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여행지에서 전부 바로 올리고 싶었는데,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았고 일정도 빠듯해서 중후반부는 집에 도착해서 올립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시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블로그 주소 = https://blog.naver.com/jkahn98


2022년 6월 20일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에서 우리는 마운트 레이니어를 떠올렸다. 눈이 있고 안개는 자욱했다. 설산은 레이니어 산 하나면 족했다. 우리는 트레일을 해 볼 엄두를 못 내고 산을 내려왔다.

솔 덕 핫스프링 리조트에선 유황온천을 할 수 있었다. 온천물은 유황냄새가 가득했다. 온천을 하니 피부가 부드러워졌다. 아이들은 온천물을 담근 뒤 더워서 찬물에서 물장난을 했다.

올림픽 공원 첫 날 숙소인 솔 덕 핫스프링 리조트(Sol Duc Hot Springs Resort)는 머물기 좋았다. 집 하나를 온전히 써서 방이 컸고, 자연 온천을 이용할 수 있었다. 국립공원 롯지 치고는 호화로운 편이었다. 히터도 잘 나와 밤에 춥지 않았다.

아침은 베이글 샌드위치였다. 베이글에 계란 스크램블과 햄, 상추 등을 넣고 커피와 먹었다. 곧바로 온천으로 향했다. 체크아웃 전에 어제 좋았던 온천을 한 번 더 이용하고 싶었다.

아침이라 사람이 적었다. 온천물은 어제보다 따뜻했다. 온천에 몸을 담그니 몸에서 열이 확 올랐다. 오래 앉아 있기 힘들었다. 흐렸던 하늘도 개어 햇볕까지 뜨거웠다. 한 시간을 채 있지 못하고 우리는 온천에서 나와 체크아웃을 했다.

솔 덕 트레일(Sol Duc Trail)로 향했다. 숙소 바로 옆이라 우선 이 곳부터 보기로 했다. 트레일은 평탄한 길이었다. 10분 정도 걸어가니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왔다. 계곡에 있는 바위에 이끼가 덮혀 바위가 초록색으로 보였다. 초록색 계곡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는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지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멈춰 사진을 찍었다. 20여분을 더 걸어가니 폭포가 나왔다. 솔 독 폭포였다. 이 폭포는 길 위에서 내려다 보였다. 아래에서 폭포를 보면 웅장한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 이 폭포는 물살이 세고 폭이 좁아 더 아찔했다. 물이 튀어 눈방울이 수증기 처럼 떠 다녔다. 햇살에 수증기 처럼 작은 물살이 보였다.

솔 덕 트레일에는 물이 많았다. 바위에 이끼가 끼어 초록색 바위 처럼 보이는 계곡은 경이로웠다.

나는 돌아가는 게 아쉬워 더 가자고 했다. 4마일을 더 가면 사슴 호수(Deer Lake)가 있었다. 솔 덕 폭포에서 사슴 호수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길은 좁고 경사는 가팔랐다. 길에는 물이 흘러 질퍽했다. 나는 맘이 급해 앞장서서 빨리 갔다. 그러자 아이들이 돌아가자고 성화였다. 윤하는 사슴호수까지 다 가기엔 멀다고 했다. 2-3시간은 더 걸릴 것 같았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가는 게 부담이긴 했다. 나는 곧바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차로 돌아가선 크레센트 호수(Crescent Lake)로 향했다. 초승달 모양의 이 호수는 전날 갈 때 너무 예뻤다. 나는 이 호수의 길이 좋았다. 물가에 난 도로는 물과 가깝게 있었다. 지도로 보니 이 호수에는 피크닉 지역이 두 곳 있었는데, 우리는 그 중에 라 포엘(La Poel) 피크닉 지역으로 갔다. 입구에 들어서니 화장실이 나왔고, 화장실 지나선 비포장 도로였다. 비포장 도로는 군데군데 패여있어 차가 덜컹댔다. 조금 들어가니 피크닉 테이블이 나왔다. 우리는 호수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늘이라 공기가 찼다. 패딩 재킷을 입었는데도 으슬으슬 했다. 아이들은 패딩 재킷 속에 후리스 재킷을 하나 더 입고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올림픽 국립공원 방문자 센터로 갔다. 올림픽 공원은 규모가 커서 방문자 센터가 4-5개쯤 됐다. 우리가 간 곳은 포트 엔젤레스에 있는 방문자 센터(Olympic National Park Visitor Center)였다. 이 곳에서 트레일을 추천받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물어보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어 포기했다. 대신 방문자 센터 입구에 있는 트레일 소개를 보고 하나를 골랐다. 허리케인 힐 트레일(Hurricane Hill Trail)이었다. 두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나는 원래 호 레인 숲(Hoh Rain Forest) 쪽의 트레일을 하려고 했지만, 이동 시간만 편도 2시간 반이나 돼 가지 않기로 했다.

올림픽 공원 방문자센터에서 허리케인 힐 트레일까진 40여분이 걸렸다. 구불구불 산 길을 올라가야 했다. 산으로 올라가니 날씨가 바뀌었다. 구름이 많아지더니 안개가 자욱했다. 올라 갈수록 날씨가 좋지 않았다. 산 위쪽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레이니어 산이 떠올랐다. 눈 쌓인 산을 오르느라 고생한 기억이 생생했다. 저 멀리 올림퍼스 산이 안개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올림픽 공원은 레이니어 산과 다르게 큰 산이 한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산들이 죽 연결된 큰 산맥이었다. 여러 산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 산맥 위쪽에는 눈이 잔뜩 쌓여 있었다.

허리케인 리지 방문자센터(Hurricane Ridge Visitor Center)에 도착해선 레인저에게 길 상태를 물었다. 레인저는 "눈이 군데군데 있지만 대부분은 없다"고 했다. 다만 "안개 때문에 경치는 잘 안 보일 것"이라고 했다. 경치는 방문자 센터에서 보나, 위에 올라가서 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내는 곧바로 "가지 말자"고 했다. 오전에 이미 트레일을 한 데다, 눈 쌓인 산을 보니 할 맘도 없는 것 같았다. 시윤이도 곧바로 안 하겠다고 했다. 윤하만 하자고 했는데, 내가 하지 말자고 하니 바로 응했다.

우리는 코코아 한 잔을 뽑아서 나눠먹으며 안개 낀 산을 바라봤다. 안개가 있다 없다 해서 산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그 눈 쌓인 산을 보니 또 레이니어 산의 스카이라인 트레일이 떠올랐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설산을 오르고 싶진 않았다. 방문자 센터 주변에는 산 말고도 볼 게 많았다. 사슴이 떼로 있었다. 우리는 사슴 떼를 보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갔다. 사슴은 쉴 새 없이 풀을 뜯고 있었다. 방문자 센터 주변에 풀이 많아 이 곳에 온 것 같았다. 사슴 가까이 가면 풀 뜯는 소리가 들렸다. 사슴이 주둥이로 풀을 뜯으면 풀이 뜯겨 나가면서 '푹푹' 소리를 냈다. 나는 사슴 풀 뜯는 소리를 그 때 처음 들었다.

허리케인 리지 방문자센터(Hurricane Ridge Visitor Center)에는 사슴들이 지천으로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으면 서서 사진을 찍었다. 트레일을 하지 않고 내려가려니 찜찜했다. 그 찜찜함을 사진으로 달랬다. 산 중턱 전망대에서 저 멀리 캐나다 땅이 보였다. 우리가 가려는 빅토리아였다. 우리는 내일 갈 캐나다를 생각했다. 캐나다는 아내와 5-6년 전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땐 겨울이었다. 여름의 캐나다는 어떨 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산에서 내려와 포트 앤젤레스에 있는 앤젤레스 모텔(Angeles Motel)로 갔다. 이 곳은 주방이 있어서 예약을 해 둔 곳이다. 주인은 아시아 사람이었는데, 억양으로 봐선 일본인 같았다. 모텔 주인은 체크인 할 때 갑자기 "10 퍼센트 할인해 주겠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나는 왜 할인을 해 주는 지 영문을 몰랐지만 고맙다고 했다. 모텔은 싼 가격 치곤 과분하게 좋았다. 방이 따로 있고 주방도 별도로 있었다. 방은 깨끗하진 않았지만 넓직했다. 주방 용품은 세탁실에서 맘껏 가져다가 쓸 수 있게 해뒀다. 우리는 냄비, 프라이팬, 토스터기, 일회용 접시, 포크 등을 가져와 요리를 하고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올림픽 공원을 제대로 다 못 봤다"며 다음에 또 오자고 했다. 나는 또 올 곳이 자꾸 늘어나 감당이 안 된다.

아이들은 자기 전에 일기를 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여행기를 쓰기로 약속했다. 대신 아이들도 써야 한다고 약속을 받아냈다.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3103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778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121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306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19409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494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716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642 2
12152 캘리포니아의 덴마크 마을 솔뱅 (Solvang) [1] baby 2004.10.30 18533 114
12151 자료 검색/ 게시판 글쓰기/ 사진 올기기/ 프린트... victor 2003.07.26 18452 506
12150 LA지역 할인티켓 관련 (여행준비중 확인한 내용) [2] 임원규 2005.08.11 18418 100
12149 프라이스라인으로 자동차 렌트시 주의사항 [2] 산토리니의백곰 2011.04.11 18377 1
12148 시코이어 & 킹스캐년 국립공원 (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 ★ [5] baby 2004.05.04 18359 125
12147 LA주변 해안 드라이브 ① (라호야 - 라구나 비치 - 헌팅턴 비치) ★ baby 2004.10.06 18352 87
12146 LA에서 샌프란시스코 여행... [4] 아뵤오 2011.07.27 18338 1
12145 라스베가스 쇼 경험담입니다 ★ [2] bellagio 2003.11.12 18243 122
12144 베어투스 하이웨이(Beartooth Highway) 옐로스톤 여행할 때 들러보세요 [6] file 아이리스 2011.11.23 18140 2
12143 미서부 31일 일정 (2021/6.7월) [2] Dali 2021.10.01 18054 0
12142 LA주변 해안 드라이브 ② (롱비치와 팔로스 버디스 지역 및 카탈리나 아일랜드) ★ baby 2004.10.06 18010 102
12141 남가주 놀이공원 티켓 싸게 구입하기 ★ [4] 아이루 2004.02.26 17935 106
12140 뉴멕시코 칼스배드 동굴 (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 baby 2013.01.29 17897 0
12139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Crater Lake) baby 2013.01.26 17820 0
12138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관광하고 라스베가스로 이동하는 도로 선택과 예상 소요시간 ★ [3] baby 2004.05.15 17788 130
12137 미국 동부에서 캐나다 간단한 여행 후기 [1] 태발이 2014.06.22 17769 0
12136 8월 그랜드서클 여행 후기 [9] 아이리스 2012.08.20 17739 1
12135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스 여행 ② (마운틴 러시모어 - 크레이지 호스 - 커스터 주립공원) ★ [1] baby 2005.04.25 17727 78
12134 오레곤주의 멋진 시닉 바이웨이들 (Oregon Scenic Byways) baby 2013.01.26 17667 0
12133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 총정리 (2) : 와이오밍주 남서부를 지나서 file baby 2013.01.26 17500 0
12132 [왕초보의 오토캠핑 여행기] 1. 텐트 구입 [6] file 야니 2011.09.19 17370 2
12131 미국 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모텔들과 그 이용에 관해서.. ★ [4] baby 2003.08.27 17293 184
12130 미국 캠핑카 렌트 회사 조이컴 2012.03.14 17252 0
12129 초등학생 아이들과 미국서부 겨울 여행하기 [8] Jeen 2013.01.27 17251 3
12128 어디 어디 가 보셨나요 ? 재미 삼아 확인 해 보시지요 ? [5] 1빈잔1 2018.12.02 17025 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