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0 21:42
**미국 두 달 여행기를 올립니다. 이 곳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맘에 무언가 갚아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여행지에서 바로 올리면 지금 가시는 분들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좀 길지만 따로따로 올리겠습니다. 사진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진까지 보려면 제 블로그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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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캐년에서 보낸 사흘은 축복이었다. 바로 직전에 다녀 온 세도나에서의 감동이 이어졌다. 압도적인 자연, 잘 갖춰진 트레일, 아무 곳에서나 찍어도 나오는 인생사진, 편안한 숙소 등 뭐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아침 7시를 조금 넘겨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헤드(Bright Angel Trailhead)로 향했다. 이 곳은 당초 계획에 없었다. 트레일은 사우스 카이밥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더 하고 싶다고 해서 추가로 넣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은 미국 현충일 연휴다. 미국 학교들이 방학을 일제히 하는 날이기도 했다.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북적이는 인파 사이로 우리는 곧바로 트레일을 탔다. 전날 해 본 경험이 있어서 빠르게 이동했다.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은 브라이트 앤젤 협곡을 따라 난 길이다. 그랜드캐년이 동-서로 나 있다면, 브라이튼 앤제 협곡은 남-북으로 나 있다. 협곡을 따라 가는 것이라 그런 지 시야가 다소 막힌 것이 흠이었다. 전날 사우스 카이밥에 비해 시원한 느낌이 덜 했다. 경사와 길의 폭은 사우스 카이밥과 비슷했다. 다만 아침에도 그늘이 많이 없어 더 더운 느낌이 들었다.
이날은 강풍 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숙소에서 나왔을 때 바람이 너무 불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트레일에선 바람이 거의 없었다. 바람에 대비해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왔는데 날이 생각보다 더워 옷이 짐이 됐다. 아이들은 덥다고 난리였다.
한 시간 가량을 내려가자 1.5마일 지점에 휴게소가 있었다. 안내문에 왕복 2-4시간 걸린다던 곳이다. 우리는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려면 더 내려가선 안됐다. 올라오는 길은 고됐다. 기온이 급격히 올랐고, 그늘이 없었으며, 옷은 거추장 스러웠다. 간신히 아이들을 이끌고 트레일을 세 시간 만에 종료했다. 세 개의 트레일을 하고 나니 더 이상 여한이 없었다. 우리는 숙소에서 짐을 챙겨 곧바로 다음 목적지인 페이지로 향했다.
페이지는 그랜드캐년에서 동북쪽으로 2시간 반 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사진이 잘 나오기로 유명한 앤텔로프 캐년에 가려면 이 곳을 거쳐야 한다. 가는 도중 차에 갑자기 경고등이 들어왔다. 차 리모컨 배터리가 없다는 표시였다. 자동차 키 배터리가 없으면 시동을 못 거니 낭패였다. 우리는 페이지 시내로 들어가 세이프웨이에서 장을 봤다. 숙소에 주방이 있어 먹을 거리를 사야 하는데다 자동차 키 배터리도 구해야 했다. 다행히 배터리를 찾았고, 경고등은 꺼졌다. 자동차 여행 도중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다.
숙소에서 짐을 푼 뒤 말발굽 모양의 홀스슈 벤드(Horseshoe Bend)로 향했다. 오후 6시쯤이어서 해가 질 때쯤이었다. 홀스슈 벤드는 사진이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 우리도 사진 스폿을 찾아 이리저리 찾았다. 해 질 무렵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망대 쪽에서 홀스슈 벤드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역광이었다. 이날은 강풍이 불어 시야도 탁했다. 강풍에 모래가 섞여 모래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어 보니 너무나 잘 나왔다. 우리 가족은 이 곳에서 인생 사진을 많이 건졌다. 아찔한 절벽 위에서 홀스슈 벤드를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유명 관광지어서 그런지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몰렸다. 동양인들이 특히 많았는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영향인 듯 싶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여럿 봤다. 내일은 콜로라도 강을 따라 카약과 트레일을 한다. 제대로 콜로라도 강을 느낄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