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5일(수)-여행 8일째

오늘의 주요 코스: 샌디에고(카브릴로-씨월드) (OOO 누님 댁에서 숙박)

오늘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너무 황당했다.  우리가 샌디에고로 출발해야 하는 시각에 눈을 뜬 것이었다. 8시에서 9시 사이에 출발하자고 어제 다혜 엄마와 얘기했었는데, 알람을 맞춰놓치 않고 잔게 이렇게 된 것이었다.  난 매일마다 6시 반에서 7시 반 사이에는 꼭 깼으니까 핸드폰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아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행한 것은 다혜가 지난 밤에 아주 푹 잤다는 거다. 물론 다혜 엄마도.  다혜가 밤에 화장실에도 안가고 깨지도 않고 잠 들어서 아침 9시 넘어서 깨울때까지도 계속 자다니.. 녀석 이틀 정도를 기침하느라 잠을 잘 못자더니 이제 그 피곤이 다 몰려와서 잠에 취할 정도로 자는 것 같았다.  다혜가 잘 자서 다혜 엄마도 깰 필요(?)없이 모처럼 잘 잤다.  다혜가 기침을 안하고 잔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다혜 엄마가 즉석 미역국을 끓여서 아침을 먹었고, 다혜는 깨워도 깨워도 안일어나려고 하는 걸 9시 넘어 억지로 깨워서 씻기지도 않고, 잤던 복장 그대로 해서(물론 다혜가 입을 옷들은 엄마가 다 챙겼구요) 차에 태워 출발했다.  출발시각은 9시 45분 정도.

I-5를 통해 샌디에고로 내려가는 고속도로가 상태도 좋고 널찍해서 운전하기 참 좋았다. 중간에 다혜엄마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해서 Rest Area에 잠깐 들렀던 것을 포함해서 샌디에고 씨월드 근처까지 2시간이 채 안걸렸다.  먼저 ‘카브릴로’라는 멋진 해안가로 향했다. 209번 도로를 끝까지 향하면 된다는 정보를 보고 쭉~ 들어갔는데, 갑자기 해군부대 앞에 가 있는거다.  경계서고 있는 군인에게 물어보니 어디어디로 돌아가면 된단다.  그 군인도 카브릴로 가는 관광객들이 하도 많이 와서 그런지 으레 그런줄 알고 가르쳐 줬다.  카브릴로는 내셔널 Monument라서 우리가 여행 첫날 ‘골든 이글 패스’를 샀기에 $5의 입장료 없이 그 카드로 들어갔다.  벌써 이 패스로 $45 어치를 해결한 거다.  앞으로 그랜드 캐년 하나만 해도 $20이니까 그 때만 이용해도 벌써 본전은 뽑은거다.  

미국 자동차 여행기 사이트에서 샌디에고의 ‘카브릴로’는 꼭 가봐야 하는 포인트라고 알려줘서 선택한 것인데, 가보니 해변이 정말로 멋졌다.  여기는 캘리포니아 해변의 거의 제일 남쪽인데 샌프란시스코 위쪽의 해변들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카브릴로는 유럽인으로서 미국 서부해안에 제일 먼저 상륙한 사람으로서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여기 이름을 그렇게 지었고, 그 해변에는 그 카브릴로의 동상이 멋지게 서 있고, 기념관도 있었다.  거기에서 푸르른 바다와 샌디에고 시가지 전체를 한 눈에 바라보며 감상하는 맛이 기가 막혔다.

그 멋진 경치를 뒤로 하고 씨월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그리로 향했다.  어제 저녁부터 다혜가 ‘내일은 어디 갈꺼야?’ 하고 물어서 물놀이 공원 간다고 했기에 다혜는 온통 물놀이 공원에만 관심이 있었다.  
월요일 저녁 식사 때 후배 OOO가 알려준 정보대로 미리 AAA보험카드로 씨월드를 예매 했기에 그 때 프린트했던 e-티켓을 주차장 진입할 때 보여주니까 $8의 주차비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OOO이 덕분에 10% 티켓할인과 주차비를 절약 했다.

공원에 막 입장해서 쇼들의 시간표를 보니 제일 빅이벤트 쇼인 ‘사무쇼’가 1시와 5시 30분이다.  그 때의 시각은 1시 20분. 그 쇼가 20분을 하니까 딱 마칠 시간.  조금만 빨리 서두르고 길만 헤매지 않았어도 볼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오늘 하루 동안 관람할 쇼의 시간들을 먼저 정한 다음에 그 중간중간에 쇼가 열리는 장소 인근에 있는 것들을 보기로 일정을 정했다.  2시에 돌고래 쇼가 시작되기에 돌고래 쇼장으로 가는 중간에 펭귄들이 있는 곳을 구경했다.  그리고 15분쯤 전에 들어가서 좋은 자리를 잡았다.  일단 우리에게 좋은 자리란 물이 안튀기면서 거의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리이다.  
여기는 씨월드 이기에 모든 쇼가 관객들에게 물이 튕기게 구성되어 있다.  단, 미리 좌석에 물에 젖는 자리는 표시해 놓았다.  근데 심하게 물이 튈 때는 그보다 휠씬 멀리에 있는 자리에서도 물벼락을 맞곤 한다.
일단 쇼가 진행되는 풀에서 가까운 5~6번째 줄까지는 거의 물을 뒤집어 쓴다고 봐도 된다.  옷에 젖지 않으려고 비옷을 준비한 사람들도 있다.  아이들은 일부러 물에 젖으려고 그 자리에 앉아 물벼락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돌고래가 참 높이 점프도 하면서 20분 동안 다혜의 정신을 쏙 빼 놓았다.  돌고래 쇼를 보고 나더니 다혜의 기분이 막 좋아졌다.  그것 보고 나서 기념품 가게로 가서 마그넷을 샀다.  각 주마다 주요 관광지를 다니면서 다른 기념품 보다는 저렴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것으로 사기로 했는데, 우리는 그 마그넷을 사기로 정했다.  다혜에게 고르라고 하니까 사무쇼에 나오는 범고래 세마리가 점프하는 그림을 골랐는데 너무 좋아한다.

그 다음에 보려고 정한 것은 동물 쇼였다. 그 쇼는 3시 30분에 시작되기에 그 사이에 피자로 점심을 해결했고, 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 몇 가지를 태워주려 했는데 다혜는 키가 작아서 다혜가 아주 시시해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 이외에는 입구에서 다 거부당했다.  다혜에게 그것을 빌미로 해서 ‘네가 밥을 잘 먹어야지 키가 커서 저런 것들도 다 타지’라고 얘기 했는데 그 말 들을때는 놀이기구 이용 못하는 것 때문에 자기가 아쉬우니까 밥 잘먹겠다고 해놓고서는, 역시 밥먹을 때는 역시 예전의 그 모습이다.

동물(Pet)쇼는 여러 종류의 개들과 돼지, 고양이 및 비둘기들 그 외 몇가지 동물들이 나와 재미있는 스토리의 쇼를 보여준다.  다혜는 쇼가 진행될 때 음악에 맞춰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박수도 잘 친다.  쇼가 진행되는 25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았다.

이후에는 심해 잠수함 쇼 였는데 4시 45분이다.  그 중간에 상어수족관도 보고, 돌고래 수족관도 보고 조그만 물고기들관도 들어가 보고, 나랑 놀이기구들도 탔다.  돌고래 수족관을 찾기 위해 돌아다닐 때 다혜가 솜사탕(Cotton Candy)을 보더니 난리가 났다.  그거 먹고 싶단다.  돌고래 보는 것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엄마, 솜사탕~” 그러다 안되니까 “아빠~ 솜사탕 사주세요~” 이럴땐 깍듯하게 존댓말을 사용한다.   그래도 다혜 아빠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땅 바닥에 주저앉아서 거의 드러누우려는 딸을 엄마가 잘 구슬러서 다혜가 신나서 걸어가게 만들었다.  비법은 “내일 디즈니랜드 가서 엄마가 꼭 사줄께!”  다혜는 저녁때 집에 와서도 내일 디즈니랜드 가서 솜사탕 먹을 것만 기억하면서 재차, 삼차로 확인한다.  놀이공원에 있는 솜사탕이 $3이나 되니, 씨월드나 디즈니랜드나 모두 도둑놈들이다.

심해 잠수함 쇼를 보고 나니 사람들이 모두 메인 쇼인 사무쇼가 펼쳐지는 곳으로 간다.
우리도 다혜 엄마의 잽싼 몸놀림으로 금방 도착해서 그늘지고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시작되기 전에 뒤에 있는 풀에서 범고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다혜는 ‘어~ 저기 있다~ 어, 움직인다~’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고 난리 났다.
이 사무쇼는 정말 이전에 본 돌고래 쇼를 비롯한 다른 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였다.  공연장의 규모만 봐도 돌고래쇼장의 두배 정도가 된다.  큰 범고래들이 이리저리 점프하고 갖가지 묘기를 부리고, 사람들에게 물 뿌리고 그러니까 일부 꼬마녀석들은 아예 쇼를 볼 생각도 안하고 물이 넘쳐서 쏟아지는 걸 맞으려고 이리뛰고 저리뛰며 그걸 즐긴다.
그 쇼를 보고 나서 6시 15분에 출발했고, 다혜는 엄마가 준 베지밀 하나를 먹자마자 바로 골아떨어졌다.  오후에 낮잠을 안자고 돌아다녔으니 얼마나 졸렸을까..

샌디에고에서 다시 LA로 올라오는데 카풀라인을 타고 올라오는데, 오히려 일반 차선보다 카풀라인이 더 느리게 가는 정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래서 내가 다혜 엄마에게 한 말이 “카풀라인에 있는 차들은 빨리 가려하다가 오히려 일반차선에 있는 차들만 빨리가게 만들어줬어”라고..   이건 시애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기이한 현상 중 하나였다.

집에 가는 길에 어제 저녁때 갔던 한인마켓인 한남체인을 한 번 더 들렀다.  한인마트가 가까운 김에 각종 조미료와 일리노이 가서 쓸 물건들(고추장, 된장, 물엿 등)을 더 사서 집에 왔고 9시에 김치찌개 끓여서 게눈 감추듯 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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