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2편입니다. 별것도 아닌데...몇편 운운 하는게 우습네요.

-4일째-
새벽에 일어나보니 아버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어머님이 저녁내내 끙끙 앓으셨다는군요. 걱정입니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병원을 찾아가는 상황이라니...더군다나, 여긴 도심도 아닌 그랜드캐년 한 가운데...
난감했습니다.

어머님께서 괜챦다며, 당신만 빼고, 일출을 보고오라고 채근을 하십니다. 생각보단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싶어, 아버님과 저희 부부만 일출구경을 떠났습니다.
여행 오기전에 일출보기 좋은 view point를 분명 학습했는데...영 가물거립니다. 무대뽀로 공원으로 진입...앞차만 따라갑니다. 오늘따라 날씨도 꾸적꾸적...서리가 짙은건지, 아니면 안개인지 희끄무레한 연막이 적당히 깔려 길 양옆의 고사목이 더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고...
어렵지않게 뷰 포인트를 찾아, 남들처럼 적당히 자리를 펴고 해 뜨기를 기다리는데 오늘은 영 아니다 싶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찾아온 이곳인지라 끈기를 가져보지만...저만치 앉은 일본 처녀.총각 애정행각만 10여분 뚫어지게(부러워하며)구경하다 내려왔습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공원으로 재진입해서 각 뷰 포인트를 샅샅이 둘러봅니다. 감탄을 거듭하시는 부모님과 애들 사진을 신나게 찍어주고, 찬바람속에서도 시간만 있으면 트레일도 한번 해보고 싶단 충동을 억누르며, 이동을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아니 여행후기에 심심챦게 등장했던 브라이트 엔젤 로지 같은 명소(?)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누군가에게 '야, 저게 저기있네'라고 자랑을 하고는 싶은데, 우리 일행중에는 브라이트 엔젤이고 뭐고 영 관심거리가 되질 않습니다. 뭔가 얘길 해주고는 싶은데...
옛 선각자들의 심정이 이런류겠죠?ㅎㅎㅎ

이동중에는 잠만자고, 식사때만 일어나는 일행들과 플래그스태프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플래그스태프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가서 깜짝 한국 음식을 접하게 하고, 세도나를 다녀와야지 하며, 아무에게도 얘기는 하지 않고 속으로만 그 상황을 상상하며, 기쁘게 찾아갑니다.
여러분, 다리가 너무나 가느다란 귀여운 새끼 사슴 보셨나요? 저희는 어미 2마리가 새끼 3마리와 길을 건너다 우리에게 들켜, 당황하는 모습(새까 한마리는 앞으로 넘어지더군요)을 바로 봤습니다.
아이들도 웬일인지 그 순간은 놓치지 않았더군요. 즐거운 장면 이었습니다. 여행후에도 그 사슴이 자주 우리가족의 입방아에 오릅니다. 이런 맛에 여행을 하는 거겠죠?

그리 길지않은 주행으로 플래그스태프에 도착합니다. 근데 말이죠...저는 플래그스태프가 아주 적은 소도시인줄 알았거든요? 1시간이상을 헤멨는데, 그 한국식당, 코리아하우스 못 찾았습니다. 하는수없이 주유소에 들어가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더군요. 아주 친절한 백인 아저씨 한분이 함께 전화번호부 엘로우페이지를 찾아 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하더군요.
감사한건 감사한건데,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일식.중식.하다못해 타이 음식점도 있는데, 한국식당이 없다니...분명 코리아하우스라고 확인까지 하고 왔는데...세도나에 있는걸 잘못 알고있나? 제 머리를 의심하며...배고프다는 일행과 노던 아리조나 대학앞 뷔페식 중국식당에서 요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KOREA가 아니고 COREA HOUSE 였습니다...전화번호 안적어간 제 불찰이죠.

밥은 먹어 배는 부르지만, 허탈함을 안고...(실은 저희가 쌀이 떨어졌거든요, 한국식당에서 쌀을 좀 얻던지 사가려고 했는데...일반 마트에는 월남쌀 밖에 없더군요)
윌리엄스로 일찍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일행에게 세도나로 갈 예정이라 했더니, 기가 센곳이건 말건 피곤하니 오늘은 제 충전하고 일찍 숙소에서 쉬자는 집사람 의견에 모두가 찬성...
예약해놓은 '윌리엄스 KOA'에 들어가 캐빈에 들어선 순간...제 눈을 의심합니다. 이불이 없습니다. 애들의 'TV도 없네'는 불만축에도 못끼고...화장실은 저 멀리 떨어진 본관에...
할수 없죠, 뭐...물러달라고 했습니다. 흔쾌히 주인 아줌마가 받아줘서 땡큐를 연발하고 빠져나왔습니다.
(카드 청구서를 보니 일단 결제는 됐더군요. 예약당시 결제되는 시스템이라 그런지...다음달 고지서를 기다리는데, 웬지 불안합니다. CANCEL 전표가 있긴 한데...)

이래서 오늘도 장거리 이동...후버댐까지 가기로 합니다.
미국 대 공황때 ...어쩌고 하며, 짧은 지식을 자랑하고...피곤함을 참아가며, 후버댐에 도착하니 마침 댐 이곳저곳을 수리중이네요.
생각보다 웅장하진 않은데, 대단하긴 한 모양입니다.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 사진도 찍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기저기 걸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댐은 이렇게 자세히 구경해본적이 없으니, 여기가 규모가 큰건지 아닌지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후버댐을 막 지나서 '보울더시티'란 곳에서 오늘 하루를 쉬기로 했습니다.
오늘 숙박지는 관광지가 아닌고로, 질적으로 레벨업 시키기로 하고, 아파트먼트형 모텔을 구했습니다. 취사에 세탁까지 가능한 그야말로 미국 가정형태였는데, 매우 만족하며 푹 쉬었습니다. 당연히 밀린 빨래를 이날 다 해치웠죠. (숙박비 $73+tax)
인터넷 케이블이 설치 되어있지 않아서, 적적한 밤을 지냈지만 덕분에 일찍 잠자리에 들수 있었습니다.

-5일째-
오늘은 라스베가스 가는날...이동도 많지 않고, 돈만 있으면 편히 지낼수 있는 일정입니다. 돈이 문제겠지만...
그저께보니, mbc에서 '스트라...'하는 높은 타워에 있는 놀이기구에서 녹화한 장면이 나오더군요. 애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는척을 하는데...저도 무지 반갑데요.
$179-에 예약한 베네치안 호텔을 아침부터 들어가고는 싶은데, 오후 3시는 넘어야 합니다. 짐은 차에두고, 우리 일행은 MGM 호텔에서 시작, 사하라호텔까지 운행하는 트램 일일권을 끊었습니다. 아뿔싸, 이 구매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기껏 두번탔는데, 엄청 탈줄알고...한국분 만나면 드리려고 했는데, 뵙지를 못해 전달 못했습니다. 한국 개념으로 5명이 지하철 두번타며, 5만원냈습니다(환율 1000원기준.)

이왕탄거 큰 호텔마다 내려가며, 구경은 다 했지만, 다 그게 그거고...무료쇼를 보자니 시간이 맞질 않고...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부모님을 위해 '맘마미아'를 예매하고, 엑스카리버 호텔 뷔페로 갔습니다. 점심이라 간단히 때우자하고 저렴한 뷔페를 찾아간건데...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회를 하며, 저녁은 도박해서 딴 돈으로 우아하게 해결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리합니다. 호텔에 CHECK-IN하고 방에 들어서자, 식구들 난립니다. 여태봐온 호텔중에 최고라느니...어떻게 알고 예약했냐느니 하며...칭찬 일색입니다. 잠시 뻐겨주고...하루에 50만원짜리로 뻥을 쳤습니다.

늦은 오후엔 집사람과 카지노에가서 '손지창'운운하며 행운이 오길 바라지만...남들은 초반엔 딴다는데, 이건 영...$100-잃고, 마누라 역정에 자리를 털었습니다. 아우~ 그 돈이면...
부모님을 뮤지컬 극장에 모셔 드리고, 저녁을 버텨볼까 하다가...갑자기 벨라지오 호텔 뷔페식당이 생각납니다. 아! 맞다. 거기 괜챦다는데...
1인당 $25-정도였던거 같네요. 먹을것도 많고...서비스도 오버다 싶을정도로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팁의 힘...나중에 자연스레 알게 되더군요. 어쨋거나, 잘먹고, 잘 대접받고 나왔습니다.

뮤지컬을 보고 나오신 부모님은 '진생'인가하는 한국식당에서 갈비탕으로 식사. 많이 죄송하데요.
우린 꽤 잘나간다는 뷔페식당을 다녀왔는데...
베네치안 호텔의 쇼핑타운을 이곳저곳 들러보고, 기념품도 몇개 사며, 맞은편 호텔의 야외쇼 시간을 기다립니다.
해적쇼를 하는 트레져아일랜드와 미라지호텔의 화산분출을 보고, 뿅 가버린 애들을 데리고 숙소로 돌아와 5일째를 마감합니다.

여행기가 아니고, 너무 잔소리가 많은건 아닌지...걱정되네요.
조만간 3편을 올리겠습니다. 부족하더라도 이해 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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