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국립공원 엔젤스 랜딩 트레일

Zion Angels Landing Overlook Hiking
자이언 국립공원은 웅장한 암벽도 일품이지만 계곡 곳곳으로 이어지는 하이킹 트레일이 자랑거리다.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 중에서 이 만큼 다양한 트레일 코스가 있는 곳도 드물기 때문에 감히 ‘트레일의 천국’이라 부를만 하다. 그야말로 수많은 트레일 코스들이 공원 내를 휘감고 있는 곳이 바로 자이언 국립공원이다. 자동차여행을 하다보면 마음에 드는 어느 국립공원에서 하루나 이틀쯤 푹 쉬면서 하이킹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주어진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매일 아침 짐을 챙겨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는 피곤한 여행길은 우리 여행객들에게 항상 아쉬움을 준다. 하지만 이곳 자이언 공원에서는 최소한 하루는 머물며 공원 내의 하이킹 코스를 따라 자연을 즐기길 권하고 싶다. 자이언에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름난 하이킹 코스인 ‘리버사이드 워크’와 ‘내로스(The Narrows)’뿐 아니라 자이언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들이 여러 개 마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자이언 공원이 자랑하는 최고의 트레일 코스, 천사들이 내려앉은 곳이라는 이름이 붙은 ‘엔젤스 랜딩(Angels Landing)’코스에 대해 알아보자.


● 엔젤스 랜딩 트레일 : 왕복 5마일 가량의 이 하이킹 코스는 전문적인 산악인이 아닌 다음에야 보통 5시간이 소요된다. 공원 관리국에서 정한 난이도는 가장 높은 등급(Strenuous)으로 정해져 있다. 햇볕이 내리 쬐는 한 여름에 5시간 동안 내내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충분히 보상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코스가 엔젤스 랜딩 트레일이다. 모든 장거리 하이킹은 오전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다. 해가 중천에 뜨고 난 후에는 정작 즐거워야할 하이킹이 뜨거운 햇볕 때문에 곤욕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엔젤스 랜딩으로 가는 초반 길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오를 지나면 거대한 자이언의 암벽 절벽이 만들어 내는 서늘한 그늘이 오후에 하이킹을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만약 오후에 출발하게 되면 반드시 일몰 시간을 체크해 두고 출발해야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벼운 체조를 하고 배낭 속에 도시락과 마실 물, 자외선 크림, 그리고 선글라스를 챙겨 숙소를 나와 하이킹을 떠나자. 자이언 공원 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그로토(The Grotto : 현지 발음대로 하면 그롸로)’ 포인트에서 하차하면 트레일의 출발점이 기다리고 있다. 엔젤스 랜딩으로 가는 길은 처음엔 비교적 무난하게 시작하는데 하이킹 초보자들에게도 즐거운 산책길이 된다. 버진 강(Virgin River) 위에 놓여진 작은 다리를 건너면 황토 색 자갈로 곱게 다져진 하이킹 코스가 여행객들을 이끈다. 각종 야생화의 향기와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Zion Canyon Hiking Guide


왕복 거리가 28마일로 공원 내에서 가장 긴 트레일 코스인 ‘웨스트림 트레일(West Rim Trail)’을 따라가면 본격적인 하이킹이 시작된다. 트레일 코스를 따라 하이킹을 출발해 사시사철 시원한 얼음골 계곡을 한 시간쯤 걷다보면 우뚝 솟은 황갈색 절벽의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에 지그재그 형으로 길을 낸 ‘월터스 위글(Walters Wiggle)’에 도착한다. 1926년 이 길을 처음으로 만든 공원 관리인의 이름을 딴 모두 21개의 꼬불꼬불한 절벽 길(Switchbacks)을 힘들게 올라가면 앞이 탁 트인 ‘스카우트 전망대(Scout Lookout)’에 오르게 되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이언 계곡의 경치도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전망대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는 것도 좋다. 또 여기서 자신의 남은 체력을 감안해 더 이상 올라갈 자신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리하지 말고 이 지점에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드디어 북동쪽 절벽 위로 이어지는 엔젤스 랜딩 트레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엔젤스 랜딩 트레일의 꼭대기인 ‘엔젤스 랜딩 전망대(5,990피트)’까지 불과 1,488피트(453m) 정도의 높이를 올라가는 것이지만 칼로 잘라낸 것 같은 가파른 경사와 울퉁불퉁한 바위 절벽 위의 험한 길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꼭대기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 0.5마일 코스는 전문 산악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무척이나 어려운 난코스이다. 산등성이의 양쪽 아래로는 1,200피트 높이의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이 도사리고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세차게 계곡을 휘감는 돌풍 탓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몸이 덜덜 떨린다. 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차마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할 만큼 무시무시한 낭떠러지가 등산객들의 다리를 후들거리게 만들고 비위가 약한 사람들의 속을 울렁거리게 한다.  

꼭대기 지점인 엔젤스 랜딩 전망대로 이어지는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절벽 길을 간신히 기어오르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이 한 줄기 바람에 씻겨 날아간다. 양팔을 쭉 벌려 뻗으면 자이언 공원의 웅장한 암벽들이 모두 내 품에 들어오는 것 같고, 자이언 계곡의 이름난 고봉들이 내 눈 앞에 도열한다. 조심조심 절벽 끝으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조금 전 타고 왔던 셔틀버스가 마치 미니어처 장난감처럼 꼼지락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이 순간 드디어 나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가 된 감격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엔젤스 랜딩 트레일은 매우 어려운 하이킹 코스임엔 틀림없지만 어렵고 힘들게 정상에 올라 자이언을 내 품에 안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트레일을 따라 오르고 있다.  



● Zion Hiking Trails Guide Chart ●
● 자이언 하이킹 트레일 : 자이언 국립공원에는 난이도에 따라 다양한 트레일 코스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암벽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마치 바위가 눈물을 흘리며 우는 모습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위핑 락(Weeping Rock)’과 초록빛의 ‘에머랄드 풀(Emerald Pools)’ 등이 유명하며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도 있다. 또 계곡의 서쪽 면에 위치한 엔젤스 랜딩과는 정반대로 계곡의 동쪽 면에는 엔젤스 랜딩에 버금가는 파노라마를 구경할 수 있는 최고 난이도의 트레일 코스(Obervation Point Trail)가 있는데 워낙 장거리 코스인데다 소요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인기는 좀 떨어지는 편이다.

버진 강물이 깍아낸 좁은 침식 협곡인 내로스(The Narrows)로 향하는 ‘리버사이드 워크(Riverside Walk)’ 트레일은 길이 워낙 잘 되어 있기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이 트레일이 끝나는 지점에서 버진 강물로 뛰어 들어가 어두운 협곡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튼튼한 체력,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이 있다면 자이언의 트레일을 제대로 즐기길 권한다. 한편, 공원 관광을 모두 마치고 UT-9번 도로를 따라 공원의 동쪽으로 이동해 바위 터널을 통과하면 ‘캐년 전망대(Canyon Overlook)’로 향하는 트레일이 있는데 약 1시간30분이면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짧긴 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자이언 공원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이 트레일은 자이언의 붉은 암벽이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아서 반짝이는 오전에 오르면 더욱 기가 막히다. 자이언 공원에서 숙박한 다음날 아침 브라이스캐년으로 향할 때 잠깐 들리면 좋다.  


● 하이킹의 유의 사항 : 엔젤스 랜딩의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전문 등반장비를 모두 갖추고 올라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면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는 등산화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겐 절대 권하고 싶지 않으며 평소 심장이 약한 분들은 도전하지 않는 게 좋다. 넘어지거나 미끄러졌을 때를 대비해 기초적인 응급약품과 호루라기 등을 따로 준비한다면 뜻하지 않은 사고나 유사  시에 도움이 된다. 배를 채울 수 있는 물과 음식은 물론이고 뜨거운 햇볕에 대비한 물품들도 준비해야 하고 모자도 필요하다. 오후에 해가 질 무렵에 하산하는 경우엔 갑자기 떨어지는 싸늘한 기온 탓에 땀이 식으면서 한기가 들 수 있으니 갈아입을 옷을 따로 가져가는 것이 감기예방에 매우 도움이 된다.

또 혼자서 하이킹을 하기보다는 공원의 가이드가 인솔하는 하이킹에 따라 나서거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얘기를 나누며 하이킹을 하는 게 피곤하지 않으며 좀 더 안전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공원의 매점에서 지팡이를 구입해서 사용하면 훨씬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있고 야생동물을 만났을 때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절대 공원 내의 나뭇가지를 꺾어서 지팡이로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쓰레기를 버려서도 안 된다. 내로스 협곡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공원의 레인저 대원에게 그날의 일기예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만에 하나 집중적인 소나기가 내리게 되면 강물이 범람하면서 휩쓸리게 되니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 외에 공원이 따로 정한 모든 규칙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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