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0: 2023년 9월 12일 화요일

Cathedral Valley Inn에서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숙소 앞 Fremont River 건너편에 위치한 South Caineville Mesa가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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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진 숙소에서 다행히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숙소는 성수기에만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해 주고 방문객이 적은 겨울 시즌에는 무료 아침 식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무료 아침 식사인지라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으나 특이하게도 본인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와플 기계가 있었습니다. 소식가인 저에게는 따끈따끈한 와플 한 장과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한 아침 식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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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숙소를 나서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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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비의 양은 많지 않았고 제가 North Caineville Mesa Trailhead에 도착할 시점에 비는 그쳤습니다. 숙소에서 Trailhead까지 거리가 불과 3.2 km여서 차로 2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 숙소 위치를 Torrey가 아닌 Caineville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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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일정은 North Caineville Mesa Trail(South Route) 하이킹입니다.

North Caineville Mesa Trail(South Route)
- 거리: 3 km
- 고도변화: 396 m
- 소요시간: 2~3시간
- Type: Out & Back
- 난이도: 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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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는 24번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정식 안내판 같은 것은 없고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버려진 노란색 레미콘 트럭 한 대가 위치한 곳이 Trailhead입니다. Torrey / Caineville에서 올 경우 24번 도로 오른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도로 맞은 편으로 가서 No Trespassing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는 출입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출입문은 잠겨 있지 않아서 그냥 밀고 들어가면 됩니다. 출입문에 No Trespassing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는 이유는 Trailhead가 위치한 땅이 2022년에 사유지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며 BLM측에서는 No Trespassing 팻말이 걸린 출입문의 서편에 하이커들이 눈치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식 출입문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Trailhead 주차장 공터에서 보면 24번 도로 건너편에 펜스, 출입문, 트럭 그리고 North Caineville Mesa가 아래와 같이 보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24번 도로를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North Caineville Mesa 꼭대기까지 그냥 아무 도구 없이 걸어 올라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할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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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Caineville Mesa Trail 하이킹은 크게 3개의 구간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Mancos Badlands라고 불리는 하단의 잿빛 언덕 구간이 첫 번째 구간이고 중간에 위치한 노란색 사암 구간이 두 번째 구간이고 상단에 위치한 검붉은 바위산을 치고 올라가는 구간이 마지막 세 번째 구간입니다.

Trail 시작 지점은 그 동안 다녀간 사람들의 발자국 흔적이 확연하게 남아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이킹 시작은 오전 9시 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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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언덕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길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3개의 구간 가운데 가장 쉬운 구간인데 경사도 가파르지 않고 바닥도 나름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서 누구나 즐겁게 걸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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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Trailhead의 전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차장에 제 차 한 대만 달랑 서 있는데 그 말인즉슨 오늘 이 Trail을 걷고 있는 사람은 저 혼자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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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언덕을 쓱 치고 올라가다 보니 토양의 색깔이 잿빛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는 구간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아래와 같은 큰 바위 틈을 지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사암으로 이뤄진 두 번째 구간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이 지점 도착 시간은 오전 9시 30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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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간 시작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South Caineville Mesa를 배경으로 Mancos Badlands의 전형적인 경관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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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오르는 길의 경사가 급변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바닥의 흙 역시 전혀 몸무게를 지지하지 못하고 발바닥 밑에서 바스락 거리면서 걸을 때마다 아래도 푹푹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30 cm씩 아래로 죽죽 미끄러지는 형국이었습니다. 이렇게 연약한 지반에서는 가지고 온 하이킹 스틱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가방에 접어 넣고 두 손 두 발 다 쓰면서 오르는 것이 오히려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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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의 경사가 어찌나 가파른지 걸으면서 길 위를 쳐다봐도 North Caineville Mesa 꼭대기는 아예 보이지도 않고 그냥 집채만한 바위덩어리 및 깨친 파편들만 보입니다. 다행히도 길은 사람들의 발자국 및 여기 저기 놓여 있는 Cairn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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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뒤를 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던 오전 하늘은 온데 간데 없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Mancos Badlands의 시원한 경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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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구간에서 세 번째 구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 한 평지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은 이 척박한 Mesa에 의외로 얕은 관목들이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곳 도착 시간이 오전 10시 12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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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 구간이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Mesa Top으로 오르기 위한 세 번째 구간이 시작됩니다. 이 구간 역시 길의 오르막 경사가 심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이고 두 번째 구간에 비해 꼭대기에서 무너져 내린 집채만한 바윗돌들이 도처에 깔려 있어 길의 난이도는 최고조에 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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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a 꼭대기에 도달하기 위해 걷는 방향 기준 북동쪽으로 길이 휙 돌아가는데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바위 가운데 위치한 삼각형 터널을 빠져 나가면 Mesa Top 맨 끝 바로 아래에 위치한 지점에 도착하게 됩니다.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 3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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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부터 여기까지 어떻게든 길을 찾아서 올라왔는데 커다란 바위들이 마구 무너져 내린 이 지점에서는 아무리 봐도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충 봐도 위에서 무너져 내린 바윗돌들로 인해 원래 가는 길이 막혀 버린 것 같았습니다. 혹시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AllTrails Map을 켜서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보았는데 Map상으로는 정확하게 Trail 위에 위치하고 있었고 길에 있는 바위를 자세히 보니 희미하기는 하지만 흰색 페인트로 화살표까지 그려져 있음을 확인하니 길을 잃지 않았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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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 도달한 후 어떻게 여기를 헤치고 올라가야 할지 엄청 고민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눈에 보이는 길은 하단에 구멍이 뚫린 바위를 빨간색 화살표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 뿐이었는데 이와 관련 크게 세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이 바위의 높이가 1m가 넘어서 성인 남자인 저도 쉽게 올라갈 수 없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 문제는 이 바위가 바스러지기 쉬운 사암이어서 올라갈 때 발을 지지하거나 아니면 손으로 잡고 몸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홀드 부분이 없다는 것이었고 가장 큰 세 번째 문제는 여기를 올라가다가 혹시라도 왼쪽으로 미끄러질 경우 그냥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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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Trails Map을 다시 보니 제 위치 고도가 1,710 m였고 Mesa Top이 1,750 m였습니다. 이미 350 m나 올라 왔으니 딱 40 m만 더 올라가면 정상인데 여기서 길이 보이지 않으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목숨까지 걸고 갑자기 Free Solo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붙잡고 길이 어디냐고 물어봤겠지만 주차장에 제 차 한 대만 딸랑 있는 오늘 이 길을 오고 가는 사람은 당연히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항상 다짐했던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절제" 가운데 지금은 절제라는 항목을 실천할 때였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오늘 나에게 허락된 하이킹은 여기까지구나"라고 편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이 글을 쓰면서 찾아낸 아래 항공 사진을 보니 당시 제 위치가 노란색 별표 지점이었고 만약 바위를 무리해서 올라가다 미끄러졌을 경우 왼쪽 화살표 방향으로 굴러 떨어지는 형국이었습니다. 웃자고 시작한 일에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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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오는 길 바로 뒤쪽에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배낭에 짊어지고 왔던 포도와 육포를 먹으면서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살펴보기 시작하니 사실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멋진 경관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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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는 South Caineville Mesa 및 뒤로 보이는 Henry Mountains을 배경으로 멋지게 펼쳐진 Mancos Badlands를 볼 수 있고 북쪽으로는 제가 위치한 지점에서 옆으로 넓게 퍼져 있는 North Caineville Mesa를 배경으로 펼쳐진 Mancos Badlands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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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을 보면 North Caineville Mesa와 South Caineville Mesa 사이로 흐르는 Fremont River 및 24번 도로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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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는데 증명 사진은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삼각대 설치 후 한 컷 찍습니다. Strike Valley Overlook에서 찍었지만 쫄딱 망했던 사진보다는 여기에서 찍은 사진이 훨씬 잘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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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경관이 너무 좋아서 여기서 혼자서 30분 동안 멍 때리다가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번 여행 스케줄을 짤 때 세웠던 원칙 가운데 하나가 시간에 쫓겨 너무 많은 곳을 미친 듯이 돌아다니지 않기였기 때문에 하이킹 도중 좋아하는 지점이 발견되면 그 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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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에 정상 바로 아래에서는 바위산에 막혀 있어 제대로 보지 못 했던 서쪽 경치 역시 훤하게 터져 나옵니다. South Caineville Mesa, Capitol Reef NP, Fremont River, North Caineville Mesa의 일부 및 Mancos Badlands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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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내려와서 위를 한 번 올려다 보니 바윗돌 언덕 저 너머 위에 Mesa Top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이제 날씨가 많이 개서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여기 저기 많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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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Caineville Mesa, Badlands, Capitol Reef NP 및 Boulder Mountains이 보이는 지점에서 증명 사진 한 장 더 찍고 두 번째 구간을 지나 이제는 좀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는 잿빛 언덕 구간으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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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내려오는 길 내내 계속 내려다 봤던 잿빛 언덕의 높이가 제 눈 높이와 같아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잿빛 언덕을 다시 올려다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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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레미콘 트럭을 자세히 보니 두 사람이 트럭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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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 시작 지점에 와서 길의 시작을 표시하는 앙증맞은 Cairn, 잿빛 언덕 그리고 멀리서 황금빛으로 번쩍이고 있는 Mesa Top 모두를 멋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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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에 도착한 후 아까 사진을 찍고 계신 분들께 부탁해서 몇 장의 사진을 더 남깁니다. 무시무시한 사진기를 들고 계신 두 분의 60대 미국 남성분들이었는데 저보고 어디 다녀오는 길이냐고 물어보셨고 제가 뒤에 보이는 Mesa Top 부근까지 갔다 왔다고 하니 두 분 모두 저 Top은 여기서 딱 봐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높이이고 제대로 된 길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저기를 혼자서 다녀왔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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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떠난 후에도 두 분은 여러 각도에서 트럭과 Mesa 사진을 찍기 위해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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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에 있는 출입문을 열고 주차장으로 간 후 신발과 바지를 보니 흙먼지가 여기 저기 묻어서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주차장 도착 시간은 정확히 오후 1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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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Caineville Mesa Trail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Short, Steep but Really Sweet"입니다. 독특한 하이킹 경험을 해 보고 싶은 분들께 이 길을 개인적으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길의 위치가 이도 저도 아닌 국립 공원 이동 경로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이런 멋진 길이 있는지도 모르고 대부분 지나치지만 Utah에서 보기 드문 Badlands 경관을 약간은 수고스럽지만 이렇게 손쉽게 볼 수 있는 길이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다음 일정 소개하기에 앞서 제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 하고 막힌 곳에서 어떻게 Mesa Top으로 올라갔어야 하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여행이 끝난 후 한국에서 인터넷을 마구 뒤져본 결과물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가 도착했던 지점 사진을 다시 불러왔는데 빨간색 원 안에 보이는 아주 기다란 삼각형 틈이 하나 보입니다. 세상에나 바로 거기가 Mesa Top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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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 길일 것이라고는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저는 하도 황당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저기를 통과했는지 YouTube 영상을 찾아봤는데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하이커들은 저 바위 틈 속으로 머리부터 그냥 쑤셔 넣고 포복 자세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틈 안은 바위가 무너져 내린 좁은 흙먼지 터널인데 백팩을 등에 지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백팩을 풀어 머리 앞에 놓은 다음 손으로 밀면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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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덩치가 좀 큰 사람들의 경우 이 바위 틈으로 몸을 구겨 넣을 수 없다는 것인데 키가 엄청 큰 다른 하이커 한 분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바위 위로 긴 팔다리를 100% 이용해서 그냥 기어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혹시라도 미끄러질 경우 신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위험한 방법이며 따라서 좀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삼각형 틈을 통해 기어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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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이 Mesa Top 항공 사진인데 화살표가 이동 경로이고 빨간 점 지점에서 바위 틈을 포복으로 통과하면 아래와 같은 다양한 구간들을 거쳐 결국 Mesa Top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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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0 m를 올라가는 길이지만 지형이 워낙 험악한지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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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Caineville Mesa Trail을 소개할 때 제가 괄호 안에 South Route라고 명기해 놓았는데 그 이유는 North Route가 하나 더 있기 때문입니다. BLM 공식 안내 자료를 보면 North Route를 1순위로 South Route를 2순위로 소개하고 있는데 비포장도로를 통해 Mesa 북쪽으로 가야 하는 North Route Trailhead는 24번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한 South Route Trailhead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안 좋습니다. 두 길 모두 다녀온 하이커들에 따르면 두 길의 난이도는 별 차이가 없고 대신 South Route가 경관도 훨씬 더 좋다고 하니 굳이 고생스럽게 North Route Trailhead를 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North Caineville Mesa 맞은 편에 위치한 South Caineville Mesa를 올라가는 길 역시 존재합니다. 다만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Fremont River를 건너야 하는데 보통의 경우 강물 깊이가 무릎 높이어서 별 문제 없이 건너갈 수 있지만 만약 강의 수량이 많은 봄철에는 Trailhead 접근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도착 후 Hanksville로 이동해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Cathedral Valley Inn 빼고는 아무 것도 없는 Caineville에 비해 Hanksville에는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시설들이 빠짐없이 갖춰져 있습니다. 24번 도로에 위치한 Duke's Slickrock Grill이라는 식당으로 갔는데 음식도 맛있고 식당 내부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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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BLM에서 운영하는 Henry Mountain Field Station에 들려서 Factory Butte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 상태가 괜찮은지 직접 확인한 후 Factory Butte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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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sville에서 출발할 경우 아래 경로로 이동하게 되는데 24번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비포장도로이고 특히 Factory Butte로 접근하는 마지막 구간(지도 빨간색 구간)은 Cross Country 오프로드입니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4WD가 아닌 일반 차량도 접근 가능할 것 같은데 날씨 변수에 따른 비포장도로 길 상태를 사전 확인한 후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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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정말 아무 것도 모를 때 Capitol Reef NP와 Moab 사이를 오고 가면서 도대체 저 멀리 보이는 괴상한 바위산의 정체가 무엇인지 엄청나게 궁금해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바위산이 Factory Butte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Factory Butte 가까이 한 번 가 보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Factory Butte는 높이 1,921 m의 거대한 Butte인데 이 곳에 최초 정착한 사람들이 Butte의 모양이 마치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Provo Woolen Mills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Factory Butte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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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도로 입구에서 Jeep와 함께 Factory Butte를 배경으로 증명 사진 한 장 찍고 비포장도로인 Coal Mine Road를 이용해 Factory Butte로 향합니다. 24번 도로와 Coal Mine Road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Factory Butte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막상 실제로 차를 몰고 안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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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l Mine Road를 타고 안으로 들어갈 수록 Factory Butte를 바라보는 각도가 바뀌면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정상 부근 위치가 오른쪽에서 가운데 그리고 결국 왼쪽으로 스르르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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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l Mine Road에서 좌회전 후 Cross Country 오프로드 구역으로 차를 몰고 가야 Factory Butte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규정상 이 지점부터는 BLM이 정식으로 지정한 오프로드 구역이기 때문에 본인 마음 마음대로 차를 이리 저리 몰 수 있지만 BLM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 가능하면 이미 타이어 자국이 나 있는 경로를 이용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도 괜히 이 아름다운 곳에 새로운 타이어 자국을 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기존 경로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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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니 주변 산맥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끝없이 펼쳐지는 황무지 경치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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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이용 Factory Butte로 더 가까이 운전해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저는 적당한 지점에 차를 세우고 Factory Butte로 걸어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 고요한 곳에서 직접 두 발로 저벅저벅 걸으면서 Factory Butte를 천천히 감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Factory Butte를 배경으로 장난스런 포즈도 취해 봤습니다. 제가 좀처럼 이런 포즈를 취하지 않는데 이 곳에 있을 때 기분이 엄청 좋았던 것임에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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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Butte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참으로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이런 거대한 Monolith를 실제로 보면 자신도 모르게 거기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기에 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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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Butte 주변 지형을 가까이 가서 보니 4WD 차량으로도 접근이 어려워 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다행히도 이 구역은 타이어에 할퀸 자국이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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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주차한 곳을 바라보니 차가 까마득하게 멀리 하나의 점으로 보이지만 실제 걸어온 편도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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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사진 한 장 더 찍고 다시 Coal Mine Road를 통해 지금은 폐쇄된 Factory Butte 탄광 지대까지 올라가 봤습니다. 역사적 유적지 비슷한 곳인데 1900년대 초반 이 지점에서 활발한 석탄 채굴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지층 아래쪽 시커먼 부분을 안으로 갉아먹은 듯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게 모두 과거 석탄 채굴의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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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으로 더 올라갈 수 있지만 Moab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감안 이 지점에서 오늘 Factory Butte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하고 차를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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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를 돌려 나가는 도중 North Caineville Mesa 구역에 위치한 Swing Arm City OHV Open Area를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BLM에서는 이 지역을 Factory Butte Special Recreation Management Area로 지칭하고 Cross Country 오프로드 운전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총 3 개의 지정 구역을 설정해 놓았는데 Factory Butte OHV Open Area, Swing Arm City OHV Open Area 그리고 어제 머물렀던 Cathedral Valley Inn 뒷편에 위치한 Caineville Cove OHV Open Area입니다. 지정된 구역이 아닌 곳에서의 차량 운전은 모두 불법이며 OHV는 Off-highway Vehicle이며 아래와 같은 차량들을 지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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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ory Butte OHV Open Area도 다녀온 마당에 여행의 완성을 위해 Swing Arm City OHV Open Area도 이번 기회에 다녀오자고 마음 먹고 예정에 없이 차를 돌렸습니다. 아래 지도에 검정색 선이 제가 오늘 실제로 운전을 해 본 경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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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이 곳이 Swing Arm City OHV Open Area임을 알려주는 안내판 및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North Caineville Mesa 방향으로 Swing Arm City OHV Open Area 구역 설정을 위해 설치된 나무 펜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앞을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무 펜스 옆으로 운전했음을 알 수 있었고 저 역시 이 경로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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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 Country 오프로드 구역이라서 그런지 비포장도로인 Coal Mine Road와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다른 거친 질감을 운전 중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길의 경사 역시 오르락 내리락 변동이 꽤나 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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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 km 정도 속도로 길의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가야 했는데 갑자기 길 왼편에 여러 대의 차량이 황급히 돌아가면서 남긴 진한 타이어 자국들이 보였습니다. 뭔가 싸한 느낌에 바로 차를 세운 후 앞으로 걸어가서 길 상태를 확인해 보니 4WD로도 길 한가운데 쳐 박힐 것 같은 심한 U자 구간이 있었습니다. 시간도 오후 5시가 넘었고 Moab으로 가는 2시간 정도의 일정을 감안할 때 이 즈음에서 일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서 일말의 미련 없이 바로 차를 돌렸는데 Cross Country 오프로드 구역이라는 것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이 차를 돌리다가 바퀴가 땅에 박혀서 한 번 크게 헛도는 경험을 했습니다. 마음 속으로 Factory Butte가 마지막으로 제게 선사하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입구로 다시 천천히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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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차를 세우고 멀리서 사진을 찍으니 North Caineville Mesa와 Factory Butte를 모두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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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Factory Butte를 방문할 경우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Viewpoint를 뒤늦게 발견했는데 그 정보를 공유해 드리고자 합니다. Factory Butte 반대편 비포장도로를 이용해서 15분만 이동하면 Moonscape Overlook이라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름(Moon + Landscape = Moonscape)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마치 달 표면의 경치를 보는 듯한 비밀스런 곳인데 그곳에 가면 아래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여행 전에 이 곳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저도 희미하게 인지하고 있었는데 실제 위치가 Factory Butte 바로 맞은 편이라는 정보는 모르고 있어서 아쉽게도 이번에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 여행기를 보시고 혹시라도 Factory Butte를 나중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이 곳 역시 꼭 방문해서 멋진 인생샷 한 장 찍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14분 걸리는 비포장도로가 아닌 15분 걸리는 비포장도로가 훨씬 길 상태가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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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장 도로로 진입 Moab으로 200 km 거리를 부지런히 달려가니 다행히도 어두워지기 직전인 저녁 7시 35분에 Inca Inn and Motel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체크인을 하러 데스크에 갔는데 사람은 없고 커다란 모니터가 대신 있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냥 화면만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 속의 사람이 Hello May I help you?라고 말을 걸어와서 화들짝 놀랬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른 곳에 있는 직원이 화면을 통해 일종의 원격 조정 시스템으로 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좀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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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기간 중 가장 긴 6박 7일을 Moab에서 머물러야 했고 Moab의 숙소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고자 여행 출발 전까지 알아보고 또 알아본 후에 결정한 숙소가 이 곳이었는데 조식 및 세금 포함 총 가격이 $806.04였습니다. Moab 다른 숙소의 경우 9월 중순 6박 7일 일정이면 아무리 싸도 무조건 천 불이 넘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대신 이 숙소는 You get what you pay for라는 문구가 100% 적용되는 숙소였으며 결국 이번 여행에서 제가 이용한 숙소 가운데 유일하게 불만족스러운 숙소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차후 여행기에서 하나씩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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