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경험 그랜드캐년 기행-들머리

2006.02.18 18:02

조남규 조회 수:4231 추천:87

☞ http://blog.segye.com/cool1024/3661


환상을 품고온 여행자라면,
그랜드 캐년은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처럼.
그렇지 않은 여행자라도,
다리 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지 모릅니다.
액션 영화를 관람한 후의 허전함처럼.


Grand Canyon.JPG


저도 그랬습니다.
다른 여행자들과 같은 탄성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간 들어온 그랜드 캐년의 소문이
내 안에 들어와 비현실의 신화로 커간 탓입니다.


Grand Canyon2.JPG


그러나,
엄청 큰 협곡이로군-.
이렇게 말하고 눈을 돌려버린 계곡은
그렇고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협곡의 단면은 무지개 떡 처럼 대략 12개의 층을 이루고 있는데
최근에 형성된 맨 윗쪽층의 나이가 2억7000만 살.
눈에 보이는 맨 밑바닥층은 18억년 전에 형성된 것입니다.


Grand Canyon3.JPG


인류의 시원이 길게 잡아도 500만년 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영겁의 시간을 기록해 온 협곡 앞에서
등골이 서늘한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랜드 캐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1만년 전으로 고고학자들은 추정하고 있고
첫 서양인 방문자인 스페인의 가르시아 로페즈 카드나스가
이 곳에 도착한 시점이 1540년 가을이라 하니,
그랜드 캐년과 인간의 인연은 최근의 사건이랄 수 있습니다.



그랜드 캐년은
20억년 가까운 시간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
단층 속의 화석들이 한 때 이 곳이 바다이기도 했고,
사막이기도 했으며 빙하 지역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공상과학 영화 A.I.(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바닷 속에 잠들어 있던 주인공 로봇이
미래의 인류에게 발견될 때까지
강물이 협곡을 이루고, 그 협곡이 융기하고,
빙하기와 해빙기가 반복되는 장면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던 장면이 연상됩니다.
그랜드 캐년은 우리에게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생활의 더께에 덮혀 보이지 않던
그 무엇을 일깨워줍니다.
사람들이 그랜드 캐년을 찾는 이유를
돌아와서야 알게된 듯한 느낌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세상사가 번잡스럽게 느껴질 때,
인간사가 씁쓸한 회의를 안겨줄 때,
가끔씩 별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그랜드 캐년을 떠올려 봅니다.

<편집자주>이어서 사우스림과 노스림 기행기를 올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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