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정말 이 정도 준비로 갈 수 있을까', '그냥 내년으로 미룰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습니다.


아이리스님, 스누피님을 비롯해서 이 카페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여행을 결코 떠나지 못했을 겁니다.


6월 26일 시카고 네이퍼빌을 출발해서 수폴스 - 배드랜즈 - 옐로스톤 - 그랜드 티턴 - 캐피톨리프 - 브라이스 - 자이온 - 페이지 - 세도나 - 그랜드캐년 - 모뉴먼트 밸리 - 캐년랜즈 - 아치스 - 글렌우드 스프링스 - 로키 마운틴 - 캔자스시티를 거쳐 7월 25일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여행할 때는 하루하루 일정 소화를 위해 피곤한 것도 모르고 지냈는데, 집에 돌아오니 저와 아내 모두 무언가 지치고 무기력해져 거의 이틀간 잠만 자며 보냈네요. 물론 아이들은 언제나 쌩쌩합니다ㅎㅎ


30일간 바쁘게 돌아다닌 후유증인지 지금도 집에 가만히 있는게 잘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새 아내에게 다음에는 플로리다 쪽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이야기하는 저를 발견하네요. 여행중독에 걸린 것 같아요. 자동차여행을 큰 사고 없이 한번 마치고 나니 겁도 없이 자신감이 붙었나 봅니다.


여행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숙소 예약이 반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적은 돈으로 좋은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지에 관한 문제죠. 여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완성되고 나서 숙박이 예정된 도시의 호텔의 평정과 후기를 검색하면서 하나씩 예약해 나갔습니다. 그 중엔 생각보다 훌륭했던 숙소도 있었고 물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곳도 있었죠.


1. 캠핑장


저는 호텔을 가장 좋아합니다.. 다음 여행을 계획할 때 텐트캠핑을 넣을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들은 사실 텐트에서 자는 것을 가장 선호합니다.) 텐트를 치고 다시 걷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고 짐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텐트캠핑을 하려면 최소 2박은 해야 체력적인 부담이 덜한 것 같습니다. 1박을 위해 텐트를 치고 다시 철수하는 일은 다시 생각해도 참 힘들었어요ㅠ


저는 개인적으로 '캐빈캠핑(침구를 제공하지 않는)'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텐트를 치지 않아도 캐빈 바로 앞에서 취사와 캠프파이어가 가능하고 전기도 사용할 수 있으며 빨래, 설거지, 샤워를 모두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해서 좋은 것입니다. 전 호텔을 최선호ㅎㅎ) 배드랜즈에서 옐로스톤으로 넘어가는 중 '크레이지 호스 캠프그라운드'에서 처음 캠핑캐빈을 경험했는데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숙소였습니다. 55달러에 깨끗한 캐빈에서 묶을 수 있었으니까요.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에서 묵었던 '루비스 Inn 캠프그라운드'의 캠핑 캐빈도 훌륭했습니다. 이 곳은 세탁비도 저렴했고 캐빈 바로 옆이 수영장이어서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았어요. 그리고 캠핑장의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화기애애했던 곳이어서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KOA 캐빈도 만족했습니다. 콜로라도 글렌우드 스프링스를 지나 로키마운틴을 관광하면서 그랜드 레이크와 에스테스에서 KOA의 캠핑캐빈을 이틀 연속 경험했는데 훌륭했습니다. 특히 그랜드 레이크 KOA는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전체적인 시설이 새것이었고 캠핑장 자체도 조용하고 예뻤습니다. 에스테스는 사람이 많고 커서 좀 더 왁자지껄한 맛이 있었구요. 


텐트 캠핑은 배드랜즈(KOA) 1박, 코디(KOA) 1박, 그랜드티턴(콜터베이 캠프그라운드) 2박, 그랜드캐년(마더캠프 그라운드) 2박 해서 총 6박을 했네요. 다른 곳은 괜찮았지만 콜터베이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전기 사용이 가능한 시그널마운틴을 끝까지 기다리다 할 수 없이 콜터베이를 예약했는데 너무 추웠습니다. 새벽에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비가 흩뿌리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들 데리고 캠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계획한다면 티턴을 1박으로 줄이고 잭슨레이크 랏지를 예약할 것 같습니다;;;; 잭슨레이크 랏지 너무 멋지더라구요.

아울러 콜터베이 캠프그라운드는 캠프그라운드 치고 그리 싼 가격이 아님에도 샤워, 빨래 등이 비싸고 멀었습니다.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싱크가 화장실에 있지만 음식물쓰레기로 막혀 싱크 가득 물이 차 있어 사용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냥 잠만자고 가면 모를까 2틀간 취사하고 빨래하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안되더라구요.


2. INN


우리로 치면 모텔이라고 하면 될까요. 자동차 여행객이 가장 많은 숙박을 경험하게 되는 형태의 숙소입니다. Inn은 뭐랄까 딱 들인 돈만큼 값어치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도나에서 묵었던 '슈가로프롯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주인분이 겨울왕국 1편에서 나오는 상점(사우나가 달린) 주인분과 매우 비슷한데요(멋진 콧수염에 덩치가 크고 훨씬 잘생기셨습니다) 아주 친절하셨습니다. 방 컨디션도 깨끗했고 무엇보다 조식이 아주 훌륭하더라구요. Inn 조식은 보통 사무실에서 한 세 가지 아이템 정도 가져갈 수 있게 하는데, 이 분은 하나하나 다 먹을만한 것들로 가져다 놓으신 것은 물론 갯수 제한 이런 것도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다들 많이 드시더라구요. 저도 많이 먹었습니다.

와이오밍주 버팔로에 위치한 '로드웨이 인'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평점이 높아 예약했는데 큰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희 방 앞에 작은 물 웅덩이가 고여 있었는데 바람에 날리는 꽃씨들이 그 안에 잔뜩 쌓이면서 고약한 냄새를 내뿜었습니다. 계절과 제가 운이 없었던 탓이었겠지만 다시 묵을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Hotel


메리어트 레지던스 인은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솔트레이크 시티, 글렌우드 스프링스, 덴버, 캔사스시티에서 메리어트를 이용했는데 취사가 자유롭고 조식이 비교적 훌륭합니다. 


옐로스톤에서는 루즈벨트 랏지 1박 후 올드페이스풀 인 3박을 했는데, 올드페이스풀 인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숙소였습니다. 통나무로 만든 산채와 같은 모습의 숙소는 겉모습에서부터 저희를 압도했고, 은은한 조명과 클래식 음악 연주로 가득한 로비, 그곳에서 각자 게임과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올드페이스풀의 멋진 분출 모습도 잊을 수 없겠죠. 숙소에서 바로 '솔리터리 가이저'와 '비 하이브' 분출을 즐기기 위한 트레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루즈벨트 랏지도 다시 묵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잠을 자다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두 번 울리는 바람에 잠을 설친 것이 아쉽지만 (센서가 매우 민감하게 설정되어 있었나 봅니다) 숙소 안에서 난로를 피우고 간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뷰 호텔은 아이리스님 말씀대로 성수기 가격을 지불하고서 볼 만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지출한 호텔이었는데, 그 뷰만큼은 정말 멋졌으나 (제가 마치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듯한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밤하늘이 제 기대보다 좋지 않았고, 조식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나바호족 직원들의 응대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모뉴먼트 밸리가 제가 기대한 만큼의 여행지는 아니어서 더 그랬던 듯 싶습니다. 서부개척시대의 역사와 수많은 서부 영화 속 모뉴먼트 밸리를 보고 자란 미국인들에게 이곳은 특별한 곳인 듯 하나 그런 향수와 사전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그냥 멋진 곳 중 하나 정도로 다가왔습니다. 호텔에서 아침 일찍 나선 모뉴먼트 밸리 시닉 드라이브 역시 큰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석양과 그날 더 뷰 호텔에서 본 UFO와도 같았던 유성우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캐피톨리프를 관람하고 Torrey에서 묵었습니다. 이 카페에서 어떤 분의 글을 보고 '카우보이 홈스테드'라는 숙소에서 묵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시설도 좋았지만 그 곳 주인장이 말을 키우는 목장을 겸하고 계신데 아이들에게 말을 공짜로 태워주셨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인생 밤하늘을 경험했습니다. 캐피톨리프 국립공원의 나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여러 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밤하늘을 감상한 것도 좋았는데 숙소에 돌아와서 하늘을 보고 진짜 놀랐습니다. 반짝이는 별, 밀키웨이, 별이 쏟아지다 등의 표현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너무 별이 많아서 누군가 하늘에 무언가를 씌어 놓은 느낌조차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별이 많이 보인다는 곳에 여러 번 가 보았지만 토리에서의 그 밤하늘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네요. 그저 하늘만 몇시간이고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위 숙소를 추천하는 댓글을 남기신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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