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일기를 정리한 일기체이기 때문에 경어를 사용하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미국 서부여행기 (19) 시애틀에서 노스케스케이드 국립공원 (31일차)








어제밤 늦게 도착해서 묵은 Aberdeen의 작은 모텔….

몸과 마음이 무척 피곤했지만 무작정 들어간 모텔인데도

한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반가왔다.

하지만 시설은 영…..침대도 별로고, 아침에 식사도 안주고…..

전기밥솥에 한가득 밥을 해서 아침을 대충 먹고 모텔을 나선다.



가난한 유학생이 방학시즌마다 여행을 하니 주변에선

“돈많네!” 이런 이야기를 간간히 듣지만 사실 돈 있어서 여행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기간이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이렇게 긴 기간동안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없고, 아이들에게 꼭 중요한 무엇인가를 남겨주고 싶을 뿐…

그러다보니 여행은 완전 헝그리 컨셉으로 갈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오래 여행하는 동안 밥을 사먹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사치였기에

밥은 거의 해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흔한 맥도날드, 버거킹도 그냥 지나치니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그래~간만에 영양보충 좀 하자~”

발걸음을 시애틀 시내로 돌린다.


[시애틀 토다이가 있는 건물]


우리가 간 곳은 시애틀 시내에 위치한 토다이~

그전에도 시카고 토다이를 몇번 간 기억이 있어서 제일 무난한 듯 싶었다.

평일 낮이라 손님들도 별로 없는 한산한 토다이……



항상 변함이 없는 엄마의 메뉴에 질린 두 녀석들……걸신들린 듯이 먹는다.

여행을 다니며 늘 시간을 재촉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천천히 먹으라고 했더니 정말 천천히 그리고 많이 먹는 세 여자들……..

덕분에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음식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우리 딸랭이들은 된장녀???]


토다이를 나와 잠시 시애틀의 명물인 스페이스 니들에 들려본다.

오늘은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에 들렸다가 밴쿠버까지 가야 하므로

시내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

스페이스 니들 주변을 잠시 둘러본 후 곧장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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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니들의 내부]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은 북미대륙의 알프스라는 별칭에 어울리는 명산인데

공원의 면적이 워낙 넓다보니 노스케스케이드 지역을 비롯해 로스 호수와 셜렌 호수 등

3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으며, 연간 방문객이 40만명이 넘는 곳이다.

여느 국립공원들처럼 공원관리가 엄격해 원시림이 철저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이 국립공원 내에는 미국 전체 만년 빙하의 절반 가량인 약 300여개의 빙하가 있다고 한다.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 비지터센터]


시애틀에서 고속도로로 계속 북으로 올라가다가 중간에 동쪽으로 빠져

WA-20번 도로를 타고 계속 가면 노스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이 나타난다.

점심식사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국립공원에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다.

먼저 비지터센터에 들려 주니어레인저 책자를 받아보니 비교적 간단하다.

아이들과 액티비티 북의 내용을 하나씩 완성해서 제출하니

아차~내가 착각을 해서 두가지의 액티비티가 빠졌다.

그 2가지도 모두 레인저 프로그램에 참석해야 하는 것이다.

난감해 하고 있는데 데스크에 있던 젊은 레인저 청년……..

자기가 직접 레인저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겠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라운지로 가서 노스케이케이드 국립공원과 관련된

동화책을 읽어준다. 엄청 길던데……에구~내가 미안해지네.

그 긴 동화책을 다 읽고나서 책자에 체크를 해준다.


[장난아니게 길어서 입이 많이 아플텐데.....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는 청년이다]


이번엔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간다.

노스케스케이드에 서식하는 소나무의 솔방울을 배우는 시간인데

일반적인 소나무의 솔방울과 비교해주며, 만지고, 맛도 보고(?)

냄새도 맡으며 특징들을 설명해 준다.

2가지의 우리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 레인저 프로그램을 다 마친 후에

주니어레인저 선서를 하고, 레인저 증서와 뱃지를 수여한다.

와~정말 부모로서 이렇게 감동스럽고 고마울 수가 없다.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이 평소에도 무척 부러웠는데

아이들을 위하여 이토록 교육적으로 운영되는 국립공원 시스템은

우리나라도 꼭 배우고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제프”라는 이름의 젊은 레인저 청년~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한번~

"Ranger Jeff, we deeply appreciate your kindness~!"



비지터 센터를 나서서 우리는 계속 동쪽으로 간다.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철저하게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곳,

높이 솟은 산과 산맥은 300여개가 넘는 빙하들에 의해 특이한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이 왜 이렇게 많은 빙하가 있을까?

가까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수분을 많이 포함한 바람이 노스케스케이드의 높은 산맥에

부딪혀 온도가 냉각되면서 비나 눈으로 변하여 산맥 전체를 뒤덮는다고 한다.

이곳의 연평균 강수량이 110인치(2,800mm)가 넘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강설량이

46피트(14m)를 초과한다. 9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이듬해 7월까지 계속 될 때가 있으니

가히 내리는 눈의 양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공원을 동서로 횡단하는 WA-20번 도로는 U자형 계곡을 흐르는 스캐짓 강을 따라

만들어져 있으며, 노스 케스케이드 국립공원은 이 도로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라져있다.

공원 남단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셜렌 호수는 빙하에 의해 깊이 파인 계곡이

물이 고여 생긴 곳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인데

그곳까지 가려면 1박을 더해야 하므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디아블로 호수와 로스 호수등을 거쳐 워싱턴패스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루트로 결정하였다.


[Gorge Dam]


Gorge Dam과 Gorge Falls를 지나니 디아블로 호수의 옥색 물결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아름다운 에머랄드 빛으로 호수가 빛나는 것은 빙하에 깎인 암석에 포함된

광물질의 고운 가루 때문이라고 한다. 이 광물질이 너무 미세하여 물에 섞여도

가라앉지 않고 태양빛이 비치면 녹색부분만 반사되어 호수 전체가

연한 에머랄드빛으로 물든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보트 대신에 이렇게 트레일을 하며 삼림욕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보트를 타고 아름다운 에머랄드빛의 디아블로 호수의 물결을 헤치고 싶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

아쉬운 마음에 호수의 물에 시원하게 세수한번 하고 출발~


[디아블로 호수]

디아블로 호수를 지나면 로스호가 나온다.

가장 먼저 보이는 로스 댐~

이 계곡을 따라 총 3곳의 댐과 수력발전소가 있는데

이 3곳에서 만들어진 전력이 시애틀로 공급된다고 한다.

즉, 노스케이케이드 국립공원은 시애틀의 동력원인 셈~~~


[로스 댐]


낚시 애호가에게 가장 유명한 곳중의 하나가 바로 이곳에 있는

로스 레이크 리조트라고 한다. 평일이라 그리 많지만 않지만

강태공들이 낚시대를 호수변에 드리우고 있다.



워싱턴 패스까지 갔다가 다시 로스 호수까지 오니

이미 시간은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참 아름다운 호수인데

태양의 방향과 시간이 사진 찍기에 적절하지 않아서

좀 마음에 안들게 나오는 점이 아쉽기도 하고,

더 오래 머무르며 충분히 보지 못하는 점 또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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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탓을 해야 하는데 시간탓, 햇빛탓만 하고 있으니....]



하지만 이제 밴쿠버를 향하여 갈 시간~

늦은 밤, 우리는 이제 밴쿠버를 향하여 간다.

고모와 고모부께서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다시 고속도로를 나와 얼마를 갔을까 국경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 미국 밖을 벗어나는 벗어나는 것인데 살짝 긴장이 된다.

이윽고 우리 차례가 되어서 준비한 여권과 I-20를 제출했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논문과 여행준비를 짧은 일정에 처리하다 보니

미처 International Office에서 받아야 할 I-20의 연장싸인을 깜빡 했던 것!

눈앞에 캄캄해진다. 차를 곧장 돌려 미국 사무실로 갔더니

이번 한번만 봐준다며 캐나다로 가지 말고 그대로 미국으로 돌아가란다.

큰일이다. 고모와 고모부께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여기까지 와서 캐나디안 록키는……?

완전히 풀이 죽어 가까운 주유소에서 전화를 드렸다.

고모와 고모부께서는 깜짝 놀라시며 잠깐이라도 보자고 기다리라고 하신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내가 실수한 것을……

와이프에게도 미안하고, 아이들도 이 늦은 밤까지 차에서 뜬 눈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더 미안하다. 한참을 기다렸나? 고모부와 고모께서 오셨다.

정말 기적과도 같이 국경사무소에 이야기를 잘 해놨으니 염려없단다.

하마터면 캐나다 땅을 못 밟을 뻔 했는데, 고모부 덕분에 캐나다를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직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원래 규정으로는 사인을 못받아 업데이트가 안된

I-20는 국경을 통과할 수 있고, 30일 이내에 사본을 보내주면 문제없다고 합니다.

근데 처음에 그 직원은 뭐하는 사람인지? 완전 사람 쫄게 만들고……)


[그날밤의 악몽으로 가득했던 국경검문소]



고모와 고모부가 계시는 White Rock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

와~오늘 정말 많은 걸 경험한 파란만장한 하루다.

침대에 몸을 던지니 온 몸이 스펀지처럼 늘어진다.

너무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캐나디안 록키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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