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26 00:36
지구에는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곳이 여럿 있다. 데스밸리(Death Valley)가 그중 하나다. 85년 안성기와 장미희 주연의 우리나라 영화 ‘깊고 푸른 밤’의 무대로 그처럼 잘 어울리는 배경이 또 있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메마르고 가장 낮은 곳인 데스밸리는 여름이면 화씨 130도를 넘어가는 펄펄 끓는 기온과 미국 내 가장 낮은 해발 282피트 아래 펼쳐지는 저지대, 그리고 연평균 강우량 1.96인치의 메마른 날씨 등 극단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자브리스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찬란한 일출, 스토프파이프 웰스의 해지는 모래언덕에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 하모니 보락스(Harmony Borax Works) 위 황금빛 언덕에 끝도 없이 펼쳐지는 봄날의 야생화 군단 등 데스밸리에는 미묘한 아름다움이 넘친다. 인적이 드문 까만 밤에는 주먹만한 별들이 총총 떠 태고적 전설을 들려준다.
차가운 듯 따뜻한 별들을 가만히 헤아리다 보면 ‘나’라는 몸뚱이 속에 갇혀 있던 자아는 없어지고 대우주와 하나가 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데스밸리의 그 색다르고 특별한 풍경에 매혹된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은 척박함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에 모여든다. 캘리포니아 중남부와 네바다주가 인접하는 곳에 위치한 데스밸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140마일 떨어져 있는 곳으로 서쪽으로 패너민트 산맥(Panamint Range)과 동쪽의 애머고사(Amargosa) 산맥 사이에 끼어있는 함몰지이다. 330만 에이커의 드넓은 면적으로 규모면에서는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넓이는 약 3,000평방마일이며 폭은 4~16마일이지만 길이가 120마일에 달해 남북으로 긴 지역을 점유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바다의 수면보다 낮은 반면 해발 11,000피트가 넘는 높은 산봉우리도 솟아있어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대부분의 미 서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데스밸리도 약 2억 년 전까지는 완전히 바다 밑에 있었던 곳이다. ☞Death Valley National Park
그 후 여러 차례의 지각변화를 거쳐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500~500만 년 전 사이라고 하며 계곡의 내부는 물이 고인 호수였는데 약 9,000 ~ 5,000년 전 사이에 호수물이 말라 오늘과 같은 메마른 땅으로 변했다고 한다. 현재 바다 면보다 282피트나 낮은 배드워터(Badwater) 지역의 밑바닥은 약 1,000 피트 정도의 두터운 소금 층으로 덮여있다. 데스밸리는 환상적인 사막 풍경과 희귀한 야생생물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태계 등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모두 가치 있는 곳이다. 도대체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이곳에는 지구상에 유일한 희귀식물 20여종을 포함해 무려 900여종의 식물군과 600여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인간이 처음으로 이곳에 발을 디딘 것은 약 9,000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때만 해도 거의 모든 지역이 호수로 덮여 있었고 사람이 살기 좋은 온화한 기후였다고 한다.
오랜 옛날 인디언들이 사냥을 하며 살아가던 이 땅에 1849년 골드러시 당시 금광을 찾아 서부로 향하던 사람들이 지름길을 찾는다고 들어선 게 잘못되어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죽을 고생을 한 후 겨우 이곳을 빠져나간 일부는 이곳을 죽음의 계곡이라 이름 붙였다. 1927년 붕사광산의 기숙사로 사용했던 건물을 대대적으로 수리하여 현재의 퍼니스 크릭 인(Furnace Creek Inn)의 전신인 숙소건물이 들어서게 되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33년 준 국립공원인 국정공원(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었으며 1994년에 현재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겨울철 관광지로는 손꼽히는 명소가 되기에 이르렀다.
대망의 2006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다짐으로 시작하는 한 해는 새벽잠을 설치고 찬 공기를 가르는 우리들의 노력으로 인해 비로소 큰 의미를 지닌다. LA주민들이 새로운 해의 첫 일출을 보기 위해 가장 많이 찾아가는 곳 가운데 하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나누어도 부족할 새해 첫날 죽음의 계곡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지닌 그곳을 여행하는 것이 별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색다르고 특별한 풍경에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은 살면서 갖게 되는 몇 안 되는 감동의 순간 가운데 하나다. 지난 주말 이 감동을 맛보려 데스밸리를 찾았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올빼미 체질인데다 간밤에 사막의 별을 보겠다고 야심한 시각까지 설친 뒤라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지 적잖이 걱정이 돼 호텔 직원에게 새벽 6시 모닝콜을 부탁했다. 정신과 몸이란 신비한 것이어서 일출의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엄청난 심적 부담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모닝콜 없이도 침묵의 소리가 지친 몸을 일깨운다. ‘행여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마음에 미쁘지 아니하여 초조’했다고 하던 의유당 김씨의 마음이 시공을 뛰어넘어 그대로 전해졌던 걸까. 호텔 직원에게 데스밸리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지점을 물으니 의외로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를 추천한다. 호텔 바깥의 기온은 화씨 37도의 엄동설한. 두꺼운 방한복에 모자를 눌러 쓰고, 그리고 장갑까지 온몸을 꽁꽁 싸고 차에 올랐지만 차가운 새벽공기가 만만치 않다.
◎ 자브리스키 포인트 (Zabriskie Point) : 아직 달과 별이 잠들기 전인 자브리스키 포인트에는 벌써부터 해돋이를 하려고 찾아온 관광객들이 어금니를 딱딱 부닥치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삼각대까지 받쳐 놓고 자연이 연출하는 멋진 드라마의 순간순간을 포착하려는 사진작가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띠었다. 서쪽 하늘의 별빛과 달빛이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과 함께 동쪽 하늘은 마치 불이라도 난 듯 붉게 타오른다. 진홍빛 주단을 여러 필 펼쳐놓은 것처럼 하늘에 붉은 빛이 가득 차오르니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과 옷에까지 그 빛이 반사돼 온 세상이 붉기만 하다. 1,000만 년 전 호수 바닥에 진흙이 쌓여 형성된 골든 캐년(Golden Canyon)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해돋이를 할 일이다. 잭슨 브라운 주니어의 책 ‘생의 작은 가르침’에 보면 자녀들에게 주는 아버지의 사랑 어린 충고 가운데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일출을 지켜보라”는 구절이 있다. 2006년 새해에는 이 대자연의 역동적인 드라마를 더 자주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우리 모두 가졌으면 좋겠다. 해 뜨는 시각은 오전 6시30분~7시.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다음 날의 일출 시간을 적은 안내지를 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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