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2023년 9월 5일 화요일

미국에 오자마자 첫 번째 하이킹으로 22 km를 넘게 걸었더니 온 몸이 쑤시고 특히나 무릎 통증 및 허벅지 근육통이 꽤나 심했습니다. La Verkin Creek Trail은 적당한 거리에 고도 변화도 그리 심하지 않아서 제 몸에 "이제 미국 서부 하이킹 본격적으로 시작하니 슬슬 준비해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하고 나름 고심 끝에  선택한 길이었는데도 제 몸은 이 갑작스런 변화를 굉장히 힘들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 출발 전에 미국에서의 장거리 하이킹을 대비해서 어느 정도 몸을 만들고 왔어야 하는데 8월 초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고 몸을 만들기는커녕 코로나로 인해 거덜난 몸을 회복하느라 8월 한 달을 다 보낸 상태였습니다.

참고로 어제 도착한 숙소가 Hurricane이라는 마을인데 Zion NP에서 며칠 머물 경우 숙소 관련 Springdale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Shuttle Bus가 운영되는 Springdale이 Zion NP와 접근성이 좋지만 그 반대 급부로 숙소 가격이 굉장히 비쌉니다. 만약 차량 이동 시간으로 왕복 1시간 정도를 희생할 수 있다면 Hurricane 또는 바로 그 옆에 있는 La Verkin에서 숙소를 알아보는 것이 여행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제가 방문할 곳은 흔히들 약칭으로 Subway라고 부르는 그러나 정식 명칭은 Left Fork of North Creek (Subway)입니다.

Left Fork of North Creek(Subway Bottom-Up Route)
- 거리: 14.5 km
- 고도 변화: 400 m
- 소요 시간: 6~10시간
- Type: Out & Back
- 난이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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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Wilderness Permit에 당첨되는 것인데요. 성수기에 해당하는 4월부터 10월까지의 Subway Permit은 항상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지라 Lottery로 운영됩니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국립 공원 측에서는 하루 80명으로 Subway 방문자 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Subway Permit 신청 절차를 요약하자면;
- 신청은 여행 2달 전에 해야 함(저의 경우 여행 날짜가 9월이므로 7월에 Permit 신청)
- 신청은 Zion Wilderness Reservations Website를 통해 가능(개인 Account 생성 필요)
-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총 3개이며 1순위, 2순위 그리고 3순위를 정해서 신청(저의 경우 1순위 9월 5일, 2순위 9월 6일, 3순위 9월 8일을 선택해서 Lottery 신청을 했고 이 가운데 운이 좋게도 동선을 짜기 가장 좋은 1순위 9월 5일로 Permit이 발급됨)
- 날짜 신청 시 해당 달 모든 날짜 별 Lottery 경쟁률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으므로 날짜 선택 시 이를 참고할 필요도 있음(아무래도 주말 신청자들이 평일보다 훨씬 많음)
- 신청할 때 환불 불가 조건인 Advance Lottery Application Fee $5 지불
- 신청 후 국립 공원 관리 공단으로부터 Permit 신청 접수 이메일 수령 확인 필요(아래 첫 번째 이메일 참고)
- Permit 신청 후 다음 달 5일(7월에 신청했으므로 8월 5일)에 Lottery를 돌려 최종 결과를 이메일로 통보(아래 두 번째 이메일 참고)
- 성수기 Permit이 혹시라도 남거나 비수기(11월부터 3월) Permit의 경우 1달 전 열리는 Calendar Reservations을 통해 예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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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Permit에 당첨되더라도 본인이 Visitor Center에 있는 Wilderness Desk로 가서 여행 전날 혹은 여행 당일에 실물 Permit을 직접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Zion Canyon Visitor Center의 경우 운영 시간이 8:00am~5:00pm이고 Kolob Canyons Visitor Center의 경우 운영 시간은 08:30am~12:00pm입니다. 저는 어제 오전에 Kolob Canyons Visitor Center에 가서 Permit을 받았는데 이 때 추가로 $15을 지급해야 합니다. Permit 발급 시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앞에 사람만 없으면 5분만에 받을 수 있고 주차장 차량 등록을 위해 각종 차량 정보(회사, 모델명 및 번호판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간혹 Permit을 하이킹 전날이 아닌 당일 오전에 발급받는 분들도 있는데 이럴 경우 당일 하이킹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Subway를 보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가능하면 Permit은 하이킹 전날 미리 받을 것을 추천 드립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아래와 같이 2가지 서류를 받게 되는데 하나는 하이킹 내내 본인이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Permit이고 다른 하나는 차량 주차 후 본인 차량 앞쪽에 붙여놔야 할 등록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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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Permit 발급을 담당하고 있는 Ranger가 Subway 종이 지도 팜플렛과 휴대용 화장실을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는데 만약 없다고 답할 경우 이 두 가지 모두 구매할 것을 현장에서 권고합니다. Wilderness Desk가 Shop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Ranger가 바로 앞에 있는데 안 사기도 뭐해서 어쩔 수 없이 둘 다 구매했는데 사실 종이 지도 팜플렛(가격 대략 $5)은 실제 하이킹에 그다지 도움이 안되고(하지만 Subway 관련 엄청난 정보들이 팜플렛에 실려 있어서 하이킹 후 읽어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함) 현지에서 흔히 Wag Bag라고 부르는 휴대용 화장실(가격 대략 $3) 역시 하루짜리 하이킹을 하는 도중에는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으니 혹시라도 Permit을 받을 때 Ranger가 이 두 가지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면 그냥 가지고 있다고 대답하고 구매 안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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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오전 숙소 바로 옆에 위치한 Subway에 가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샀습니다. 좀 웃기는 이야기지만 Subway에서 가서 Subway 점심을 먹어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소소한 목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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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way에 가는 길은 Bottom-Up Hiking Route와 Top-Down Canyoneering Route가 있는데 후자의 경우 로프를 이용한 레펠을 해야 하는 전문 산악인 코스인지라 일반인들은 대부분 Bottom-Up Hiking Route를 선택하게 됩니다. Bottom-Up Hiking Route의 경우 출발지가 Left Fork Trailhead이며 Top-Down Canyoneering Route의 경우 출발지가 Wildcat Canyon Trailhead입니다. Hurricane 숙소에서 Left Fork Trailhead까지는 29 km, 차량으로 약 30분 가량 이동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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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head 모습입니다. 꽤 넓은 주차장이 있고 하이킹 시작 전에 들릴 수 있는 화장실도 있습니다. 오전 9시 30분에 주차장에서 하이킹을 시작했는데 꽤 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훨씬 더 이른 아침에 하이킹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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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erness 구역이라 12명 이상의 그룹은 하이킹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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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초반부터 시커먼 바위로 뒤덮인 길이 시작됩니다. 참고로 저 시커먼 바위는 Subway 길 곳곳에서 계속 나타나는데 표면에 물기 또는 모래가 있을 경우 엄청나게 미끄럽게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저 역시 하이킹 도중 이 바위 표면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칠뻔한 아찔한 순간들이 꽤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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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을 시작한 지 20분 정도 지나자 이 곳 역시 Zion Wilderness 구역으로 접어든다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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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erness 표지판을 지나면 눈 앞에 보이는 Canyon(정식 명칭은 Great West Canyon)의 바닥으로 내려가는 급경사 구역으로 바로 접어들게 되는데 급경사 구역 접어들기 직전에 눈 앞에 아래와 같이 시원한 경관이 펼쳐집니다. 오른편이 펼쳐진 절벽이 South Guardian Angels이라 불리는 절벽이며 협곡 바닥에는 오늘 왕복해야 할 Left Fork가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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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필 이 초입 구간에서 바로 길을 잃었습니다. 원래는 바위가 무너져 내린 왼쪽 옆에 하이킹 길이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길을 못 찾고 바위가 무너져 내린 구간을 거의 데굴데굴 굴러가듯이 내려갔습니다. 바윗돌 크기가 조금 과장하면 제 키 절반 또는 그 이상이었고 이 구간을 내려가면서 다리와 발바닥에 가해진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내려가다 보니 "이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고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에 미리 저장해 놓은 AllTrails Map을 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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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장거리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는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도 GPS와 연동되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앱 하나쯤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번 서부 여행을 위해 저는 AllTrails라는 앱 프로그램을 이용했습니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도 이용 가능한데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유료로 1년 회원 가입을 했습니다. 유료 회원이 이용할 수 있는 기능 가운데 하나가 본인이 하이킹 할 길 하이킹 지도를 미리 핸드폰에 다운로드 받은 후 실제 하이킹을 할 때 그 지도를 띄워 놓으면 현재 본인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 및 길에서 벗어났을 때 바로 Wrong Turn이라는 경고를 띄워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바닥으로 내려가는 와중에 설마 길을 잃겠냐 하는 안일한 마음에 하이킹 초반에는 앱을 꺼 놓고 있었는데 바로 길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지도를 보니 길이 아닌 곳에서 헤매고 있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다행히도 제가 위치한 곳이 길에서 크게 벗어난 상황은 아닌지라 관목 더미들을 헤치고 다시금 길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숙소에서 지도 팜플렛을 자세히 읽어 보니 Take great care to stay on the path as it descends steeply to the canyon floor. The trail is steep and loose. At least one person has died here when they strayed from the trail and fell이라는 문장을 발견했는데 정말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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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계속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협곡 바닥에 도착 Subway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분기점에 도달했습니다.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 17분이었습니다. 이 분기점에는 조그만 길 안내 표지판이 있는데 이와 관련 국립 공원 측에서는 돌아오는 길에 이 표지판을 절대 놓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돌아오는 길에 이 표지판 및 분기점을 놓치고 그냥 더 위로 올라간 후 길을 잃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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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걸어야 하는 구간은 Trail이 아닌 Route입니다. 즉 여기서부터 Subway까지는 Cairn이나 나무 그루터기 등으로 표시된 길 또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잘 다져진 길은 없고 대충 가는 방향만 결정되어 있으니 길은 각자 알아서 찾아서 가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 공원 홈페이지에서도 Subway 하이킹을 소개할 때 There is no trail, this is off-trail Wilderness route라고 기재해 놓았습니다. 

혹자는 "협곡 바닥에서 Left Fork가 Subway까지 줄줄 흐르고 있고 그 개울물만 따라 걸어 올라가면 Subway에 도착하게 되는데 뭐가 어려우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Route를 실제로 걸어보면 아마 생각이 바뀔 것입니다. 물론 이 Route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매일 오고 가기 때문에 누가 봐도 확실히 길인 구간도 있고 수십 번에 걸쳐 왔다 갔다 건너야 하는 Left Fork 횡단 구간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Left Fork 왼쪽이 길인지 오른쪽이 길인지 그리고 Left Fork를 도대체 어디에서 건너야 하는지 우왕좌왕 헤맬 수 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구간이 눈 앞에 펼쳐질 때 어디로 가야 할 지 아무리 봐도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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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Subway로 올라가는 구간들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시커먼 바위들이 개울 양 옆으로 깔려 있으며 이를 헤치고 계속해서 올라가게 됩니다. Flash Flood로 인해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들이 길을 그냥 통째로 막고 있는 구간도 꽤 있습니다. 국립 공원의 다른 길에 이렇게 쓰러진 나무가 있을 경우 Ranger들이 보통 톱으로 잘라서 길을 깔끔하게 정비해 놓는데 이 Route에서는 그런 관리는 전혀 없습니다. 즉 Wilderness 상태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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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출발한 탓인지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 걷다가 오전 11시 30분 경에 처음으로 앞선 그룹 하나를 따라 잡았습니다. San Francisco에서 오신 아저씨 1분, 아주머니 3분이었는데 엄청 반갑더군요. 이분들과 꽤 많은 구간을 함께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이 날 제가 깜빡 아이폰 충전 케이블을 차에 놓고 왔는데 다행히도 아주머니 한 분이 아이폰 케이블을 흔쾌히 빌려 주셔서 하이킹 도중 아이폰을 100% 재충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GPS를 사용하는 AllTrails 앱을 하루 종일 사용하다 보니 아이폰 배터리가 평소보다 급속도로 떨어져 갔는데 이 아주머니를 못 만났다면 중간에 아이폰이 방전되어서 AllTrails 앱도 못 쓰고 가장 중요한 사진도 못 찍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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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좌우를 건너면서 올라가다 보니 작은 폭포가 흐르는 구간도 있었고 다시금 바위 덩어리를 기어 올라가는 구간 및 나무 그루터기 아래로 지나가는 구간들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참고로 협곡 바닥 분기점에서 Subway로 가는 구간은 계속되는 완만한 오르막 길이고 Subway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개울의 폭은 좁아지고 대신 양 옆의 길은 더 험악해 지기 때문에 걷는 속도는 더 느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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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간에 도착한 시점이 대략 오후 12시 반이었는데 아침 일찍 출발해서 벌써 Subway를 방문한 후 다시 돌아가는 사람들을 하나 둘씩 만나게 되었습니다. Subway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편도 기준 아직 30%는 더 가야 한다고 답하더군요. 맥이 탁 풀렸지만 여기까지 와서 후퇴할 수도 없고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구간에서부터 아까 만난 4분께 일단 Subway로 혼자 먼저 가겠다고 인사를 하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 정도를 더 걸어 올라가니 드디어 Subway가 가까워졌음을 직감할 수 있는 구간에 도달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Red Waterfalls에 도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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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Waterfalls 도착 전까지는 어떻게든 노력하면 신발이 물에 젖지 않은 채로 걸어올 수 있지만 이 구간 이후로 Subway까지는 신발을 물에 담그지 않고는 걸어갈 수가 없습니다. 한 켤레 밖에 없는 등산화가 젖을 경우 다음 날 하이킹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저는 여기서 배낭에 짊어지고 온 샌들로 갈아 신었습니다. 샌들이라고 해도 이 곳의 바닥이 굉장히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화 브랜드 샌들을 신었습니다. 바닥 접지력도 등산화 못지 않게 괜찮고 무엇보다고 발가락 앞쪽을 튼튼하게 보호해 주기 때문에 이런 수중 하이킹을 하는데 최적의 샌들입니다. 수중 하이킹을 할 때 발 보호를 위해 Neoprene 양말까지 신어주면 금상첨화인데요. 사실 Subway 구간에서 신기 위해서 한국에서 Neoprene 양말을 1만 5천원이나 주고 미리 구매했는데 짐을 쌀 때 바보같이 빠뜨리고 왔습니다...... 어쨌든 힘든 하이킹으로 지친 발을 물 속에 시원하게 담그니 순간적으로나마 발의 피로가 쫙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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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Waterfalls를 지나면 마치 사람이 인위적으로 파낸 듯한 길고 좁은 수로로 물이 졸졸졸 흐르는 구간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위 바닥이 이렇게 자연적으로 일자로 파였는지 아무리 봐도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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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구간을 잠깐 거쳐서 2분 정도 더 올라가니 사진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Subway 입구가 떡 하고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이 때 시간이 오후 1시 45분이었고 Trailhead에서 편도 기준 Subway까지 오는 시간을 계산해 보면 4시간 15분이 걸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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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나 힘들었지만 Subway를 실제로 보니 마음 한 편이 편안해 졌습니다.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다시 보면 지구상 그 어디서도 보지 못 할 풍경이었습니다.

Subway를 굳이 지질학적으로 따져 보자면 Great West Canyon을 흐르는 Left Fork가 North Guardian Angel과 Guardian Angel Pass 사이에서 급작스럽게 휘어 나가면서 양 옆의 절벽을 동그랗게 침식시킨 구간인데 Subway로 분류되는 구간 자체는 사실 굉장히 짧습니다. 지하철 터널처럼 생긴 저 공간을 시작점으로 보고 작은 연못들이 군데 군데 파인 곳(첫 번째 사진)을 지나 수영을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수심이 꽤 깊은 연못(두 번째 사진)까지의 전체 길이는 대략 500 meter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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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사진을 한 장 멋지게 찍어야 하는데 다행히 Subway 안쪽에서 Top-down route로 내려오고 있던 독일인 커플을 만나 증명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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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는 온 몸이 젖더라도 여기서 수심이 꽤 깊은 작은 연못으로 뛰어들어 좀 더 위로 갈 수 있다"라고 하는 분들은 아래 사진의 작은 폭포를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Bottom-Up Route로 Subway를 방문할 경우 그 이상 위로는 올라가서도 안되고 물리적으로 올라갈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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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걸음을 돌려 Subway 구간을 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래 사진에 나온 커플이 제 사진을 찍어 준 독일인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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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연못 구간을 지나 터널 구간으로 나오니 뒤쪽의 절벽을 배경으로 Subway의 멋진 사진을 한 장 남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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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구간 입구에 앉아서 쉴만한 평평한 바위를 하나 찾은 후 미리 준비해 온 Subway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를 본 방문객 중 한 명이 평생 못 잊을 광경이라면서 엄청 즐거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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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있을 때 아까 만났던 4분이 드디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아이폰 케이블 빌려 주신 아주머니께 진심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 후 Subway에도 작별 인사를 고했습니다. 이 때 시간이 오후 2시 5분이었으니 Subway에서 사진 찍고 점심 먹고 잠깐 휴식 취한 시간이 고작 20분인 셈입니다. 사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이 곳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을 것이지만 오늘 해 지는 시간이 저녁 7시 5분이고 이 곳은 Canyon 안쪽인지라 해지는 시간이 더 빠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길을 서둘러야 했습니다.

다시 Red Waterfalls를 향해 갑니다. 이제는 신발도 푹 젖은 상태라서 마음 편하게 물살을 유유히 헤치면서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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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Waterfalls를 지난 후 다시금 등산화로 갈아 신고 개울 주변의 바위를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Trailhead로 나가는 방향은 완만한 내리막이라서 그나마 좀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돌아가는 길에는 동반자를 찾을 수 없어서 내내 혼자 걸었습니다. 돌아가는 동안에도 여러 군데서 길을 제대로 못 찾아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였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인지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순간들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거기다가 오늘 날씨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여서 그냥 오후의 뜨거운 땡볕을 온 몸으로 감내하면서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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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 주변이다 보니 길 주변의 나무가 굉장히 잘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좀 더 시간이 지나 단풍이 드는 늦가을 무렵 이 곳을 방문하면 오고 가는 길의 주변 경관이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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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중간 정도에 저는 그냥 지나쳤지만 쥐라기 시절 공룡들의 발바닥 자국이 있는 바위가 있습니다. 개울 바로 옆은 아니고 약간 위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저처럼 땅바닥만 쳐다 보면서 길만 찾는 사람들의 경우 놓치기 쉽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사전에 바위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놓은 후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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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덧 Trailhead 안내판이 자리한 분기점에 도달했습니다. 이 때 시간이 정확히 오후 5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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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Trailhead 주차장까지 이번 하이킹의 마지막 고비인 오르막 길이 남아 있습니다. 지도 팜플렛을 보면 이 오르막 구간의 고도 차이는 불과 120 m인데 길의 경사가 너무 심한지라 체감상 느끼는 고도 차이는 훨씬 큽니다. 심호흡을 한 번 들이킨 후 꾸역꾸역 길을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오전에 내려올 때 길을 잃어 버린 구간인지라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AllTrails 앱 지도를 꼼꼼히 보면서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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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분기점에서 위로 올라가는 구간의 길은 검정색 화살표인데요. 오전에 저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바위가 무너져 내린 구간으로 굴러 내려왔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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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는 너무 당황해서 잘 보이지 않던 주변의 경관이 올라갈 때는 좀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오르막 길 양쪽에 가파른 절벽이 자리잡고 있는데 한 쪽은 사암 절벽이고 다른 한 쪽은 용암 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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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마치 사람의 옆모습과 비슷해 보이는 집채만한 바위를 지났습니다. 오전에는 이 바위를 본 기억이 없으니 이 구간을 놓치고 길을 헤맨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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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구간이 끝나고 주차장으로 나가는 구간 곳곳에 아래와 같은 선인장 군락이 있었습니다. 척박한 기후 속에서도 잘 자라고 있는 선인장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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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하이킹 끝에 드디어 주차장이 보입니다. 이 때 시간이 정확히 오후 6시였습니다. 총 하이킹에 8시간 30분이 소요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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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way 하이킹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지도 팜플렛에 쓰여 있듯이 In a park of exemplary beauty, The Subway is the best!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30분의 짧은 즐거움을 위해 험난한 길에서 왕복 6~9시간을 낭비하는 지극히 비경제적인 길일 수도 있으니까요. 당일 본인의 체력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하이킹에 대한 기억은 각자 모두 다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미국 서부에서 걸었던 모든 하이킹 가운데 체력적으로 가장 힘든 하이킹이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 날 하이킹 전후 제가 사용한 등산 스틱의 상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1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해 왔던 등산 스틱 끝부분에 위치한 해바라기 모양의 머드 바스켓이 오늘 하루 하이킹 도중 흔적도 없이 모두 잘려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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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과 마음을 주차장에서 좀 추스른 후 오늘 숙소가 위치한 Springdale로 갔습니다. Springdale에서 총 4박 5일 일정이었고 숙소는 La Quinta by Wyndham였습니다. 조식 및 기타 세금 포함해서 총 $854.88 지불했습니다. 미국 서부 여행 계획을 짜면 항상 숙소 가격은 Springdale이 제일 비싸기 때문에 중간에 여러 번에 걸쳐서 숙소를 변경해 가면서 그나마 가격을 낮춘 선택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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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원들의 친절함, 숙소의 위치, 방의 크기 및 청결 상태, 괜찮은 조식, 사용하기 편리한 세탁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쿠지 욕조 시설이 완비된 야외 수영장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날 저녁에도 체크인 하자 마자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석양을 바라보며 자쿠지 욕조에 몸을 담그니 그래도 좀 살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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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1 2024 6월말 그랜드(반쪽)서클+요세미티 일정 올려봅니다.의견 부탁드립니다~^^ [6] Nams 2024.01.07 150 0
12140 올해 2월 덴버에서 팜데일까지 5일 일정입니다. file 쉐도우 2024.01.05 81 0
12139 이번주 세도나 가는데 날씨걱정 [4] 미니멀라이프 2024.01.04 165 0
12138 Arches 국립공원 퍼밋 관련 [4] vinemom 2024.01.03 161 0
12137 그랜드 써클 여행 시기 [3] captainchoi 2024.01.03 181 0
12136 옐로우스톤 - 캐나다 로키 - 알래스카 여행 일정, 참견 부탁드립니다 (꾸벅) [3] ssigul 2024.01.02 165 0
12135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13 - Grandstaff Canyon Trail / Arches NP(Ring Arch Trail) [2] file 똥꼬아빠 2024.01.01 134 1
12134 [재미로 보는 자료] 미국 국립공원 방문하기 좋은 시기 [2] file 아이리스 2024.01.01 408 0
12133 2월중순 서부 6일 질문 드립니다. [13] file 쉐도우 2023.12.31 215 0
12132 미국 서부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4] kwbnoa123 2023.12.23 265 0
12131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12 - La Sal Mountain Loop State Scenic Backway / Canyonlands NP(Shafer Trail) [2] file 똥꼬아빠 2023.12.19 181 1
12130 LA에서 San Francisco 렌트카 추천 [1] Cherie 2023.12.17 190 0
12129 7월에 밴프 재스퍼 9박 10일 일정 짜는데요 [3] yulena 2023.12.16 298 0
12128 밴 3대 렌트하려고 하는데요. [1] 텍사스맨 2023.12.15 148 0
12127 플로리다 겨울방학 계획 [2] 푸서기 2023.12.13 152 0
12126 RV 예약하는 방법 추천 부탁드립니다. 카라멜팝콘 2023.12.11 128 0
12125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11 - Corona Arch Trail / Fisher Towers Trail / 128번 도로 [3] file 똥꼬아빠 2023.12.10 184 1
12124 남캘리 등산 여행 [6] file CJSpitz 2023.12.10 164 1
12123 12/15-12/17 초심자의 그랜드 서클 2박 3일 겨울 일정 문의드려요 [5] ajsdo222 2023.12.10 157 0
12122 13일 일정 플로리다 여행계획 중입니다 [2] houstongas 2023.12.06 205 0
12121 미국 1년 여행 감을 잡고 싶습니다...!! [3] 볼콘스키114 2023.12.04 269 0
12120 Utah, Colorado 가을 여행 Mount Nebo Scenic Byway & SLC Deaparture (Day-07, 20 Oct) [8] file Jerry 2023.12.03 116 1
12119 유타 여행 일정짜는 것 좀 봐주세요. [1] OT 2023.12.03 18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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