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1 07:24
아마도 오늘 주행 거리가 이번 여행 중 하루당 가장 짧은 거리가 아닐까 하는데요.
하지만 그 소요시간 만큼은 그리 녹녹치 않았습니다.
Day | Week | From (State) | Transit | To (State) | Mile | Time |
6/1 | Fri | Moab (UT) | Arches Park (Delicate Arch) | 18 | 1:20 |
지금에서야 구글 맵 보면 대략 30분 내외지만 그날따라 유독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비지터 센터에서 국립공원 게이트 통과하는데부터 차량들이 아주 즐비했습니다.
전날 밤 달려온 UT-128 도로를 아래로 두고 드디어 아치스 파크의 델리케이트를 만나뵈러 갑니다.
아치스 파크를 처음 왔던 것은 2006년이었는데요.
그때는 한국에서 온 상태라 시간도 그리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트레일 거리가 길었던 델리케이트는 다음에 기회되면 오자 하는 마음으로 다른 아치들 보는데 주력을 했었죠.
그런 '다음에' 가 오기까지 12년 걸렸네요.
그래서 이번 여행 하면서 느낀것이 있죠.
다음에란 없다.
상황이 허락된다면 무조건...ㅎ
오늘 함께 들어주실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삽입곡이기도 했던 Waltz of the Flowers 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xHkLdQy5f0
왜 하필이면 이 곡을 아치스 파크에, 그것도 꽃 하나 없이 온통 야생 들판에 바위산에, 그것도 델리케이트하고 무슨 상관이?
이유는 저 밑에....
숙소를 출발하려는 찰라 옆에 또다시 고물 자동차 한대가.ㅎㅎ
오늘은 바로 아치스 파크 올라가는 길이라 들판에 세워진 고물 자동차는 못 볼줄 알았는데.
문제는 이 자동차를 어떤 근사한 신사분께서 직접 타고다니시는 자가용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분 복장을 보아하니 집에 근사한 세단 한대가 더 있을 듯 보였는데요.
아마도 자동차 콜렉터이실거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는 아치스 파크로 올라갑니다.
비지터 센터 내부에는 아치스 파크의 암석 부터 지질학적 내용들이 아주 잘 구성되었습니다.
아이들 쥬니어 레인저 미션 수행을 위해 함께 둘러봤습니다.
실제 전시실 안에 아치를 꾸며놨는데, 이곳에서 조차 앞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여행객들로 여간 붐비지 않았습니다.
여튼 사진에 보이는 앞산을 휘감으며 올라가는 아치스 파크.
12년만에 델리케이트를 볼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출발합니다.
아래 사진의 색상이 다른 중간 라인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너무 설레이며 올라왔던 탓에 아치스 파크 진입을 위해 올라오다보면 등장하는 191번 도로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overlook에서 사진을 한장 못 찍고 올라왔다는 점입니다.
뒤로 가서 다시 찍고 오고 싶었지만 무엇이 그렇게 급한 마음이 들었는지,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12년전 찍었던 바로 이 사진.
그럼 다시 12년 후로 와서..
오늘 하루를 아치스 파크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다른 아치 트레일은 생략한 체 오직 한곳, 델리케이트만 보는 것이 계획이었습니다.
지나고보니 시간상 다른 여타 아치 트레일도 해도 되었을 법 하지만, 11살, 9살 아이들을 데리고 그것도 상당한 더운 날씨 속에 여러 트레일을 감행한다는 것은 무리일 듯 하여 이번엔 델리케이트만.
그리고 '다음에' 너희들이 개인적으로 미국 여행 오면 다른 아치 트레일 해보거라. 하며 그저 sight seeing 하며 달려봅니다.
아.Tthree Gossips 아치.
시간만 허락된다면 보기 좋은 위치에 가서 제대로 한장 찍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창문 넘어로.그것도 달리면서 순간적으로.
Park Avenue의 바깥모습일텐데,
이곳은 12년전에 가본 경험으로 패스합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시간 관계상 실제 트레일을 못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저속으로 드라이빙하며 주위에 산재된 아치들 감상하고 사진 찍고 하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Balanced Rock이 등장하는 것을 보니 이제 Delicate 주차장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순간.
비지터 센터에 전시된 오래된 사진 한장이 생각이 납니다.
초창기 공원 조성 시기의 사진인것 같은데요.
자. 아쉽지만 저는 Delicate를 만나뵈러 가야 합니다.
슝~
페닝샷이라고 하여 셔터 스피드 60에 조리개 수치 최대를 주고 카메라는 목에 걸고 창문을 연 다음, 몸을 1/3 정도 밖으로 내민 후에 전방 시야에 초점 고정하고 찍으면 이런 사진 나옵니다.
뭔가 Road Trip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서 가끔 위험을 무릎 꿇고(?) 찍습니다. ㅎ
어느새 도착한 Delicate 주차장.
아들은 그나마 트레일 지도를 보는데, 딸은 얼마나 더웠는지 표지판 밑 그늘 밑으로 숨어듭니다.
그만큼 이 일대는 저 트레일 표지판 이후부터 델리케이트 정상까지 그늘이라곤 딱 두 군데 보았습니다.
그 그늘은 조금 있다가 소개하겠습니다.
자.사진 중앙 정상 고지 조그맣게 솓아오른 봉우리 중 한개가 아마도 델리게이트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하며 트레일을 시작합니다.
자세한 트레일은 예전에 아이리스님이 올리신 후기(클릭) 가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만나게 되는 Wolfe Ranch.
정말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아들과 함께 정착을 하고 결국은 1910년에 오하이오로 돌아갔다는 내용인데,
왠지 1910이라는 숫자가..숫자가...ㅠ
여하튼 그 당시의 통나무 캐빈이 그나마 잘 보존되어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흡사 다음번 여행기에 소개하겠지만, 이번 여행 중 방문했던 그랜드 티턴의 영화 'Shane' 촬영지인 캐빈과 전체 윤곽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틀린가요? ㅎ
크기는 틀려도 형태는 비슷한 느낌인데..
걷기좋은 평탄한 다리도 건너고,
경사도는 있지만 그래도 걷기 좋은 평탄한 오름길도 걷게 되고,
사실, 이 길을 오를때는 숨이 좀 허덕되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아치가 혹시 이곳 웹사이트 정문에 구성된 그 아치가 아닌가 조심스레 의문을 던져봅니다.
어느덧 평탄했던 오름길을 뒤로 하고 이제부터는 저 암벽을 등반합니다.
트레킹 신발이 있으면 좋겠지만 저흐집 식구들은 모두가 운동화.
올라가는데 큰 문제 없었습니다. 다만 내려올때 양말의 발가락 쏠림 현상이 있어 좀 불편한 것 빼고는요.
사질 원래는 아래 사진의 위치에서 봤을 때의 모습인데 망원 렌즈로 위의 사진을 찍은 것이구요.
저 암벽 등반 전에 있는 평탄한 길 입니다.
자...트레일 시작한지 30분은 훌쩍 넘었을 것입니다.
델리케이트로 가는 트레일 중 그늘이 2개 있다고 앞서 언급을 했었는데요.
그 첫번째 입니다.
멀리서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요. 다름아닌 이 나무 그늘 밑에서였죠.
초상권상 여행객들이 모여앉은 모습들은 생략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그늘 나무 밑에 넓다란 돌이 있었는데요.
그 돌을 자세히 보니.
사실 델리케이트 트레일 하며 또 놓친것이 있었는데요. Petroglyphs 암벽 리소그라피를 못 보고 못 찍고 와서 아쉬웠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 역시 과거 원주민들의 상형문자가 아니었었는지.
또하나 질문을 던져드립니다.
자..지나왔던 길..올라왔던 길..다시한번 굽어보고 ...
자..이제 두번째 그늘입니다.
사실 이 사진은 해가 넘어간 이후 오후 5시 넘어서 찍은 모습이라 그늘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정오를 중심으로 오른쪽 벽면으로 그늘이 아주 무성하게 집니다.
그래서 여행객들은 이제 다 왔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바로 이곳에서 죽 늘어앉아 휴식을 취하죠.
바닥의 경사면도 왼쪽 절벽 반대편으로 경사가 져 있어 바닥 구성할때 안전을 그나마(?) 고려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평탄 길 왼쪽은 아래 사진과 같이 급격한 낭떨어지라 안전을 유의해야 합니다.
자...이제 보실 때가 되었네요.
이미 가보신 분들은 위 사진을 보시면 '음..이제 델리케이트 등장하겠군.' 이라는 생각을 하시겠죠?
그렇습니다.
우와.
이 말을 마음속으로 얼마나 외쳐데고 중얼거렸는지 모릅니다.
사진 왼쪽 커다란 바위산 밑으로 올라온 트레일은 사진을 찍은 델리케이트 아치 바로 앞까지 이렇게 걸어올 수 있는데요.
아들은 저 왼쪽 바위를 보고 안동 하회탈의 모습을 연상하던데 맞는것 같기도 하고.
사실 경사도 있고, 뛰어다닐 수준은 아니었으나 빠른 발걸음 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흡사 로마 콜로세움을 보는듯한 아주 커다란 자연 원형 극장의 이미지였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오후 3시 정도 되었습니다.
천천히 이곳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다가 내려갈 계획이었습니다.
이곳저곳 분주하게 움직이며 보는것도 좋지만 델리케이트 아치만큼은 정말 내 집 앞마당인양 충분히 쉬면서 걸어도 보고 주위도 둘러보는것이 목적이었죠.
사람들이 해가 측면으로 내려앉기 시작하는 오후 4에서 5시가 되니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하구요.
미리 선점한 바로 이 자리, 위 멀리서 보면 하회탈처럼 생겼다는 그 바위 밑에가 아주 그늘지고 평탄하고 오랫동안 앉아있으면서 쉬는 공간으로는 최적이었죠.
이곳에서 망원 렌즈 꺼내끼고 이리저리 둘러보던 찰라..
이런 아찔한 미끄름틀 행위를..
이게 다녀오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쉽게 내려갈 수 있는 그런 경사는 아니거든요.
보통 델리케이트 우측으로 조심스레 내려가서 그쪽 길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봤어도.
그 내려가시던 그 분.
어느새 저 멀리 유유자적 걷고 계시네요.
아마도 트레일쪽에는 아주 전문가이신듯 합니다.
저희 아들 신기한 듯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 멀리 점 하나가 그 분이십니다.
궁금해서 구글 맵 돌려보니.
아..이 분은 아마도 하얀 점선의 다이렉트 직선거리로 하산을 하시는 거였군요.
보통 대부분의 트레일은 맵 상단의 바위 뛰쪽으로 굽어 돌다가 진입을 하는데 말이죠.
자..어느덧 오렌지 델리케이트를 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네요.
해가 델리케이트 우측으로 지고 있습니다.
빛을 쏴서 내리치는 델리케이트 광채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Delicate 그 자체였습니다.
정말 여행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델리케이트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좌측 위쪽으로 줄을 서 있는 모습들도 장관이었구요.
저희도 줄을 서서 한장.
그리고 다시 줄을 서서, 이번엔 사람 없이 오로지 델리케이트만의 주인공으로 한장 더.
자..여기서 제가 오늘 여행기 서두에 언급한 'Waltz of the Flowers'의 이유가 등장 합니다.
어디에 나 있는 꽃일까요?
델리케이트 머리 왼쪽에 자세히 보시면 자고 일어나면 까치집 짓듯 머리카락이 삐죽이 나온것 인양 피어있는 야생화가 보이시나요?
유타를 휘젓고 다니는 까만새 한마리가 야생화의 친구인지 델리케이트의 친구인지 아님 이 셋이 다 같은 친구인지.
그래서 저는 원래 전인권, 허성욱씨의 1987년작 '추억 들국화'라는 앨범 수록곡인 '머리에 꽃을' 이라는 노래가 생각났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RMrAG6hjPHw
저녁 9시가 되어서야 내려왔으니 참으로 많은 시간을 이곳 델리케이트와 함께 하다 내려왔습니다.
델리케이트 머리에 꽃을 보며 아이들은 Waltz를 춥니다.
걸리버 여행기가 되어 보기도 하고.ㅎ
그를 향해 아들을 날려도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왈츠를 출 시간에 저는 혼자서 이리저리 델리케이트 주위를 다니면 여러 장면들을 감상해봤는데요.
특히 델리케이트에 도달하기 전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들어보면 이런 아치가 보이는데요.
바로 Frame Arch 입니다.
이미 액자가 되어 저 액자 속으로 연인이 앉아 계십니다.
정말 조심히 올라야 하는데요.
저 역시 조심스레 올라갔습니다.
아치가 볼때는 아치지만 직접 아치 밑에 있으면 터널의 개념이다보니, 저 역시 왠지 그 짧지만 터널을 통과하는 기분으로 터널을 통과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설레임으로..
바로 이 모습이었습니다.
조심스레 뒷걸음쳐서 Frame에 넣고 델리케이트를 담아보았습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이런 모습도 나옵니다.
이제 해가 거의 기울어 갑니다.
델리케이트의 다른 모습도 담고 싶은 마음에 근처로 다가섭니다.
델리케이트의 장엄한 쉐도우인데요.
사실 저 위치가 접근하기 힘들정도로 경사도가 상당히 있는 부분인데, 저 곳에 가면 우리가 정면으로 바라본 델리케이트의 반대쪽 형상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습니다.
거의 해가 내려가고 있는 상황.
델리케이트를 배경삼아 일몰 사진을 담고 싶다면 바로 이 위치에 가야 하는데 사실 좀 위험하긴 합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보니 이 위치가 가장 갈 수 있는 마지노선이구요.
더 갔다가는 다시 못 돌아올 수 도 있을 것 같아서..ㅠ
이 모습은 바로 아치의 터널을 통과하여 바라본 유타의 하늘 입니다.
다른것은 몰라도 머리에 꽃을 쓴 모습은 꼭 살려내고 싶어서 그쪽에 초점을 맞추고 나름 심혈을 기울인 사진입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마지막 델리케이트의 저무는 마지막을 담아봅니다.
아치의 왼쪽팔은 관절이 보이고 오른쪽은 관절이 없는 것을 세삼 발견했습니다.
사실.
내친김에 해가 완전히 떨어지면 은하수 사진까지 찍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 은하수 사진이라는 것이 카메라 벌크업 시키고 셔터 조절하며, 결국은 시간과의 게임이라 고민을 좀 했었죠.
하지만.
가족이...
가족이..
다음에 찍으라고 하네요.
그 '다음에'가 언제가 될런지...ㅎㅎ
12년만에 다시 왔건만...ㅠ
이제 내일이면 모압을 떠나 또다른 설레임의 그곳, 모뉴먼트 벨리로 길을 떠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