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Day 2 – 6.23 Tuesday 여행의 즐거움

 
여행의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대학 본고사 시험을 마치고 혼자서 강릉 앞바다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겨울바다에 대한 로망이라고 할까… 왜 다들 그런거 있지 않나… 차가운 겨울바다 앞에 폼잡고 서서… 그래서 나도 해봤다. 새벽바다, 아침바다, 점심바다, 저녁바다, 밤바다… 하루종일… 추웠다. 겨울바다는 밤이고 낮이고 추웠다. 추위에 함께 또 한가지 기억나는 건, 참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고요하게 혼자 앉아있었던 것이다. 왠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진다고 할까… 과장해서 즐거워할 필요도, 괜히 멋있는 척 할 필요도 없는… 뭐 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내가 뭘 해야되는 것도 아니었고…
 
꾸밈없음이 여행의 즐거움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때였던 것 같다. 열아홉 겨울바다 앞에서.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다. 그 꾸밈없음의 즐거움을. 여행 이틀째. 이 날은 그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준 하루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베이컨에 계란후라이까지, 마눌님이 차려주신 훌륭한 아침을 먹고 버클리로 올라와 지인들과의 재회 후에 차를 몰아 오레곤으로 향한 하루. 캘리포니아를 벗어나기 전에 Mt. Shasta에 잠시 들려 만년설의 시워함을 누려보고자 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저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눈덮인 산… 차를 달려 가까워질수록 눈으로 덮인 Shasta의 위용이 점점 크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14000ft이 넘는다고 했던가… 미터로 하면 4천미터가 넘는건가… 높긴 높다. 그 비현실적인 풍경 앞에 고속도로를 잠시 빠져나와 산등성이를 차로 오른다.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2300미터 남짓. 만년설을 밟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 날 예상치 못했던 다른 별천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요함을 넘어선 적막함. 그 사이로 울려퍼지는 새소리.
 
고요함이, 적막함이 이렇게 감동스러울 줄 어찌 알았던가. 2000미터 넘는 고도와 바람 한점 없는 날씨가 선사해준 선물. 도시의 소음이 내 책임만은 아니건만,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찬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이 괜시리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마눌님과의 대화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조용히 그 고요함을 온몸으로 누리고 서있으며 되는 것을…  그 고요함 안에 들어앉아 비치의자에 걸터앉은 채 저 너머 시원한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는 한 서양 여자분… 아… 잊고지내던 여행의 즐거움을 몸소 일깨워주시는 이 분… 아줌마 윈! 눈빛인사를 주고받은 후 돌아 나오는 길에 그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아줌마 몰래 사진 한 컷. 너무 좋아 보여서 찍은 사진이니 초상권 침해라 욕하지 마시길.
 
 
 
어느덧 해는 뉘엇뉘엇… 갈길이 바쁘다. 형편무인지경이던 GPS가 도시부근에 오자 모처럼 길을 안내한다. 그런데 떠나기 전 출력해온 구글맵의 길안내와 일치하질 않는다… 음… 구글맵의 안내를 자세히 보니, ‘출구로 나가시오’ 라고만 쓰여있는 곳이 있다… 어느 출구 말씀이신지ㅋ… GPS를 한번 믿어보자… 고속도로를 나와 우회전 좌회전… 눈앞에 나타난 것은 ‘Road Closed’… 하늘은 어느새 깜깜해져 있다. 어둠속 헤드라이트 불빛을 향해 돌진하는 무수한 벌레떼. 불을 찾아 헤매는 불나방이 따로 없구나… 고생끝에 어렴사리 Days Inn에 도착한다.
 
 
가능하면 밤길 운전은 피해야겠다는 교훈 또한 가슴에 새기게 된 하루. 맛나는 오뎅탕으로 늦은 저녁을 먹고 잠자리를 청한다. 내일 만나볼 Crater lake를 기대하며…

 




댓글은 로그인 후 열람 가능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2024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입장 예약 필수 [2] 아이리스 2023.12.23 3871 0
공지 2주 정도 로드 트립 준비중입니다. 어떻게 식사를 해결해야 할 지 고민중입니다. [16] 쌍둥이파파 2023.01.17 6975 1
공지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 국립공원 연간패스 정보 [4] 아이리스 2018.04.18 216327 2
공지 여행계획시 구글맵(Google Maps) 활용하기 [29] 아이리스 2016.12.02 631534 4
공지 ㄴㄱㄴㅅ님 여행에 대한 조언 : 미국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사항들 [39] 아이리스 2016.07.06 820549 5
공지 goldenbell님의 75일간 미국 여행 지도 [15] 아이리스 2016.02.16 676611 2
공지 렌트카 제휴에 대한 공지입니다 [7] 아이리스 2015.01.31 675828 1
공지 공지사항 모음입니다. 처음 오신 분은 읽어보세요 [1] 아이리스 2014.05.23 728753 2
3587 6박 7일 남캘리 하이킹 투어 가이드 file CJSpitz 2024.02.22 93 1
3586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18 - Drive to Grand Canyon NP(North Rim) [3] file 똥꼬아빠 2024.03.07 95 1
3585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19 - Grand Canyon NP(North Rim) [4] file 똥꼬아빠 2024.03.12 99 1
3584 텍사스의 보물, 빅 벤드 국립공원(Big Bend National Park) 후기 [11] file houstongas 2024.03.14 196 1
3583 자이언 국립공원 6번째 방문 : 하이킹 [3] file CJSpitz 2024.03.17 141 1
3582 2024 지민아빠의 미서부여행 10일 2 : 플래그스태프 카르마 + 모뉴멘트 밸리 더 뷰 호텔 file 테너민 2024.03.19 93 1
3581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20 - Grand Canyon NP Rim to Rim Hike(North Kaibab Trail) [6] file 똥꼬아빠 2024.03.19 106 1
3580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21 - Grand Canyon NP Rim to Rim Hike(Bright Angel Trail) [3] file 똥꼬아빠 2024.03.23 88 1
3579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2023 - Day 22 - Back To Las Vegas & Epilogue [6] file 똥꼬아빠 2024.03.25 98 1
3578 똥꼬아빠의 미국 서부 Grand Circle Tour - Grand Summary [6] file 똥꼬아빠 2024.04.02 333 1
3577 미국여행 추억을 회상하며 [2] 민고 2014.01.25 3513 2
3576 회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구합니다. [1] goldenbell 2012.06.06 3438 2
3575 Death Valley - 9 : Scotty's Castle goldenbell 2011.12.18 4457 2
3574 가입인사드리면서 염치없지만 바로 도움을 청합니다. [13] skyblue 2011.07.18 8245 2
3573 [여행후기] Yellowstone National Park #1 [8] file ontime 2017.01.11 3792 2
3572 애리조나 Page 주변 - 레이크파웰(Lake Powell)의 Wahweap Overlook [7] file 아이리스 2011.05.03 20403 2
3571 Vegas, Canyon 일정 문의 [1] Buck 2008.10.12 2446 2
3570 세도나, 모뉴먼트벨리, 그랜드캐년 일정.. [4] 나비야 2008.11.19 3896 2
3569 센프란시스코와 요세미츠 일정 문의 드립니다. [2] 새벽별 2008.11.20 2714 2
3568 좌충우돌 서부여행기 2 [1] 나비야 2008.11.21 3084 2
3567 미시건주에서 뉴욕과 워싱턴DC 여행관련 질문입니다. [1] 美時間 2008.12.05 4374 2
3566 서부 일정 -번갯불에 콩 볶았어요 [6] 주스마미 2008.12.18 2985 2
3565 데쓰밸리 방문을 앞두고 [3] 주스마미 2008.12.19 2617 2
3564 준비하면서 자꾸 귀찮게 해드리네요... [3] 주스마미 2008.12.20 2592 2
3563 샌프란시스코 야경 [2] new peter 2008.12.25 3160 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