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3 13:15
11월의 시 /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감꽃입니다.
봄에 피어 수확의 기쁨을 예고해주는 꽃, 떨어진 꽃을 모아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꽃잎의 떫은 맛을 혀끝에 달고 붉은 홍시를 기다리게 하는 애교있는 꽃입니다.
농군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나무의 꽃이기도 하지요.
내가 좋아하는 색은 초록이라고 규정짓고 살지만..
단풍이 들고 눈이라도 갑자기 오면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은 희생되어 빨강도 되고 흰색이 되기도 합니다.
숨고르기도 어렵던 분주한 일상의 어두운 색을 , 결핍이 느껴지지 않는 푸르고 환한 웃음의 색으로 만드시는 11월 되십시요
또다른 나만의 색으로 변하는 시간을 위해 좋은 영화 추천해 드립니다.
애틋하고 심금을 울리는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The Time Traveler's Wife)' 입니다.
원작을 읽고 보셔도 좋고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셔도 좋은 ...원작이 더 슬픔을 줍니다.
보고싶은 사람에게, 가고싶은 곳에 시간여행자가 되어 가보는 나른한 심상에 빠지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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