 비축되었기에 오늘은 다시 하이킹 모드로 들어갑니다.

오늘 걸을 길은 Capitol Reef NP의 꼭대기로 향하는 Navajo Knobs Trail입니다.

Navajo Knobs Trail
- 거리: 15.2 km
- 고도변화: 652 m
- 소요시간: 5~7시간
- Type: Out & Back
- 난이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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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ol Reef NP에서 대부분의 방문객은 Scenic Drive 운전 또는 Fruita 구역에 위치한 여러 Trail 하이킹을 통해 주변의 절벽들을 올려다 보게 됩니다. 그러나 Navajo Knobs Trail 하이킹을 시도하는 소수의 하이커들은 Capitol Reef NP에 위치한 모든 것들을 내려다 보면서 Capitol Reef NP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Navajo Knobs가 Capitol Reef NP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Torrey를 출발 Chimney Rock을 지나 Visitor Center로 가는 24번 도로를 지나갈 경우 부지불식간에 무조건 Navajo Knobs를 보면서 지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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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출발은 Hickman Bridge Trailhead입니다. Capitol Reef NP에서 가장 인기 있는 Trail과 출발지가 같은 관계로 주차장이 가득 차기 전에 가능하면 아침 일찍 가는 편이 좋습니다. 주차장에 오전 8시 13분에 도착했는데 벌써 꽤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는데 이 하이킹 경로에는 화장실이 없음을 미리 감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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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유에서인지 하이킹 안내석에 Hickman Bridge와 Rim Overlook만 기재해 놓았는데 맨 아래빈칸에 Navajo Knobs를 함께 기재해 놓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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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안내판을 보면 Navajo Knobs까지 가는 경로까지 자세히 기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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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Fremont 강을 옆에 끼고 시작됩니다. 이 길의 초반 오르막 구간이 Capitol Reef NP를 상징하는 Capitol Dome(높이 1,870 m)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인데 이른 아침이라 태양이 아직 Capitol Dome을 넘어서지 못 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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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후 400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바로 Hickman Bridge로 향하는 길과 Rim Overlook으로 향하는 길의 분기점에 도달합니다. 분기점 앞에 뾰족하게 솟아 오른 Navajo Dome(높이 1,978 m)을 보기에 아주 좋은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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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에서 Rim Overlook 방향으로 걷다가 아래 지점에 도달했는데 이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모래 바닥에 수많은 발자국이 찍혀 있고 따라서 아무 의심 없이 여기로 걸어 들어갔는데 실제 하이킹 길은 오른쪽 바위를 타고 바로 올라가야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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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니 아무래도 느낌이 싸해서 바로 AllTrails Map을 켜 봤더니 정해진 길에서 한참 왼쪽으로 벗어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옆으로 바로 치고 올라갈 수 있어서 큰 시간 낭비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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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으로 올라가서 보니 시커먼 돌들이 쭉 놓여 있었는데 이게 길을 표시한 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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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제대로 된 길로 들어와 걷다 보니 바로 Hickman Bridge Overlook에 도달합니다. 도착 시간은 오전 8시 5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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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kman Bridge Overlook에서 바라보는 Hickman Bridge 전경입니다. 이른 오전인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Hickman Bridge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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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kman Bridge Overlook을 지나 Rim Overlook을 향해 계속 길을 올라갑니다. 오전에 이 길을 올라갈 경우 태양이 절벽 뒤쪽에 있어서 그늘 구간도 있지만 더 많은 부분에서는 그냥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을 그대로 맞으면서 걸어야 하니 단단히 싸매고 올라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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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올라가지 않았는데도 눈 앞에 경치는 슬슬 멋진 경치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im을 타고 걷는 길이라 많은 구간에서 왼쪽으로는 눈 앞이 뻥 뚫려있는 시원한 경관을 곳곳에서 즐길 수 있고 반대로 오른쪽으로는 Capitol Reef NP의 장엄한 절벽 경치를 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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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면 도대체 어디가 길인가 싶지만 길 곳곳에 Cairn이 잘 놓여 있어서 더 이상 길을 잃을 일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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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 Overlook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분입니다. Overlook에서 앞을 바라보니 Capitol Reef NP를 관통하는 24번 도로, Visitor Center 및 Fruita 과수원이 마치 미니어처처럼 놓여 있고 그 뒤로는 Johnsons Mesa, Fremont River Gorge, Miners Mountains, Sulphur Creek Canyon 그리고 Boulder Mountains까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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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왼쪽을 보면 Fruita Campground, Gifford House 및 Scenic Drive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 위치한 Cohab Canyon으로 들어가는 22단 Switchbacks(빨간색 원) 및 6개 톱니 모양으로 갈라진 Slot(노란색 원)도 볼 수 있는데 Canyoneering을 하는 산악인들이 The Wives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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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일정으로 하이킹을 하거나 체력적으로 더 이상 걷기가 어려운 분들은 이 곳을 반환점으로 삼으면 됩니다.

Rim Overlook을 뒤로 하고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Rim Overlook까지 거리가 편도 3.6 km이고 Navajo Knobs까지 거리가 편도 7.6 km이므로 아직 절반도 못 왔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왼쪽 절벽의 끝을 돌아서 가야 아마도 Navajo Knobs가 보일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걸어 가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살짝 야속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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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향나무가 우거진 Wash 구간을 지나게 되고 Capitol Reef NP 하이킹 도중 자주 만나게 되는 U자 형태의 협곡도 빙글빙글 돌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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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평평하고 넓은 Slickrock을 가로질러가야 하는데 Longleaf Flat이라고 불리는 구간입니다.  뒤에 상어 지느러미처럼 보이는 높이 2,079 m의 거대한 바위산 The Stegosaur가 보이는데 저 꼭대기를 마음만 먹으면 별다른 장비 도움 없이 하이킹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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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군데군데 놓여 있는 Cairn을 벗삼아 걷다 보니 어느덧 아까 보이던 절벽을 끝을 돌아 다시 새로운 절벽이 보이는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저 멀리 왼쪽 끝에 살짝 솟아 있는 부분이 오늘의 목표 지점 Navajo Knobs인 것 같은데 갈 길이 아직도 멀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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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이 지점에 도달하면 Navajo Knobs까지 어찌 가나 하는 걱정보다는 바로 눈앞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난 The Castle에 마음을 확 빼앗기게 됩니다. Capitol Reef NP Visitor Center 뒤에 길게 펼쳐 놓은 병풍처럼 서 있는 The Castle이 이렇게나 입체적인 모양새였음을 여기 와서 직접 보기 전에는 알 길이 없습니다. The Castle의 높이가 1,924 m에 달하니 한라산과 견줘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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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stle을 잠시 뒤로 하고 다시 Slickrock 구간으로 접어 드니 멀리서나마 잠깐 보였던 Navajo Knobs는 신기루처럼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 번 더 돌아야 하는 절벽 구간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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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U자 협곡 및 Slickrock 구간을 부지런히 올라가다가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길을 걷고 있는 다른 하이커들을 만났습니다. 남자 세 명이었는데 아마도 한낮의 땡볕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이른 새벽에 하이킹을 시작했음에 틀림없었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계속 오르고 또 오르니 멀게만 느껴졌던 절벽 구간도 어느새 지나치게 되었고 드디어 Navajo Knobs가 눈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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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박차를 가해 앙증맞은 아치 하나가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관목 지대를 통과 후 바위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니 바위더미를 헤치면서 기어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나왔습니다. 살짝 힘들기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Navajo Knobs에 거의 다 왔다는 신호이니 여기서 힘 빠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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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더미 구간들을 두 손 두 발로 헤치고 가니 드디어 Navajo Knobs가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전 11시 55분이니 하이킹에 대략 3시간 40분이 걸린 셈입니다. 특이한 점은 Hickman Bridge Overlook이나 Rim Overlook과 달리 Navajo Knobs에는 별도의 안내판이 없다는 것인데 Navajo Knobs가 위치한 정상 지역에 실제로 가서 보면 안내판을 설치할 마땅한 공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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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 가운데 상단 표면이 진한 갈색인 동그란 바위가 하이킹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는 Navajo Knobs 최고점 지점입니다. 표면 면적이 아주 작아서 사람 두 명 올라서면 꽉 찰 정도입니다. 다행히도 이 곳은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 아닌지라 저 혼자서 Navajo Knobs 최고점(2,127 m)에 앉아서 주변 360도 경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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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볼 수 있는 경관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Capitol Reef NP가 여기까지 애쓰고 걸어온 하이커에게 선사하는 전망 종합 선물 세트입니다.
- 서쪽: Mummy Cliff 및 끝없이 펼쳐지는 Wingate Cliff, Whiskey Flat 및 24번 도로
- 남쪽: Miner Mountains, Boulder Mountains 및 Sulphur Creek
- 북쪽: Spring Canyon, Thousand Lakes Mountains 및 Cathedral Valley
- 동쪽: Factory Butte, North & South Caineville Mesa, Abajo Mountains 및 Henry Mount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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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ajo Knobs 주변이 삼각대를 설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지라 Knob 하나에 조심스럽게 발 하나만 올려 놓고 증명 사진 한 장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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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형 Knob이 아닌 복수형 Knobs라고 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곳에 위치한 Knob은 여러 개인데 하이킹으로 갈 수 있는 Navajo Knobs(빨간색 원) 옆에 레펠을 사용해야만 올라갈 수 있는 최고봉 Navajo Knobs(검정색 원)가 따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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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30분 정도 주변 경관을 마음껏 즐긴 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Cairn을 따라 아까 기어올라갔던 바위더미 무너진 구간을 다시 내려간 후 아쉬운 마음에 뒤돌아 Navajo Knobs를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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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내려가는 길에서 보이는 경치입니다. 올라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방향과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방향이 정반대라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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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The Castle을 끼고 도는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장엄한 The Castle 뒤로 펼쳐지는 광활한 산맥, 푸른 하늘 그리고 뭉게구름의 조합이 저에게는 이 길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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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넘었기에 전망 좋은 이 곳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으로 준비해 온 Subway 샌드위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The Castle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비공식 하이킹 Trail이 있다고 해서 눈으로 길 비슷한 것이 있나 점심을 먹으면서 찾아봤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방문자가 없어서 길은 사라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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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하늘에 여기 저기 뭉게구름이 몰려 와서 내려 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전망을 선사하는데 이러한 다양한 전경들이 제가 Capitol Reef NP를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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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굴러 떨어졌는지 정사각형의 집채만한 바위 하나가 길가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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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송곳처럼 솟아있는 봉우리가 높이 2,153 m의 Ferns Nipple입니다. Nipple 정상으로 가는 하이킹 Trail이 있다고 하니 만약 기회가 된다면 저기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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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 각도에서만 볼 수 있는 Pectols Pyramid 전경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Pectols Pyramid는 그 모양이 굉장히 다른데 여기서 보이는 전경을 봐야 왜 이 바위산이 Pyramid라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높이는 1,893 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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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ckman Bridge Overlook 및 Pectols Pyramid 안내판을 지나 다시 주차장으로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0분이었습니다. 식사 시간 포함해서 대략 6시간 걸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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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ol Reef NP Fruita 구역에 위치한 거의 모든 하이킹 Trail을 걸어봤지만 역시나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서 360도 전망을 볼 수 있는 Navajo Knobs Trail의 기억이 제일 강렬합니다. 하이킹 Trail을 평가할 때 제가 중요시 여기는 몇 가지 요소들 - 적당한 난이도,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거리, 오고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경관, 중간에 위치한 적절한 Viewpoint, Turnaround 지점의 강력한 한 방 그리고 가능하면 오고 가는 사람이 없을 것 - 그 모든 조건을 100% 충족시키는 길입니다.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지체 없이 Cathedral Valley로 갔습니다.

Capitol Reef NP 전체 지도를 보면 Capitol Reef NP는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눠집니다. 2번이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머물다 가는 Fruita 구역이고 3번이 이번에 제가 다녀 왔던 Burr Trail / Strike Valley Overlook / Notom Road가 위치한 Waterpocket 구역이고 1번이 가장 방문객이 적은 Cathedral Valley 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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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dral Valley 구역만 좀 더 확대해서 보면 아래와 같은데 여기를 둘러보는 유일한 방법은 4X4 High Clearance 차량으로 92.7 km에 달하는 비포장도로인 Cathedral Road / Hartnet Road를 루프로 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길의 시작점 (아니면 도는 방향이 반대일 경우 종착점인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이 곳을 무조건 시작점으로 삼아야 함) 부근에서 Fremont River를 차량으로 건너야 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강 수심이 30 cm 이하라서 큰 문제 없이 강을 건널 수 있지만 여행일 직전에 비가 내려서 Fremont River 수심이 평소보다 깊어질 경우 강을 건너는 일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는데 이 문제만 잘 해결되면 큰 무리 없이 6~8시간에 걸쳐 이 멋진 구역을 슬슬 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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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전체 루프를 도는 일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대신 Cathedral Valley를 상징하는 거대한 Monolith인 Temples of the Sun and Moon + Glass Mountain까지만 볼 예정으로 Caineville에서 바로 Cathedral Road로 진입했습니다. 이 때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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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초반에 울긋불긋한 Bentonite Hills가 좌우로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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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길 초입에서만 해도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 들기 시작했습니다. Hells Backbone Road 운전 도중에 내린 소나기로 인해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서 나가야 하나 잠깐 고민하기는 했지만 길의 상태가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 그냥 강행하기로 하고 계속 차를 몰고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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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ol Reef NP로 진입하는 경계선입니다. Cathedral Road 자체는 국립 공원 외부에 있으나 제가 방문할 Temples of the Sun and Moon + Glass Mountain은 국립 공원 내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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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 of the Sun / Temple of The Moon / Glass Mountain까지 1 마일 남았다는 간판을 지날 무렵 저 멀리 비가 내리는 먹구름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속으로 "제발 이 쪽으로는 오지 마라"고 저도 모르게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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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히도 Temple of the Sun에 도착할 무렵 이 구역의 하늘은 다시 맑아지면서 시커먼 Temples of the Sun & Moon이 아닌 꽤나 화사한 색감의 Temples of the Sun & Moon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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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s of the Sun & Moon은 잠시 뒤로 하고 옆에 있는 Glass Mountain으로 먼저 이동했습니다. Selenite Crystal이라는 광물질로 이뤄진 작은 봉우리인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정말 유리처럼 반짝거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곳에서 그 어떤 것도 채취해 가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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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ss Mountain에 가는 주된 이유는 물론 Glass Mountain을 보기 위해서지만 그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이유는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여기서 Temples of the Sun & Moon + Glass Mountain을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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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를 돌려 Temple of the Moon으로 향합니다. 마땅히 차를 세울 곳이 없는 Temple of the Sun에 비해 Temple of the Moon은 넓은 주차장이 완비되어 있고 그와 더불어 Temple of the Moon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Temple of the Moon을 앞에 그리고 Temple of the Sun을 뒤에 놓고 멋진 사진 역시 찍을 수도 있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Temple of the Sun 전경 역시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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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 of the Moon을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 돌기 시작할 무렵 구름 속에 숨어만 있던 태양이 드러나면서 Temple of the Moon을 환하게 비춰주기 시작했고 그 덕에 Temple of the Moon의 아름다운 바위 무늬들을 한 올 한 올 모두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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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서 보니 상단은 Fisher Tower 느낌이고 하단은 Goblin Valley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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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출렁이는 관목 넘어 멀리 햇빛에 진하게 물들어 가는 Temple of the Sun을 보면서 여기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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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까지 원 없이 이 곳을 구경한 후 이제 숙소로 향했습니다. 오늘 이동 경로상 다시 Torrey로 돌아가는 것은 비경제적인지라 Cathedral Road 바로 옆에 위치한 Caineville에 숙소를 잡아놓은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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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Mountains를 배경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에 볼 수 있는 Cathedral Valley의 다양한 풍경들은 정말 평화롭기 그지 없었고 들어오는 길에는 급한 마음에 제대로 보지도 못 한 Bentonite Hills 구역도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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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dral Valley 초입의 안내 간판에서 오늘 고생한 Jeep를 배경으로 마지막 사진을 찍고 숙소인 Cathedral Valley Inn에 저녁 7시 40분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비포장도로를 달린 Jeep는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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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rrey와 Hanksville 사이에 위치한 Caineville에는 Cathedral Valley Inn을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입니다. 오히려 이런 곳에 숙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 곳 Front Desk에서 일하는 있는 젊은 여직원은 원래 자기는 Salt Lake City에 살았었는데 이 외딴 곳에 Job Offer가 있음을 보고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지원했다고 했고 아무것도 없는 이 고요한 동네가 자기는 너무나 좋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 상태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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