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미국 서부여행기 (18) 올림픽 국립공원 (30일차)

2008.10.03 09:11

Chris 조회 수:4785 추천:10




[매일의 일기를 정리한 일기체이기 때문에 경어를 사용하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미국 서부여행기 (18) 올림픽 국립공원 (30일차)






오늘도 늦잠을 잤다. 여행이 종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걸까?
9시에 일어나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짐을 챙겨 모텔을 나서
잠시 월마트에 들려 물도 사고 지체했더니 시간이 또 늦어져 버렸다.
오늘 가야할 길이 무척 먼데......
  
오늘은 올림픽 국립공원이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여기를 들릴까 말까? 국립공원이 너무 크다.
국립공원을 한바퀴 제대로 돌려면 400마일(640km)가 걸리니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이 가질 않는다.
오늘내로 여기를 한바퀴 돌 수 있을까?
"에이~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가보자. 언제 다시 오겠냐?"
--> 항상 망설일 때마다 드는 생각이 결국은 이건데 오늘도 역시....ㅠㅠ
  
묵었던 곳은 시애틀의 남쪽 Federal Way라는 작은 소도시이다.
시애틀에서 묵었으면 길게 돌아가는 것을 절약하기 위해 페리를 타고 가도 되는데
여기는 그리 많이 돌아갈 필요가 없으므로 그냥 차로 가기로 했다.
Federal Way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Port Angeles까지는 약 170마일!
10시에 출발해서 가뿐하게 3시간 걸려서 비지터 센터에 도착! (1시)
  
비지터센터에서 영화를 보고 주니어레인저 책자를 받는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주니어레인저 프로그램은 약간 빡빡한 편이다.
레인저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석을 하고, 트레일도 꼭 해야 한다.
레인저 프로그램의 시간을 보니 프로그램은 엄청 많은데 시간이 잘 맞지 않는다.
주로 밤에 하는 프로그램이 많고 제일 만만한 20분짜리 레인저토크는 1시에 마쳤고
다음 레인저토크는 4시에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이 Hurricane Ridge에서 2시에 하는
1시간짜리 트레일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때 시간이 1:20.
Hurricane Ridge까지 14마일이니 1:45분쯤 도착해서 빨리 점심을 먹고
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석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비지터센터를 나선다.
하지만........이게 얼마나 가상한 생각이었고,
Port Angeles에서 Hurricane Ridge로 향하는 그 짧은 14마일의 길이
오늘 하루를 얼마나 고생시킬 줄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악몽같은 Hurricane Ridge로 향하는 그 길........TT

순조롭게 출발했다. 시원한 국립공원 삼림의 바람을 가르며.....그런데 1/3 정도 올라갔나?
갑자기 공사현장이 보인다. 차를 세웠다.



여느 공사현장처럼 잠시만 기다리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인부가 들고 있는 STOP 사인을 SLOW로 바꿀 생각을 하질 않는다.
이제 슬슬 마음이 조급해 진다. 한참을 기다리니 저 위에서 반대편 차들이 슬슬 내려온다.
차들이 다 지나간 후 우리를 안내하는 차량을 따라 올라간다.
공사현장은 엄청 긴 구간동안 계속 되었고 우리는 비포장길을 먼지 풀풀 날리며 따라간다.
시간은 1시 50분이 넘어간다. 아......많이 늦었다. 점심이고 뭐고 없다.
도착하면 그냥 프로그램 참석해야지. 그래도 부지런히 하면 제때 도착하겠다.
열심히 달려가는데 이런......또 공사현장! STOP!
아까보다 더 기다린다. 5분....10분.....이제 2시가 넘었다.
15분....20분.....체념과 동시에 화가 난다. 한참을 기다려 통과.....
에이..그냥 주니어레인저를 포기하고 들렸다가 빨리 나오자.  
얼마를 가다보니 또 공사구간.......이번에도 한 20분 지체! 완전 그로기 상태!
도대체 이 여행 성수기에 이렇게 관광객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미국에서 살다보니 3가지에 대한 철저한 존중은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적이다.
그 3가지는 어린이, 장애인, 그리고 경찰!
그런데 한가지 더.....공사현장도 철저하게 존중한다.
아마 한국같으면 난리가 났을텐데.....사람들 다 나와서 먼산 바라보고 있다.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20분을 예상하고 출발했는데 Hurricane Ridge에 1시간 30분이 걸려서 도착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저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거다.
얼마나 그 길을 내려가기 싫었으면 파크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다른 곳으로 향하는 비포장길이라도 없나 샅샅이 살펴봤다는 거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길은 없고.....다시 저 길을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공포스러움 때문에 Hurricane Ridge의 멋진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힘들게 이곳까지 왔으니 최대한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가야지.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피크닉 테이블에서 보는 경치가 너무 멋지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최고봉인 올림푸스산을 비롯해 다른 수많은 산들이 줄지어
레인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온통 하얀 만년설과 빙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마치 알프스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멋진 절경을 배경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니 다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게눈감추듯 먹는다.
밥을 다 먹고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은 3:40분! 고민이 된다. 그냥 내려갈까?
아까 밑에서는 전혀 고려도 안했던 4시의 레인저토크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니.....
에이~포기했던 주니어레인저나 해야겠다.





서둘러 아이들과 액티비티북을 완성하고 Hurricane Ridge의 레인저토크에 참석,
레인저아줌마의 사인을 받고 비지터센터에서 주니어레인저 선서와 함께 뱃지를 받는다.
완전 포기하고 있었는데.....이렇게 올림픽 국립공원의 주니어레인저 뱃지도 얻어가는구나~~~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는지 아이들은 만화영화 틀어달란다.
와이프도 포기하고 자고....내려가는 길 역시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
15-20분이면 내려갈 길을 꼬박 1시간 30분 걸려 내려왔다.
포트 앤젤레스까지 다 내려오니 5시 30분! 이제 또다시 고민 시작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해서 그냥 시애틀로 갈까?
아니면 서쪽으로 해서 다시 남쪽으로 공원을 끝까지 갈까?
오늘 그렇게 고생을 해놓고......또!!!!! "에이~여기까지 왔는데! 에이~이왕 고생한거..."
나는 이놈의 생각 때문에 몸과 마음이 고생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고생시리즈 2탄이 시작된다. 올림픽 국립공원의 그 거대함,
그 광활한 크기를 과소평가한 댓가는.......ㅠㅠ
서쪽으로 한참을 달리니 Crescent Lake가 나타난다.
이 거대한 호수는 세찬 바람에 많은 파도가 쳐서 마치 바다와 같이 보인다.
차갑고 세찬 바람에 인적도 없고 오직 호수가에 떠 있는 한척의 배만 쓸쓸하게 호수를 지키고 있다.



Crescent Lake를 지나 우리는 끝도 없는 길을 달린다.
중간 중간에 Sol Duc이나 기타 포인트를 진입하고 싶지만 시간이 안된다.
그냥 도는 것으로 만족하자 그러고 갔는데 길이 너무 너무 멀다.
오늘 목표로 삼은 Aberdeen까지 160마일이 남았는데 아직도 길은 멀고
사방은 어둑어둑해진다. 슬슬 후회가 밀려온다.
"적당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그걸 아쉽다고 밀어붙이냐???" 스스로를 자책한다.
피곤도 몰려오고......해는 짙은 구름에 가려 사방이 더욱 어두워 보인다.
Hoh Rain Forest지역으로 접어든다. 미국에서도 가장 강수량이 많다는 지역......
미국에서는 드물게 열대우림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지역......
그곳을 지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그냥 쏜살같이 지나갈 뿐........
이래서는 이곳으로 힘들게 온 이유가 없는데......



한참을 달리니 들어오는 이정표! Ruby Beach~
올림픽 국립공원의 서쪽에는 해안을 끼고 달리는 길이 한 10마일 되는데 바로 그 길이다.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여기는 들려야지. 도로에는 인적이 하나도 없었는데
주차장에 가니 차가 몇 대 서 있다. 다행이다. 우리만 있을 줄 알았는데....
비치로 내려가니 와........정말 아름다운 장관이다.
해안가의 끝없는 통나무더미, 바다 위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들, 그리고 자욱한 안개,
그 사이를 철썩이는 파도.....마치 사람의 손길이 전혀닿지 않은 원시림같은 그 모습........
아까 그냥 포기하고 갔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아빠하고 딸같은데 다정하게 SLR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아빠가 딸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준다. 펜탁스 유저인데 참 멋져 보인다.
나도 우리 딸랭이들 조금 더 크면 하나씩 사주고 같이 출사 나가야지.
쥬디와 헬렌도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하니....자기들도 좋단다.



루비 비치를 나와 우리는 계속 남으로 남으로 향한다.
시간은 8시....9시.....사방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10시가 다 되어서야 Aberdeen에 도착했다.
Aberdeen은 밤에 봐서 그런지 인상이 그리 좋지 않다.
허름한 건물들. 카지노, 무엇보다도 비싼 모텔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체인모텔들도 거의 없는데 모텔비용은 장난이 아니게 비싸다.
이 밤에 Tacoma까지 가서 자자는 나를 와이프가 말린다.
"70마일 거리를 또가면 어떻게 하냐 그냥 여기서 자자"는 아내의 말을 듣고
이곳 저곳을 들려 결국 또 한국분이 운영하는 모텔에 도착.......
오늘 하루의 파란만장한 일정을 마감한다.
  
올림픽 국립공원........Hurricane Ridge......하면 끝없는 고봉들, 만년설, 빙하.....
이런게 연상되어야 하는데.....
난 스톱사인 들고 있는 아저씨 얼굴이 제일 먼저 연상된다.



이거 참 난감하네.....ZZZZZZ~~~


그래도 올림픽 국립공원의 고산준령들을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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