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간 : 2016.11.17-24

여행 인원 : 30대 부부

여행 장소 : Phoenix – Sedona – Page – Zion – Bryce – UT12  Canyonlands – Arches – Monument Valley - Phoenix




Day 5 : Bryce – UT12 – Moab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기에, 아침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열어 날씨를 확인했습니다. 어둑어둑하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눈깨비 같은 무언가가 날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닥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일단은 계획한 대로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선라이즈 포인트로 향했습니다. 브라이스 캐년 관문에 가까워 질수록, 고도가 높아져서인지 도로에 쌓인 눈도 점점 많아졌습니다. 인적이 드문 시간이라 도로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사슴 무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선라이즈 포인트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눈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바로 앞 후두들은 보였으나, 건너편 후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인지 눈보라일지 모를 뭔가가 가득하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트레일 입구를 조금 내려가 보았는데, 어쩐지 한 시간 가량 되는 트레일을 다 돌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확 들었습니다. 눈보라에 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방수가 되지 않는 옷이라 눈이 녹은 수분이 옷에 스며들며, 신발도 등산화가 아닌 일반 신발이라 점점 발도 차가워졌습니다 ㅠㅠ Thor’s Hammer를 꼭 보고 싶었는데, 토르의 망치를 보려다 인생 망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그랜드캐년 여행했을 때, 이튿날 아침 눈이 와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혹시나 모를 눈비에 대비하여 레인코트도 챙겼는데 ㅠㅠ 프론티어 항공사가 다시 한 번 원망스러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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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하게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진 관계로 전날 묵었던 Ruby’s Inn 으로 돌아와 제너럴 스토어에서 몸도 녹일 겸 따뜻한 음료도 마시고,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하였습니다. 지금 같은 날씨에 트레일이 아닌 브라이스 캐년 안쪽으로 들어가도 시야를 확보하기 힘들 듯 하고, 전날 이미 주요 포인트를 대강은 보았기에 과감하게 브라이스 캐년 일정은 이것으로 마감하고 다음 여행지인 Capitol Reef 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UT-12를 타고 넘어가는 길은 참 재밌었습니다! Scenic Byway를 따라 가는 길이라, 운전하고 가다 Scenic Point 가 있으면 잠시 차를 멈추어 사진을 찍기도 하였고, Escalante 지역이 너무나도 멋있어서 Kiva Koffeehouse 가 영업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Boulder 입구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도 너무나도 예뻤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캐피톨리프에 도착하면 Gifford Homestead에서 과일파이를 먹어야지 하는 기대감에 가득 차, 저희에게 어떤 고난이 닥쳐올지 전혀 예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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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ulder 에서 계속 운전을 하며 가다 보니 산이 나오기 시작하고, 도로에 눈이 점점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가도가도 끝이 보이질 않는 오르막. 도로 옆 여유공간에 차를 잠시 세워놓고 눈발이 잦아지길 기다리는 것으로 보이는 RV 차량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르막은 그렇다 쳐도, 내리막길이 나오는 순간부터 조수석에 앉아있는 제가 더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8%가 넘는 경사의 내리막길인데 길은 어찌나 꼬불꼬불 급 커브구간이 많던지. 중간에 바퀴가 헛돌아 차가 밀려 휘청휘청 하는 순간, 짧은 시간 동안 지금까지 살아왔던 30여 년의 인생이 확 떠오르면서 엄마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해둘걸 ㅠㅠ 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남편이 침착하게 핸들을 꼭 잡고 방향을 잘 잡아 큰일은 없었지만, 이때부터 회전 구간이 나올 때 마다 제발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차량이 없기만을 기도하였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눈 덮힌 풍경은 겨울 왕국처럼 참으로 아름다운데, 저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눈이 오면 Let it go~ let it go~ 노래를 부르는데, 지금 저 노래 불렀다가 어디로 갈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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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내리막길이 나오면서 grover 마을에 도착할 때쯤 되어서야 저도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반대편에서 Boulder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보고서는, 제발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심정도 들었습니다. Torrey 마을에 도착하여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긴장하여 목이 말랐던 터라 음료도 마시며 앞으로 일정을 어떻게 할지 남편과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Torrey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은, 오늘 하루 종일 눈이 올 예정이니, 너희 그냥 지금이라도 호텔 잡아서 1박 하고 가는 것이 좋을걸? 하며 계속하여 영업을 합니다 ㅎㅎㅎ 차로 돌아와서 유타 지역 도로 상황을 체크하였는데, 웹사이트 상으로는 별 다른 구간통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캐피톨리프 지역 상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Fruita 지역 인근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모험을 하다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 보다는, 그냥 안전한 길을 선택하자! 라고 결론 내리고, 길을 돌아가더라도 그나마 평지로 보이는 UT-24 서쪽방향을 타고 Sigurd 인근에서 I-70을 타고 Moab까지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상대로 길은 평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도가 완만하였으며, 비교적 제설이 잘 되어 순탄하게 I-70까지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진입하면서, 계기판을 보니 기름이 25% 가량 남아있었습니다. 다음 주유소를 보면 무조건 가득채워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하자마자 Salina 근처로 빠지는 출구가 나왔습니다. 어어 하다가 출구를 지나쳐 버렸고그렇게 저희의 두 번째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ㅎㅎㅎ 보통 고속도로 출입구 인근에 주유소가 있던데, 왜 이렇게 I-70 교차로에는 유독 no service 가 많은 겁니까? 점점 기름은 바닥을 향해 가고, 핸드폰은 전파가 통하지 않아 안테나가 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교차로를 몇 번을 지나간 것 같은데 번번히 노서비스 표시에주유등이 켜진 순간부터 기름을 아끼기 위해 라디오도 끄고, 핸드폰 충전기도 뽑고, 히터도 창문이 뿌옇게 되어 시야에 방해가 될때 잠시 켜고 끄길 반복했습니다. 잠시 핸드폰으로 인터넷 접속이 되어, 제일 가까운 주유소가 어딘지 검색해보았더니. 오마이갓!!! 40마일이나 가야 된다고 나옵니다. 머리 속이 또 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멈추면 히치하이킹을 해서 주유소에 기름을 사러 가야 하나? 아니면 누군가가 뒤에서 차를 밀면서 끌고 주유소까지 가야 하나? 지금은 다행히 핸드폰 전파가 터져서 보험회사를 부르면 된다고 쳐도, 혹시라도 전파가 안 통하는 곳에서 차가 멈추면 어쩌나? 저 멀리서 오르막이 보일 때 마다 숨이 턱턱 막혀오기 시작합니다 ㅎㅎㅎ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다는 표지판이 보이는데, 엔진계기판 숫자를 2에 맞추느라 시속 50정도도 못 달린 거 같습니다 ㅠㅠ 주유소까지 10마일 가량 남은 순간부터 남편과 저는 거의 말도 안하고 간 듯 합니다. Green River에서 출구를 나와 주유소는 저 멀리 보이는데 빨간불 신호에 걸려 잠시 차를 정차한 순간, 혹시 파란파란 바뀌었을 때 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말 그대로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주유소까지 도착하였고, 남편과 저는 말 그대로 기쁨에 얼싸안고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ㅎㅎㅎ 이때 먹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얼마나 꿀맛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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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ab 까지는 순탄하게 도착하였고, 인근 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산 뒤 숙소로 들어와 무사히 도착한 것을 간단하게 축하하였습니다. 비록 무언가 특출나게 한 것은 없지만, 여행 일정 중 가장 힘들었으면서도 기억에 남는 하루가 바로 이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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