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오늘은 Bryce Canyon NP에서 Capitol Reef NP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보통의 경우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Scenic Byway 12번(빨간색 길)을 이용해서 Boulder 경유 후 Torrey로 가지만 이 경로는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Pine Creek Road / Hell's Backbones Road(130 km)를 이용해서 Boulder로 간 후 Burr Trail / Notom-Bullfrog Road(141 km)를 통해 Torrey로 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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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길의 상당 부분이 비포장도로인지라 인터넷을 통해 도로 상태를 사전 점검한 후 여행 당일 최종 확인을 위해 Escalante Interagency Visitor Center를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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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 도착 전에 Scenic Byway 12번 도로에 위치한 The Blues / Powell Point Overlook에 잠깐 들렸습니다. 12번 도로에 경우 많은 Overlook Point가 있지만 대부분의 Overlook Point가 Escalante를 지나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저에게는 여기가 오늘 여행 도중 유일하게 들려볼 수 있는 12번 도로 Overlook Point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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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or Center에서 두 명의 담당 직원과 대화를 나눠 보았는데 좀 어려 보이는 여직원은 오늘 운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만 했고 연륜이 있어 보이는 남직원은 그래도 오늘 날씨 관련 Thunderstorm 확률이 30%에서 70%로 올라갔기 때문에 날씨를 잘 살펴 보면서 운전을 하되 특히 Notom-Bullfrog Road의 경우 비가 많이 올 경우 길의 상태가 차량이 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고 훨씬 더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영어 표현으로 If it rains hard, the road becomes a soup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길의 상태가 어떨지 정말 마음에 확 와 닿는 문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출발 당시 사진만 보면 하늘 어디를 봐도 Thunderstorm이 올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Visitor Center를 출발한 시간은 오전 9 37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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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lante를 지나 바로 좌회전하면 Pine Creek Road로 접어들게 됩니다. Dixie National Forest에 위치한 Escalante Mountain을 올라가는 비포장도로인데 길 앞으로 펼쳐지는 평화로운 산악 경치를 바라보며 갈 수 있는 여유로운 길입니다. 길 상태는 2WD로도 무리 없이 운전 가능한 수준입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이 길은 폐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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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운전하다 보면 153번 도로와 154번 도로 분기점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서 계속 153Hell's Backbone Road로 가야 합니다. 만약 주변에 위치한 Posey Lake를 잠깐 들려보고 싶은 분들은 154번 도로 방향으로 잠깐 다녀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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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s Backbone Road로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Dixie National Forest 안으로 들어왔음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시기가 이른 관계로 단풍이 들지 않았는데 단풍 시즌에 방문할 경우 화려한 단풍을 길 옆으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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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s Backbone Road는 1933년에 완공되었는데 당시 Escalante와 Boulder를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첫 번째 도로였습니다.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길 상태는 비만 오지 않으면 2WD 차량으로도 운전할 수 있으며 이 길 역시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폐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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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에서 약 40분 정도 들어가자 비포장도로에서 포장도로로 바뀌는 구간이 나왔습니다.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Hell's Backbone Bridge에 도착한 것인데 서쪽의 Death Hollow와 동쪽의 Sand Creek을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안내판에는 다리 건설 당시의 사진들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최초 건설 당시에는 소나무 목재를 이용해서 다리를 만들었고 목재가 썩는 바람에 1960년대에 기존 목재 다리를 철거 후 철과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다리를 일차 교체했고 이 다리마저도 또 문제가 생겨서 2005년에 현재 사용중인 다리로 재건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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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바로 옆으로는 Box-Death Hollow Wilderness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눈 앞에 펼쳐지는 경관은 꽤나 사악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Death Hollow라는 이름은 이 곳을 건너다가 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죽은 수많은 가축들로 인해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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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너머에 차를 잠깐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다리를 배경으로 증명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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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차를 세우고 주변 경관을 살펴보기 위해 차 문을 열고 나오자 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에 불어오는 그런 바람이 뒤에서 폭풍처럼 밀어 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다리 앞 쪽으로는 파란 하늘이 아직 군데군데 보이고 있었지만 다리 뒤편에서는 비를 잔뜩 머금은 시커먼 먹구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Box-Death Hollow Wilderness를 집어삼킬 기세로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아직 Hell's Backbone Road를 벗어나서 Boulder에 도착하려면 1시간 정도를 더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비포장도로 한가운데서 폭우를 만나 길 한가운데서 오도가도 못하고 고립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갑자기 몰려 들었습니다. 날씨만 좋았다면 걸어서 Hell's Backbone Bridge도 건너갔다 오고 주변 산책도 슬슬 할 생각이었지만 무섭게 몰려 드는 비구름은 저에게 그만한 여유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얼른 다시 차를 몰고 꽤나 컴컴해 진 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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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급해도 노란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 있는 길에서는 차를 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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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s Backbone Bridge에서 출발한 지 20분이 지난 시점부터 결국 걱정했던 비가 차창 밖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Boulder까지 30분만 달리면 되니 설마 별 일이야 있겠냐?"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YouTube에서 자주 봐 왔던 무시무시한 Flash Flood 영상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여행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던 제가 너무 웃기지만 이번 여행 가운데 이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쫄았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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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비가 퍼붓기 시작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도로 표면은 비포장도로에서 포장도로로 변경되었고 세차게 퍼붓던 비 역시 10분 정도 후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뚝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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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50분에 Boulder에 도착한 후 도로 출구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는 Burr Trail Grill이라는 식당으로 직행한 후 놀란 가슴을 좀 진정시키면서 버거 세트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이 식당은 카운터로 본인이 가서 직접 주문 및 그 자리에서 바로 음식값 결제를 하기 때문에 식당 내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따로 팁을 받지 않는 특이한 식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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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면서 주변 비구름 상태를 확인해 보니 오후에도 날씨는 만만치 않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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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흐린 구름을 뒤로 하고 오후 일정 가운데 Burr Trail 운전 및 Strike Valley Overlook Trail 하이킹까지는 일단 강행하기로 결심한 후 오후 12시 40분에 식당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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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r Trail은 Boulder에서 시작해서 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의 Bullfrog Marina까지 연결된 총 길이 108 km의 길입니다. 1876년에 이 지역으로 이주한 John Atlantic Burr라는 목장주가 본인이 키우는 소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만든 길이며 그를 기리기 위해 길의 이름이 Burr Trail이 되었습니다. 길 중간 지점에서 위치한 Switchbacks(최초 Burr Trail이라 불렸던 길은 바로 이 Switchbacks 구간이었으나 나중에 길 전체를 지칭하게 됨)를 지나면 Notom-Bullfrog Road와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Capitol Reef Visitor Center 방향으로 갈 수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Bullfrog Marina로 가게 됩니다.

Boulder에서 출발해서 Capitol Reef NP의 서쪽 경계선이 이르기까지 처음 50 km 구간은 포장도로입니다. 이 포장도로는 미국 서부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사연이 많은 도로입니다. 포장도로를 하루라도 빨리 깔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편하게 즐김과 동시에 관광 산업 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치인 및 개발론자들과 이 지역의 생태계 보호를 위해 비포장도로 상태 그대로 길을 내버려둬야 한다는 환경론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쟁이 오랜 세월 이어졌으며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1987년에는 Burr Trail Switchbacks 현장에 투입된 불도저 4대에 대한 환경단체 측의 사보타주까지 있었는데 결국 지루한 법정 소송에서 최종 승리한 개발론자들에 의해 1991년에 되어서야 Burr Trail의 본격적인 포장도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길 초입에서는 미국 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트막한 모래 사구 및 Navajo Sandstone 경치로 시작되다가 차츰 경관이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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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km 정도 지나고 나면 아래와 같이 커다란 협곡의 입구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여기부터가 이 길의 하이라이트 구간 가운데 하나인 Long Canyon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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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Canyon의 붉은 사암 절벽을 지나가는 약 11 km 구간을 영어 단어 한 마디로 규정하자면 Spectacular입니다. 아래 몇 장의 사진으로는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실제 감동의 100분의 1도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씩 너무나 큰 감동의 물결이 확 몰려 들고 그 감동의 강도를 몸과 마음이 한 번에 소화를 못해서 온 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본인도 모르게 입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Long Canyon 통과 구간이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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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Canyon을 빠져 나가는 곳(Boulder 출발 기준 약 28 km 지점)에 아래와 같이 꽤나 비현실적인 경치를 볼 수 있는 멋진 Overlook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딱히 공식적인 전망대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고 길가에 아래 사진과 같이 잠깐 차를 세울 수 있는 Pullout 지점이 있는데 이 도로를 운전할 경우 눈 앞에 펼쳐지는 저 멋진 경치를 놓칠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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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look을 지나면 거짓말처럼 Long Canyon이 사라진 후 전형적인 미국 서부 경치가 펼쳐지다가 어느덧 Capitol Reef NP 경계선에 도달하게 됩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Capitol Reef NP 경계선부터 정확하게 비포장도로로 길이 바뀌게 됩니다. Capitol Reef NP 초입 구간의 비포장도로 상태는 아주 단단한 표면으로 이뤄진 자갈길인지라 2WD로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하고 폭우가 내리더라도 길의 상태가 진흙탕으로 변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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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Capitol Reef NP로 들어서면 멀리 Henry Mountains의 수많은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Waterpocket Fold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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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49분에 Strike Valley Overlook Trail의 출발 지점인 Upper Muley Twist Canyon Trailhead에 도착했습니다.

Strike Valley Overlook Trail
- 거리: 10 km
- 고도변화: 122 m
- 소요 시간: 2시간 30분
- Type: Out & Back
- 난이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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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r Trail 바로 옆에 아래 사진과 같이 차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습니다. 그냥 길 옆 큰 공터인데 이 날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 한 대도 없었습니다. 뒤에 좀 더 자세히 말씀 드리겠지만 본인의 차량이 일반 2WD 차량일 경우 무조건 이 곳에 주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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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 입구에는 Upper Muley Twist Canyon까지 3 Mile이고 4WD만 들어가라는 안내 간판이 하나 있습니다. 차량이 4WD Jeep인 점을 감안해서 이 길을 운전해서 들어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니 이 길은 차로 가기 보다는 천천히 걸으면서 즐길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그냥 걸어 들어갔는데 이는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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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을 시작하자 마자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구간들이 바로 튀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길 상태만 놓고 보면 4WD가 아니면 운전이 불가능한 구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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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걸으면서 정식으로 이름이 명명된 아치를 3개 보게 되는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아치는 Peek-A-Boo Arch(한국어로 번역하면 "까꿍" 아치)였습니다. 정말 희한하게 생긴 아치인데 제가 느낀 첫 인상은 "이 아치는 독수리 오형제가 쓰는 헬멧과 너무 닮았다"였습니다. 아래 독수리 오형제 헬멧 보시면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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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시작한 지 10분이 지난 지점에서 아래와 같이 방명록이 들어 있는 Register Box가 하나 있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온 기념으로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들어갔는데 이 날 방명록에 정식으로 서명한 사람은 저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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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지점을 지나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도중 이 길을 나가는 차량 한 대를 만났습니다. 지나가면서 보니 운전하시는 분이 약간 연세가 있으신 남자분이셨는데 나오는 길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얼굴이 아주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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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길 초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기를 하이킹으로 들어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Peek-A-Boo Arch를 아주 가까이 지난 후 계속 걸어 들어가는데 험악해 지는 길 상태가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사진 구간은 제가 이리 저리 아무리 봐도 과연 4WD로도 통과가 가능할까 싶어 보이는 지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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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와 반대로 길 양 옆으로 펼쳐지는 경관은 변화무쌍한지라 하이킹을 하면서 지루할 틈이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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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경관에 넋을 잃고 걷다 보니 Upper Muley Twist Canyon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 곳 도착 시간은 오후 2시 45분이었는데 Burr Trail 입구에서 여기까지 들어오는데 1시간 정도 걸린 셈입니다. 원래는 이 안내판이 나오기 전에 Strike Valley Overlook 안내판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지나쳤습니다. 바로 발길을 돌려 Strike Valley Overlook으로 가는 샛길로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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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Strike Valley Overlook까지는 15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지만 올라가는 길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아서 길에 난 사람 발자국 및 Slickrock 표면에 듬성듬성 놓여 있는 Cairn을 잘 찾아가면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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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ke Valley Overlook에 도착하면 아래와 같이 대마왕 Cairn이 놓여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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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수없이 봐 왔던 Strike Valley 전경이 눈 앞에 쫙 펼쳐졌습니다. 너무나 광활한 풍경이라 파노라마 사진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전경을 도저히 한 프레임에 담을 길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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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진 16:9 프레임으로는 네 번에 걸쳐 나눠 찍어야 모든 전경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이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드라마틱한 색의 향연을 봤을 것이지만 잔뜩 흐린 구름 사이로 보는 Strike Valley도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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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곳에 도착하자 마자 하늘에서 다시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혹시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비가 그치고 하늘이 조금이라도 개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조그만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기다려 봤습니다. 그러나 제 희망과는 달리 빗방울은 계속 거세지면서 Strike Valley 역시 몰려오는 비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증명 사진 한 장이라고 건져야겠다는 심정으로 삼각대를 황급히 설치하고 사진 한 장 남겼는데 삼각대 위치 설정을 잘못해서 그런지 그냥 봐서는 여기가 Strike Valley Outlook인지 아닌지 전혀 분간이 잘 안 가는 사진이 찍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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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떠날 때 구름으로 뒤덮인 Strike Valley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빨리 와서 그나마 제대로 형체를 갖춘 Strike Valley를 본 게 어디냐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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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길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 아까 놓쳤던 Strike Valley Overlook 안내판 방향으로 잘 나왔습니다. 이 안내판 앞에 4WD로 들어왔을 경우 차를 세워야 하는 두 번째 주차장이 있는데 주차장이라고 해 봤자 그냥 길 옆에 있는 공터일 뿐입니다. 만약 Upper Muley Twist Canyon 하이킹을 하는 분들은 여기에 차를 세우고 나머지 구간을 모두 하이킹으로 완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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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per Muley Twist Canyon Trailhead로 나가는 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아치는 Cheerios Double Arch입니다. 일견 멀리서 보기에는 하나의 아치이지만 각도를 달리해서 자세히 보면 아치 안에 아치가 하나 더 있는 더블 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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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다음에 또 다른 멋진 아치가 나타나는데 Trinity Double Arch입니다. Cheerios Double Arch와 달리 이 아치는 단번에 더블 아치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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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개의 아치 모두 절벽 꼭대기에 위치한 관계로 아치 아래로 접근할 방법은 따로 없어서 그냥 길을 걸으면서 바라만 봐야 하는 점이 좀 아쉽기는 했습니다.

곳곳에 이름 없는 아치들도 널려 있는 이 길은 아치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놀이 공원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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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곳곳에 피어 있는 야생화,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마치 고함을 지르는 듯한 기암괴석,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바위벽을 지나니 다시금 Peek-A-Boo Arch에 도달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서는 아치를 자꾸 뒤돌아봐야 했지만 나가는 길에서는 아치를 그냥 앞에 두고 꽤 오래 걸을 수 있어서 아치 감상에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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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증명 사진 한 장 더 찍고 주차장으로 걸어 가다 보니 아까부터 계속 내리던 비가 그치고 저 멀리 파란 하늘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지금 Strike Valley Outlook에 있었다면 좀 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4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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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도착해서 숙소가 있는 Torrey로 어떤 Route를 통해 갈 것인가 고민을 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그 유명한 Burr Trail Switchbacks를 내려간 후 Notom Road를 통해 Torrey로 가야 했지만 오전에 내린 비 그리고 아까 Strike Valley Overlook Trail 하이킹을 하던 도중 내내 내린 비로 인해 Notom Road의 비포장도로 상태가 어떨지 전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차마 운전대를 왼쪽으로 틀 수가 없었습니다. 비포장도로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때 항상 나오는 경고문인 "비가 왔거나 비 예보가 있을 경우 비포장도로 운전은 절대 하지 마라"라는 문구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서는 "내가 살면서 이 곳은 정말 다시는 못 올 것이고 운전대 왼쪽으로 틀어서 5분만 가면 그 유명한 Burr Trail Switchbacks이 나온다는데 그냥 눈 꽉 감고 확 갈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랐습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내린 최종 결론은 "여기 주차장에서 딱 5시까지만 기다리면서 혹시라도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이 있으면 그 운전자를 붙잡고 Notom Road 길 상태가 어떤지 직접 확인해 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리자"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궂은 날씨 하에서 오후 5시에 이 외딴 곳을 지나가는 차량이 있을 확률은 사실상 거의 제로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냥 마음을 편하게 비우고 Burr Trail Switchbacks 방향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막의 신기루처럼 검정색 지프 차량 한 대가 멀리서 희미하게 나타났습니다.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야호 환호성을 지른 후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차량에 손짓을 하니 검정색 지프 차량이 제 앞에 잠깐 멈춰 섰습니다. 운전자는 저처럼 혼자서 미국 서부 여행을 하고 있는 독일에서 온 청년이었는데 오는 방향을 물어 봤더니 다행히 남쪽 Bullfrog가 아닌 제가 가야 할 북쪽 Capitol Reef NP에서 오는 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Notom Road 비포장도로 상태가 운전할 만 하더냐?"라고 다시 물어봤고 독일 청년 왈 "너나 나나 똑같은 Jeep 4WD Grand Cherokee 모델인데 아무 걱정할 필요 없으니 즐겁게 운전하라"고 최종 확인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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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청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한 후 바로 운전대를 왼쪽으로 틀고 출발하니 5분은커녕 1분 만에 Burr Trail Switchbacks 안내판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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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을 지나자 마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Henry Mountains과 훨씬 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Strike Valley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마 전 Strike Valley Overlook에서 흐린 날씨로 인해 제대로 된 Strike Valley의 모습을 보지 못 했던 아쉬움은 이 곳에서 일거에 해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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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Switchbacks이 시작됨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조심스럽게 운전을 계속합니다. 길 초입 부근에 Burr Trail Switchback의 전체적인 모습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사진 및 아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7번의 코너를 급격하게 돌아 내려가면 Strike Valley 바닥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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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Switchbacks 구간에서 차를 코너에 주차하는 것은 안되지만 이 날은 길에 차량이 한 대도 없는 관계로 잠시 주차를 한 후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참고로 Switchbacks 구간에서 차량이 서로 마주칠 경우 올라가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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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om-Bullfrog Road와의 분기점에 설치되어 있는 길 안내판입니다. 여기 도착 시간이 오후 5시 15분이었습니다. Capitol Reef Visitor Center까지 남은 거리가 아직도 48 mile이지만 그래도 이 날 일몰 시간이 저녁 7시 41분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꽤 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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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에서 눈을 돌려 보면 저 멀리 Peek-A-Boo Arch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볼 수 있는데 이 각도에서 보면 아치의 구멍이 사암 위에 드러누워 있는 거대한 도마뱀 머리에 위치한 실눈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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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틀어 이제 북쪽으로 차를 몰고 갑니다. 길의 상태를 보니 이 곳은 길 바닥에 자갈은 거의 없고 주로 모래로만 이뤄져 있어서 비가 많이 내릴 경우 길 상태가 어찌될 지 쉽게 예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폭우가 내릴 경우 일시적으로 불어난 물에 의해 길의 일부가 확 쓸려 내려가는 Wash 지점이 길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Wash 지점이 길에 몇 개나 되는지 세어 보면서 운전하다가 10개가 넘어간 후로는 더 이상 개수를 세지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이 Wash 지점을 직접 찍은 사진인데 Visitor Center에서 직원이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런 지점은 정말 폭우가 올 경우 Soup가 될 정도로 길 중간이 국그릇 U자 형태로 움푹 파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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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니 이보다 더한 구간도 나왔는데 폭우가 내릴 경우 길 좌우로 그냥 강물이 흐를 정도의 Wash 구간입니다. 물 흐름에 바닥이 씻겨 나간 흔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니 불과 얼마 전까지도 여기서 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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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ol Reef NP의 남쪽 영역을 남에서 북으로 관통하는 Notom Road 운전 역시 다채로운 풍광을 즐기면서 갈 수 있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운전 중간에 사진을 찍어야 할 경관이 곳곳에 깔려 있는데 길과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놓여 있는 Waterpocket Fold 및 Strike Valley를 질리도록 바라볼 수 있고 45도 각도로 날카롭게 융기되어 있는 기괴한 지층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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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하게 기울어진 Bentonite 언덕 역시 이 길에서 볼 수 있으며 길 앞으로는 간간이 수려한 산악 경치들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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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길을 계속 달리다 보니 드디어 비포장도로 구간이 끝나고 다시 포장도로 구간으로 변경되는 곳에 오후 6시 20분에 도착했습니다. 차를 세우고 Notom Road 비포장도로 구간을 달린 기념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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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Jeep가 하루 종일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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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h Hwy 24번 도로와 연결되는 Notom Road의 포장구간은 총 24.1 km입니다. 포장도로 구간에서 펼쳐지는 경치 역시 비포장도로 구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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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h Hwy 24번 도로로 접어든 후 바로 Torrey로 방향을 틀어 숙소 Days Inn에 해 지기 직전인 저녁 7시 38분에 도착했습니다. 숙소 바로 옆에는 편의점, Subway 및 주유소가 한 건물에 자리잡고 있어서 여러모로 편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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