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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쿼이아와 킹스캐년(Sequoia and Kings Canyon National Parks)은 요세미티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입니다. 이번에 가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며칠씩 여유있게 둘러보며 나무와 숲의 이야기에 귀기울지 않고서는 그 진가를 맛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공원의 가장 주된 볼거리는 세쿼이아 나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두툼한) 나무죠. 하지만 그 크기에만 집중해서야 금방 식상해집니다. 수천년(General Sherman Tree의 나이는 2200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안 성장하는 그들의 삶이 그저 순탄한 게 아니었음을 알고 나면 달리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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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마다 일어난 산불에 맞서며 깊은 상처를 속에 품고 성장해나갔음을 잘 보여주는 나이테는 세쿼이아의 삶이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프로그램으로 제공해주는 미국 국립공원 비지터센터들이 참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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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겹게 버티며 성장해온 그네들을 단칼에 베어낸 초기 개척자들. 심지어 1893년 잘려지고 분해되어 시카고 만국박람회장에 전시되었으나 그 크기를 믿을 수 없었던 인간들에 의해 '캘리포니아의 거짓말(California Hoax)'로 불려진 나무의 무덤, Chicago Stump. 그 비극 덕분에 지금 살아남은 나무들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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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미국의 National Forest Service는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벌목을 위해서 생겼다고 하고, 정부기관으로서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도로건설 엔지니어를 보유한 기관이라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죠.

그렇다고 무거운 주제만 있는 건 아닙니다. 쓰러진 나무의 일부를 잘라내어 차량을 지나갈 수 있게금 터널로 만든 Tunnel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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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쓰러진 나무의 비어있는 속(세쿼이아 나무의 특성이라고 하네요)을 따라 지나가며 한 때 사람이 살던 흔적도 볼 수 있는 Fallen Monarch 등 작은 볼거리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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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 Sherman Tree 남쪽으로 이어지는 Congress Trail은 나무를 대통령, 상원, 하원 등으로 명명해 말 그대로 나무들의 의회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사이로 잘 조성된 산책로와 세심한 안내문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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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세쿼이아를 키워낸 대자연이 있습니다. Moro Rock에 올라 공원 남쪽을 조망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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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캐년의 Cedar Grove 지역을 드라이브하며 장쾌한 북쪽 산세를 감상하실 것을 권합니다. 킹스캐년을 금강산에 비유하는 분들이 계실 정도로 비경입니다. 특히 Zumwalt Meadow는 꼭 시간내서 한바퀴 돌아보시길... Crescent Meadow도 돌아봤지만 Zumwalt Meadow가 훨씬 아름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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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쿼이아와 킹스캐년은 별개의 국립공원입니다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Sequoia National Forest와 Giant Sequoia National Monument와 함께 거대한 하나의 공원처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입장료도 한번만 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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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도 거대하지만 해발고도가 2000m가 넘는 지역이라 공원까지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남쪽 입구의 꼬불꼬불한 진입로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성수기인 여름엔 Moro Rock - Crescent Meadow 일대는 차량진입을 막고 셔틀버스만 운행하기 때문에 예상외로 시간이 지체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그랜드캐년에 비해 운행간격도 들쑥날쑥하고 이용하기 불편하더군요. 같은 국립공원이라도 운영 노하우는 공유를 안하는건지...

결국 제대로 보려면 공원 내에서 숙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저희는 캠핑을 1박하기로 결정하고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캠핑사이트를 검색해봤는데요, 대부분은 선착순이고 예약을 받는 곳은 몇군데 없고 연휴라 풀북이더군요. 걱정을 하던 차에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 사이의 Sequoia National Forest에 캠핑사이트가 몇 곳 있음을 알게 되어 Upper Stony Creek에 예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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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푸세식 화장실 외에는 다른 시설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이트간 간격이 넓고 조용하다는 평 때문에 예약했는데, 지금까지 가본 캠핑사이트 중 가장 넓직하고 한적했습니다. 게다가 작은 계곡 옆이라 시원한 계곡물로 세수도 하고 밥도 지어먹었네요. 참고로 미국의 많은 공원과 휴게소의 화장실이 푸세식인데 참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고 냄새도 안나니 걱정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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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옆 사이트는 커다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친 곳이라 정말 탐이 났는데, 저 RV가 늦은 시간까지 발전기(generator)를 돌리는 바람에 좀 짜증도 나더군요. 큰 캠핑사이트의 경우, 발전기 시간을 제한하거나 generator free loop를 두는 곳도 있을 정도로 조용한 자연 속에서 시끄럽게 발전기를 돌리는 RV에 대한 텐트 캠퍼들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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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캠프파이어일텐데요, 여기는 국립공원 지역이 아니라서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나 솔방울을 주워 불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거대한 나무숲답게 솔방울도 제 팔만 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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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해발고도가 2000m가 넘는 지역이라 9월초였음에도 새벽엔 8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일교차가 컸습니다. 한가지 팁을 알려드리자면 Cedar Grove 지역이 해발고도가 1400m대로 낮아 새벽에 덜 춥습니다.

마지막으로 비살랴(Visalia) 근처 엑스터(Exeter)라는 마을인데요, 마을 곳곳을 아름다운 벽화로 장식해서 '미국에서 가장 페인트칠이 예쁘게 된 동네(Prettiest Painted Place in America)'로 뽑혔을 정도입니다. 세쿼이아 국립공원 남쪽입구로 들어가거나 나가실 때 지나가는 곳이니 꼭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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