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월요일 날씨 계속 맑음

이번 여행 중에 특기할 점이 있다면, 매일같이 날씨가 좋았다는 겁니다. 오히려 저는 억수같은 폭우와 강한 비바람을 통해 미대륙의 내륙지방이 가진 변화무쌍한 기후 변화를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오늘도 ‘햇볕은 쨍쨍’입니다.

호텔에서 나와 40번 도로를 타고 10여분 가니 공룡화석 국정공원이 나타납니다. 이것은 유타주 측의 공원이고 조금더 가면 콜로라도 측 공원이 따로 있습니다. 일단 유타측 공원을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별것은 없습니다. 작은 비지터센터에 각종 화석 설명과 비디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공사 중인 듯 합니다. 시설 중 일부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여기를 제대로 보려면 아마도 뙤약볕에 트레일을 해야 될 듯 합니다. 가족 중 아무도 여기에 동의하는 멤버는 없습니다. 저부터...

비지터센터 앞에 우리가 들어온 반대방향으로 오토투어 코스가 있어 계속 따라갔습니다. 네비게이트에도 안나오고, 지도상에도 없는 도로입니다. 그런데, 산등성이 너머로 계속 됩니다. 계속 따라갔습니다. 차안에 긴장감이 조성되기 시작하는 군요. ‘아빠, 돌아가자!’

드디어 2차선 도로는 끝나고 비포장 도로가 나옵니다. 그러나 도로는 계속 됩니다. 가고 싶습니다. 가보고 싶었습니다. 어디로 가는 길일까?
하지만, 안전제일, 돌아섰습니다. 딸내미 왈, ‘계속 한번 가보시지요~, 용기가 그것밖에 안되시나요?, 한번 밀어붙여 보시지...’ 하고 놀려댑니다. 남자는 가끔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창피하지만 뒷걸음쳐서, 뒷문을 선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족들이 알기나 할라나요?  

40번 도로는 정말 괜찮은 도로로 생각됩니다. 의견충돌의 위험을 무릅쓰고 추천합니다. 각자 선호하는 경치와 분위기가 따로 있기 때문에 선뜻 추천하기가 뭐 하지만, 그래도 하이웨이를 달리는 것 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콜로라도, ‘칼라 랜드’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체험하면서 달릴 수 있습니다. 지나는 길은 엄청 시골입니다. 소규모 캐년 들과 붉은 돌무덤으로 된 구릉지와  숲이 우거진 오아시스와 각종 이름을 가진 크릭, 그리고 콜로라도 강과 하늘과 맞닿아 있는 엄청난 규모의 산 들을 고루 헤치고 나갑니다. 처음에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부드럽게 돌아서 가고, 대안이 없을때는 과감하게 산을 뭉개고, 언덕을 잘라 정면으로 치고 나갑니다. 그리고 가끔은 서비스로 저 멀리 구름과 구릉이 맞닿은, 눈 닿는 곳까지 까마득히 휘어짐 한번 없는 일직선 도로를 선사합니다.

점심은 어느 이름모를 황량한 벌판의 붉은 흙산 정상에서 차를 옆으로 파킹해 놓고 블루스타를 피워 라면을 끓였습니다. 이산 주위 40마일 이내에는 주유소가 없습니다. 즉 민가가 없다는 뜻입니다. 보이는 것은 까마득한 황무지, 하늘과 맞닿아 있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그자체입니다. 안성탕면, 정말 국물 맛 시원합니다.

조금 더 달려 craig란 도시에 들어서니 제법 규모가 있습니다, K 마트와 세이프웨이 등 대형 그로서리도 있군요. 세이프웨이에 들러 셀러드와 과일, 전기구이 통닭 등을 샀습니다. 도시이름이 독특해 점원에게 물어보니 사람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정확한 유래는 모른다는 군요. 아마도 옛날 이 도시를 처음 개척한 개척자중 한사람일 것이라고 부언해 줍니다.  

다시 40번 도로를 달려 계속 동진하다보니 거대한 산을 하나 넘는 군요. 그리고 이름난 온천도시인 steamboat springs와 hot sulphur springs를 지나 granby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도 사실 숙박예약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 닿는 대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내일은 에스테스파크에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그랜비에서 멈춰서서, 남으로 내려 갈 것인지, 북으로 올라 갈 것인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결론은 ‘참아야지!’였습니다. 군대 말년에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고... 우리도 어느 듯 여행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욕심을 접고, 여행을 정리하면서, 음미해야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북쪽, 그랜드레이크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40번 선상 그랜비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34번 도로를 타면 그랜비 호수에 이어 그랜드 호수가 나타납니다. 경치가 참 좋습니다. 주변에는 1만 2,000피트급 산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랜드 호수 끝부분에 위치한 Grand lake village로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할리데이나 베스트웨스턴, 햄톤 등 대중적인 inn을 선호하는 편인데, 여기는 작은 규모의 랏지, 캐빈이 대부분이군요. 그중에 가장 분위기 있고 깨끗해 보이는 ‘spritlake 랏지’에 짐을 풀었습니다. 아침은 안되고, 인터넷은 되며, 호수까지 산책이 가능합니다. 요금은 세금포함 93불을 받네요.
  
후다닥 짐을 풀고, 세이프웨이에서 산 통닭과 샐러드, 그리고 맥주 한캔으로 저녁을 대신한 후 호수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석양이 진 호수는 참 고요하고, 맑고, 조용하고, 적적하고, 그리고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백인 60대 노부부가 호수를 바라보며 팔짱을 낀 채 벤치에 앉아 우리가 사진 찍는 모습을 호기심에 찬 눈초리로 재미있다는 듯이 보고 있군요. 옆으로 지나치면서 “멋진 경치이지요? 저 호수... 그리고 당신 커플” 하니까 엄청 좋아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답니다.

내일 또 계속 됩니다.


사진은 라면을 끓여 먹은후 출발준비 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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