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자이언 내로우의 추억 [펌] (The Narrows)

2005.10.06 06:23

baby 조회 수:7131 추천:95


자이언 국립공원 내로우 방문기

- 미주 중앙일보에 실린 LA 한인 마라톤 동호회인 동부달리기모임 코치 임무성씨의 자이언 공원 방문기 -
  
아득히 멀리 보이는 광활한 사막 끝 산 너머 서편엔 아직도 저녁노을이 사라지지 않았어도 사막은 벌써 어둠으로 덮혀 선인장을 비롯한 모든 물체들이 점점 검게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부터 기다리던 달은 애타는 내 마음을 아랑곳 하지 않고 한참이나 뜸들이다 까만 하늘에 하얀 안개 같은 노을 속에서 무늬가 들은 은빛 쟁반같이 희고 빛났으나 수줍은 여인이 담 너머로 몸을 숨기고 얼굴을 살며시 내밀듯 힘겹게 떠올랐다.

땅바닥에 나무 가지 검은 그림자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이른 새벽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밤새도록 지치지 않고 변함없이 우리를 비쳐주던 달이 서쪽 하늘로 기울며 아침이 밝아왔고 늦저녁부터 불던 바람에 나뭇잎들은 팔랑거렸다. 뛰어들 신발과 옷으로 갈아입고 점심뿐만 아니라 식수까지 배낭에 채운 후 자이언 내로우를 향해 떠나는 셔틀버스에 오를 때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비장한 각오를 했다. 그러나 물이 찼다. 또 계곡에 부는 바람은 체감온도를 내려 더 추웠다.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흐르는 물의 반대 방향으로 오르니 힘이 들었다. 세상이 그렇다. 순리대로 살아야지 역류한다면 얼마나 힘든가를 배운다. ☞Zion Hiking Guide - The Narrows

시즌이 몬순 기후라 산발적으로 비가 오고 그 빗물은 검붉은 돌산을 씻고 내려와 황갈색 흙탕물로 변해 흘렀다. 흙탕물 때문에 물속이 보이지 않아 계곡 밑바닥에 아무렇게나 깔려있는 돌과 바위에 채여 넘어지고 무릎이나 정강이를 다치는 것은 예사였다. 급류를 만나면 휩쓸리지 않으려고 몸의 균형을 잡느라 온 힘을 쏟았고 더욱이 키가 넘는 웅덩이를 만나면 수영을 하거나 우회했다. 물줄기는 계곡의 넓이에 따라 빠르고 느렸다.

나는 새로운 경치를 볼 때마다 밀폐봉투 속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 계곡과 계곡 칼로 자른 것 같은 절벽들, 또 그 절벽에서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나무들 그리고 하얀 구름이 흐르는 파란 하늘을 담으며 굽이굽이 돌아가는 계곡의 절경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감탄사만 연신 토해냈다.

그 시대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가 자이언 내로우를 봤었다면 그림의 배경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했다. 그늘진 계곡에선 햇볕이 그리웠다. 한 여름 위 아래턱이 서로 부딪히며 떨어보기도 처음이지만 그래선지 하루 종일 덥지 않았다. 내려오면서 늦게나마 물살 타는 방법을 배우며 아쉽게 자이언 내로우를 나와야했다. 머리부터 신발까지 물에 젖어 철벅거리며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걷는 우리는 개선장군이나 된 것처럼 어깨에 힘을 주었다. 자이언 내로우는 이제 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가고 있었다. ☞Zion Photo Gallery

물속에서 나온 우리는 다시 천사들이 내려온다는 앤젤스 랜딩을 올라갔다. 트레일은 거의 포장이 됐고 벽돌과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었으며 약 0.6마일의 급경사 지역은 쇠말뚝을 박고 체인을 달아 붙들고 오르도록 배려함에 고마웠다. 그리고 꼭대기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천사가 내려와 앉은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곳을 내려오니 벌써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 산 속은 일찍 밤이 찾아왔다. 얼마 후 저 아래 캄캄한 사막 속에 화려한 불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라스베가스였다. 그곳에 들러 허전한 배를 채우고 다시 달 뜬 사막을 가로질러 밤새 쉬지 않고 달려 새벽에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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